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돈 봉투 의혹 사건'으로 고립무원에 빠졌다. 5선 국회의원과 광역자치단체장, 민주당 대표 출신이라는 무게감과 달리 당 안팎으로부터 사실상 '외면' 당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을 탈당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비치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소속 정치인 등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단일대오를 형성해 맞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 발생한 서초동 집회와 이재명 대표의 검찰 수사로 인한 장외 집회가 대표적이다. 송 전 대표가 받는 의혹의 파급력 또한 전례에 못지않지만, 당 안팎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상대 없는' 내부 문제...증거 규모 방대, 되치기 우려
송 전 대표를 둘러싼 돈 봉투 의혹 사건의 배경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다. 민주당 선거에서 발생한 논란인 데다 이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이들 역시 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 자체 문제인 만큼 송 전 대표를 보호해야 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검찰이 과도하게 수사한다던가 여당 측에서 공세를 펼친다고 하면 싸움이 될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상대방이 없는 민주당 자체 문제"라며 "내부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민주당 쪽에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국 사태 당시 '검찰개혁'을 기치로 내걸었고, 이 대표와 관련해서는 '검찰 독재'로 맞선 바 있다. 하지만 돈 봉투 의혹은 민주당 내부 사건으로 송 전 대표를 지원하는 건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검찰에서 확보한 사건 관련 녹취록 등 증거의 규모가 방대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앞서 검찰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에서 3만 건 이상의 통화 녹음파일을 확보한 바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녹취만으로도 파장이 상당한 상황에서 송 전 대표를 지원하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도 관련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박범계 의원은 지난 25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 부분(돈 봉투 의혹)에 대해 언급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야당 탄압 주장에) '말 같지 않은 소리다'라고 단언하는 것은 뭘 알고 하는 얘기인 것 같다"며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에게까지 보고된 것을 보면 검찰이 확실한 뭔가를 잡은 것 같아 걱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화살은 이재명에게"...宋, 정치 세력 부재한 탓도
송 전 대표에 대한 지원이 이 대표에게 화살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 전 대표와 이 전 대표가 '특수관계'로 묶인다는 이유에서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 자신의 지역구(인천 계양을)를 이 대표에게 사실상 물려줬다. 이에 여당은 송 전 대표와 이 대표를 '이심송심'(이재명의 마음이 곧 송영길의 마음), '송이연대'(송영길-이재명 연대), '전·현직 당 대표 더블리스크' 등으로 묶어 공세에 나서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현직 당 대표가 갖고 있는 문제가 한 두건이 아닌 데다 전직 당 대표 역시 이번 논란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며 "전현직 당 대표가 서로 연계돼 있는 상황에서 송 전 대표에 대한 문제를 키우게 되면 이 대표가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전 대표에게 정치적 '세'(勢)가 없다는 점도 당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송 전 대표는 5선 중진 의원에 당 대표까지 역임했지만, 이른바 '송영길계'로 분류되는 현역 의원은 윤관석·이성만 의원 정도다. 공교롭게도 윤 의원과 이 의원은 돈 봉투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당한 바 있다.
인천 지역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송 전 대표는 그동안 혈혈단신으로 해왔기 때문에 세력도 없고 조직도 없다"며 "매번 혼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주변에 따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 것들이 복잡 미묘하게 작용해 당의 지원을 이끌어내 못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29일 송 전 대표와 경선 캠프 관계자 등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