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이 2일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교육·노동·연금) 중 하나인 노동 개혁을 지원할 노동개혁특별위원회(노동개혁특위)를 출범했다. 노동개혁특위는 윤재옥 원내대표가 취임한 뒤 처음 꾸리는 원내 특별위원회다. '주 69시간제' 파동으로 한동안 움츠러들었던 정부·여당이 다시 '노동 개혁'을 앞세워 '노조 때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노동개혁특위 첫 회의에서 "노동 개혁 특위는 당 차원에서 노동 개혁 과제를 논의하고 실효적인 정책 대안 및 입법 지원책을 마련해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을 뒷받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가장 시급한 노동 개혁 과제 특권과 반칙 없는 공정한 노동시장으로 보고 기득권의 고용세습을 뿌리 뽑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1일) 페이스북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기득권의 고용 세습은 확실히 뿌리 뽑을 것"이라며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노동을 유연화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타파할 것"이라고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같은 날 "노동 개혁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구현을 위한 노사 법치 확립과 노동 약자 보호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노동 개혁은 윤석열 정부에서 가장 최우선되는 국정과제로 근로자의 합당한 권리를 보장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더 만드는 근로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위한 것"이라며 "기존의 노동법제와 수십 년간 정체돼 적폐가 쌓인 후진적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혁하는 것은 한치도 늦출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위의 가장 노동 개혁 과제는 특권과 반칙 없는 공정한 노동시장"이라며 "또한 일하는 방식의 개선,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원하청 상생 협력 방안 등 현재 대두된 노동 개혁 의제들에 대한 현장 소통을 강화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개혁특위는 공정성·노사법치 안전성 등 근로자의 입장에서 의제를 선정하고 근로자가 만족하는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도 거대 노총을 위한 거짓 노동 입법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국민과 근로자 입장에서 건강하고 공정한 노동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개혁의 대상은 '노조'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근로자의 날인 어제 양대 노총이 서울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7월 총파업 투쟁을 선포했다. 이들이 세운 구호는 근로자의 권익에 관한 것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반정부 투쟁"이라며 "수년간 변한 것이 없는 전형적인 기득권 노조의 투쟁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분명한 것은 기득권 수호에만 전념하며 불법과 폭력을 일삼는 기존의 투쟁 방식과 방향은 국민들한테 이미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과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간접고용노동 중간착취 제도 개선 간담회에서 전날 분신한 건설노동자를 언급하며 "대한민국의 노동 현실이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53년 전으로 퇴행한 것 같다"며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노조 탄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 69시간 노동, 파견업종과 파견 기간 확대 같이 노동자를 갈아 넣어 기업의 배를 불리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중단하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전날 열린 '2023 세계노동절 대회'에서 "압수수색은 일상이 됐고, 건설노동자들의 구속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민주노총에는 '불법 비리'·'폭력 간첩' 등 온갖 낙인을 찍고 있다"면서 정부의 노동 개혁 기조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불평등·양극화 해결의 첫걸음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노동시간은 줄이고, 임금은 올려야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며 "노조법 2·3조 개정을 통해 노조 할 권리와 함께 산별교섭 및 단체협약 효력 범위 확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같은 날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윤석열 정권은 공권력을 동원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과 화물연대 파업에 강압 대응하고, 올해는 건설노동자를 '폭력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현 정부의 유일한 노동정책은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 조장과 여기에 기초한 노조 때리기, 노조 배제뿐이다. 사회적 대화는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첫 회의를 연다. 지난 18일 공익위원 논란으로 한차례 파행을 겪은 바 있다. 최저임금 인상률과 업종별 차등 적용 등 노동계와 정부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데다, 국회에서는 야당이 노란봉투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 직회부를 예고했다. 정부·여당이 '노동 개혁'을 꺼내들어 맞설 것으로 보여 정부·여당과 야당·노동계와의 '강 대 강' 대치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