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단이 내년 총선까지 당 지도부와 당을 이끌어 갈 예정이다. 원내 '투톱'으로 인선된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수완박' 입법을 주도하며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남은 1년 간 송 수석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과 뭍밑에서 입법·예산 협상에 중대한 역할을 해야만 한다.
최근 당 상황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물론 현역 의원들 이름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돈 봉투 의혹에 자진 탈당하기도 했다. 송 원내수석부대표 앞에 놓이 당면 과제로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검사 출신인 그는 이번 수사를 검찰의 기획수사로 보았다.
송 수석원내부대표는 지난 3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최근 당내 불거진 돈 봉투 의혹을 두고 "기획 수사로 봐야 한다. 수사 범위 역시 자연 발생적으로 하기보다는 검찰의 의도에 따라 수사 범위를 정한 것으로 보여 진다"고 판단했다.
그는 또,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탈당을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사실을 정확히 규명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라며 "당에 여러 문제가 생길 때 투명하게 국민을 바라보며 처리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과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원내수석부대표는 또, 이재명 당대표 사법리스크를 두고는 "검찰 공격으로만 보기엔 국민들께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라며 "우리가 먼저 선제적으로 찾아 반성할 것이라든지, 개혁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팩트>는 지난 3일 원내수석부대표에 임명된 송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나 당내 돈 봉투 의혹 및 당내 계파 갈등 및 현안 등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송 원내수석부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와 원내 '투톱'으로 당을 이끌게 됐다. 22대 총선 1년 앞둔 시점이라 부담이 컸을 텐데, 원내수석부대표직을 수락한 이유가 있나.
총선을 1년 앞뒀기 때문에 부담이 많이 컸다. 통합을 통해 당이 새로 거듭나야 한다는 박광온 원내대표 뜻에 공감한다. 그래야 우리가 다음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 우리 당 의원님들께서 국회에서 하고 싶었던 입법 활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국회에 정치가 복원됐으면 한다.
-박광온 원내대표가 ‘쇄신과 통합’ 메시지를 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다뤄져야 할 사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최근에 발생한 돈 봉투 사건을 비롯해 당에 여러 문제가 생겼을 때 투명하게 국민을 바라보며 처리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과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원내 운영에 있어서 의원들의 의견과 관심사가 원내 활동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돈 봉투 사건'을 두고 당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의원제 폐지안이 돈 봉투 사건 재발 방지 해법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오는데.
대의원제 자체는 정당법에 따라 부득이하게 필요하다. 대의원제의 단점은 당내 선거에서 대의원제가 지역위원장을 따라가는 선거를 한다는 점이다. 다만 대의원제는 당내에서 편중된 지역구도를 보완한다. 폐지를 두고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대의원제가 갖고 있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대의원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오히려 당내 민주주의를 해칠 수 있다고 본다.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자진 탈당했다.
의사를 존중한다. 하지만 나갔다고 해서 끝났다고 생각할 건 아니다. 사실을 정확히 규명하는 데에 같이 노력해야 한다.
-최근 돈 봉투 사건 수사를 두고 검찰 기획 수사라는 당내 비판도 나오는데. 검찰 출신 인사로서 이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나.
기획 수사로 봐야 한다. 발생한 어떤 사건을 사후적으로 수사하는 과정이 아니고 어떤 인사를 타깃으로 한 기획 수사라고 보는 것이 맞다. 수사 범위 역시 자연 발생적으로 하기보다는 검찰의 의도에 따라 수사 범위를 정한 것으로 보여 진다. 검찰개혁이 계속적으로 요구되는 이유가 거기에 바로 있다는 점을 검찰도 좀 알아야 한다.
-이재명 당대표 사법리스크 문제도 계속 거론되고 있는데.
대표께서 본인이 원칙을 갖고 최대한 좋은 길을 찾겠다고 했다. 검찰 공격에 따라 사법 리스크가 드러나는 여러 사안이 생길 수 있는데, 우리가 정확하게 잘못한 건 바로 잡아야 한다. 검찰 공격으로만 보기엔 국민들께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우리가 먼저 선제적으로 찾아 반성할 것이라든지, 개혁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친명계’ 지도부와 ‘비명계’ 원내대표단의 내홍 우려도 나온다.
온건한 비명이기 때문에 이번 지도부가 서로 잘 조화를 이룰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갈등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양쪽이 강하다면 갈등이 있을 수 있는데, 온건한 비명이다. 계파색이 굉장히 옅기 때문에 오히려 더 견고한 통합을 이룰 수 있다.
-박광온 원내대표 쇄신 행보를 두고 일명 ‘개혁의딸(개딸)’ 사이에서 반발도 나온다.
어디서나 그런 강성 지지층이 있을 수 있다. 당에 충성도가 있는 지지자들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반영해야 된다. 다만 거기에 무조건적으로 휘둘리지 않을 필요가 있다. 당에 도움이 되는 것이냐 아니면 실질적으로는 당의 민주화,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민주정치의 해가 될 수 있는 것이 없는가도 봐야 한다.
-여당과 입법·예산 협상 역할을 맡게 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 부탁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어떤 이익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민주 정치를 발전시키는 차원에서 선거법 개정을 이뤘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구를 비난하는 선거 말고, 정책을 앞으로 내세우는 선거가 되길 바란다.
-간호사법 등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대응 전략이 있다면.
어떤 경우든지 다소의 수정이 있더라도 협의를 통해 입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협상 여지가 있다면 노력을 해야한다. 다만 입법 취지가 아예 없어지는 정도까지는 우리가 할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국회법을 따라야 한다. 어제 윤재옥, 박광온 원내대표가 만났을 때 정치 복원 말씀하셨다. 충분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좋은 결과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이 대통령실 회동 제안을 거절해 윤석열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의 만남이 또다시 무산됐다.
과거 10년을 보면 영수회담을 하고 원내대표 간의 회동을 했다. 그게 관례다. 기본 원칙은 당 대표 간 여야 영수회담이 우선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패싱’ 등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녹취록 파문이 있었다. 어떻게 보고 있나?
태영호 의원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했다면 자기 정치를 위해 대통령을 팔았기 때문에 큰 문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대통령실이 여당을 보는 시각이 어떤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본인들이 여당을 좌지우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다. 당 차원에서 적절한 대응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 송기헌 의원은 누구?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후 1986년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2년부터 1999년까지 7년간 검사 생활을 하다 퇴직해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어 2005년 열린우리당 당협위원장으로 정치계에 입문했다. 2012년 19대 총선 때 낙마한 뒤 20대 총선에서 또 원주시 을에 출마해 이강후 당시 새누리당 후보와의 리턴 매치에서 당선됐다.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과 전반기 법사위 민주당 간사, 당 법률위원장 등을 맡았다. 21대 총선에서 53.8%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국회에 재입성, 지난 1일 원내수석부대표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