尹, 3년 4개월 만에 '엔데믹 선언'…'과학 방역' 통했나


코로나19 위기단계 '심각'에서 '경계'로
확진자 격리 의무 등 대부분 규제 해제
대응 역량 강화에 따른 세계적 추세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대부분 해제해 일상 관리 체계로 전환하는 엔데믹을 선언했다.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료진들을 향해 격려 박수를 보내고 있다.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코로나19 대응을 장기적인 일상관리 체계로 전환하는 엔데믹(Endemic, 풍토병화)을 선언했다. 코로나19가 국내에 발생한 지 3년 4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을 '정치 방역'으로 규정하면서 앞으로도 '과학 방역' 기조로 새로운 팬데믹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이전 정부와의 차별점을 부각하고 지난 1년간의 방역 성과를 내세우는 모습이다. 코로나 19로부터의 '일상 회복'은 대응 역량 강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다음 달부터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중보건비상사태 해제와 국가감염병 위기대응자문위원회의 전문가 권고를 반영한 데 따른 조치다.

아울러 △확진자 7일 격리의무, 5일 권고로 전환 △입국 후 PCR 검사 권고 해제 △입원 병실이 있는 병원 이외 장소에서의 실내마스크 착용의무 해제 등 코로나19 관련 각종 규제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해 치료비·백신·치료제 등 지원은 지속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이를 3년 4개월 만의 '일상 회복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사실상의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기념하는 퍼포먼스도 보였다. 회의를 생중계한 데 이어 코로나19 현장에서 직접 환자를 치료․간호했던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12명이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분들의 협업 덕분에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국민을 대표해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참석한 국무위원, 대통령실 참모진이 이들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회의 후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12명의 의료진과 1층 로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환송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또 "기나긴 팬데믹을 지나 일상으로 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국민과 보건 산업 종사자, 지자체 공무원, 보건당국 등에도 감사를 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해 국민의 자유로운 일상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영업권과 재산권, 의료진의 희생을 담보로 한 정치방역으로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참석한 의료진을 환송하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은 '정치 방역'이었다고 꼬집으면서 이와 대조적으로 '과학 방역'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는 K-방역이라는 말을 하면서 코로나 방역의 성과를 자화자찬했지만, 엄밀하게 평가하면 우리 국민의 자유로운 일상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영업권과 재산권, 의료진의 희생을 담보로 한 정치방역으로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치 방역'의 일례로 코로나19 발생 초기 의료진의 요청에도 중국인 입국자를 통제하지 않은 것, 정부 컨트롤 타워에 이념적 성향을 가진 인사들이 맡은 것 등을 꼽았다고 이도운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그동안 정치 방역에서 벗어나 전문가 중심의 과학 기반 대응체계 구축에 최선을 다해 왔다"며 "우리 정부 과학방역의 핵심은 중증 위험 관리와 국민 면역수준의 증진이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곧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대책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면서 '과학 방역'을 주창해 왔다.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전문가들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전국 단위 항체양성률을 조사하고, 확진·사망자·치료·접종에 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고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이를 근거로 생활방역체계를 재정립한다는 세부 과제를 제시했다.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실제로 항체 양성률 조사를 실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과학 방역을 주창했다. 2022년 4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경기도 성남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국내 1호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장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다만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내놓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방침이 이전 정부와 차별점이 뚜렷하지 않아 '과학 방역' 개념 자체가 정치적 용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22년 7월 '윤석열 정부표' 1호 방역대책은 4차 백신 접종 대상을 추가하고,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개인과 지역사회의 '자발적 거리두기'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는 데 그쳤다. '전국 단위 항체 양성률 조사'는 대상이 1만 명에 불과했다.

특히 코로나19에 대한 엔데믹 선언의 배경은 '과학 방역'으로의 정책 기조 변화보다는 발생 초기에 비해 코로나19에 대한 빅데이터, 백신·치료제 확보 여력, 의료진의 대응 능력 등 환경이 달라진 점이 결정적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전문위원회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부의 '일상 회복 선언'에 대해 "전 세계적인 추세이고 우리나라도 잘 맞춰가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윤 정부의 '과학 방역'에 대해선 "정치권 인사들이 관여하지 않고 전문가 의견을 통해 대부분의 결정이 이뤄진다는 게 (이전 정부와) 차별화돼 있다고 본다"며 정부가 올해 초 중국발(發) 입국자 전원에게 입국 전후 코로나 검사를 의무화하고 단기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입국 제한 조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외교 문제를 감수하고 중국발 입국을 단기 봉쇄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했다. 다만 이와 같은 정책 기조 변화가 코로나19 엔데믹을 결정적으로 견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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