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강제동원 발언'에...野 "반성 없다" vs 與 "사과했다"


외교부 "日 공식 사과 아닌 총리 개인 표현"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실효성 논란

여야는 9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강제동원 피해자 발언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기시다 총리가 지난 7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국회=김정수 기자] 여야는 9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강제동원 피해자 관련 발언을 두고 맞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본 정부의 반성과 사죄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고, 국민의힘은 "반성과 사죄를 계승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여야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을 상대로 기시다 총리의 발언을 집중 질의했다. 앞서 기시다 총리가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남용희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며 "기시다 총리가 개인적인 심정에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이야기한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장 차관은 "공식 사과는 아니다"라면서도 "지난 몇 년 간 한일 관계를 비춰볼 때 아직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다소의 진전은 있었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기시다 총리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 '당시 어려운 환경에서 일했던 분들'이라고 표현했다"며 "이건 반인륜적 전쟁범죄를 무시하고 합리화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장 차관은 "저도 그 표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일본 정부 공식 입장은 김대중-오부치 선언 내용이 포함돼 있는 역대 정부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것 아니냐"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계승한다는 게 공식 입장인데 왜 사과를 안 했다고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장 차관은 "총리로서의 공식적 입장이고, 마음의 표현을 한 것이라는 총리 자신의 개인적인 입장"이라며 "제 말씀은 본인의 입으로 사과라는 단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에서 오부치 게이조 당시 총리는 '일본이 과거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겼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등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피켓을 들어보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1박2일 혹은 2박3일 정도 시찰단 조사로 국민들에게 충분한 방류 계획을 보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며 "방류됐을 때 제대로 항의하지 못한 우리 정부 책임으로 돌아올 것 같은데 두렵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장 차관은 "지난 몇 년 동안 일관되게 취하고 있는 조치에 시찰단이 하나 더 생긴 것"이라며 "그간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해서 이원화돼 있는데 전문가 한 분이 가 있고, 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시찰단을 더해서 국민들께서 걱정하지 않도록 중층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정 민주당 의원은 "외교부가 독자적으로 오염수 처리에 중층적으로 검토·평가할 기회가 확보됐다고 발표했다"며 "조금 전 일본 경제산업상이 한국 시찰단은 오염수 안전성을 평가하거나 검증작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장 차관은 "내주에 시찰단을 어떻게 운영할지 국장급 협의를 한다"며 "지금 막 들어서 경위를 잘 모르겠는데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IAEA 검증 과정이나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준비 과정을 꼼꼼히 챙겨서 홍보해 드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건배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선언'도 회의 안건으로 올라왔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이번에 새로 합의된 핵협의그룹(NCG)은 차관보급 협의"라며 "기존에 있던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는 차관급 협의로 더 낮아진 것 아니냐"고 물었다.

장 차관은 "낮아졌다고 보려면 EDSCG가 없어져야 하는데, 하나의 차관급 안보전략기구로서 남아 있다"며 "핵과 관련된 것은 NCG가 차관보급으로 특화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NCG는 핵에 특화돼 협의하는 기구로 미국 핵자산의 정보공유, 공동기획, 공동실행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존 EDSCG는 핵뿐 아니라 재래식 전력이나 미사일 방어를 포함한 확장억제 전반에 대해 협의하는 기구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차관보급 회담인 NCG를 만들긴 했지만 장관급인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기획그룹(NPG)과 여러 차이가 있다"며 "나토는 전략 수립부터 참여가 가능하지만 우리는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만들어진 전략들을 공유하는 수준으로 나토와 같은 수준의 장관급을 올리는 게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 차관은 "이번에 발표된 NCG에 관한 워싱턴 선언을 보면 '핵 및 전략기획'을 한다고 돼 있다"며 "주어진 상황에서만 하는 게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핵 전력에 대해 우리가 재래식 전력으로 어떻게 지원하느냐 하는 문제를 협의하게 돼 있다"며 "이를 위해선 미국의 핵 전력을 알아야 하는데, 미국의 핵전력에 우리가 좀 더 실체적 접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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