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새 원내대표 박광온…이재명 체제 경계 신호?


결선 투표 없이 '과반' 당선된 박광온…비명 표 쏠린 듯
당내 통합 강조, 정부·여당엔 "물러서지 않겠다"

더불어민주당이 차기 원내 사령탑에 3선 박광온 의원을 선출했다. 박 의원의 원내대표 도전은 지난해 고배를 마신 후 2번째다. 왼쪽부터 이 대표, 박 신임 원내대표, 박홍근 전 원내대표. /국회=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원내 사령탑에 '3선' 박광온 의원이 올랐다. 이낙연계이자 '비명'(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그의 당선은 '이재명 체제'에 대한 당내 경계의 시선이 담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박 원내대표는 당장 직면한 '돈 봉투 의혹' 등 사법 리스크 대응 쇄신안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차기 총선 승리, 여야 대립 속 쟁점 법안 처리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28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 원내대표가 당선됐다. 선거기간 초반 '친명' 일부의 지지를 받은 홍익표 의원과 양강 구도를 형성해 결선 투표까지 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선거 당일에는 박 원내대표가 과반을 얻어 결선행 없이 선출됐다.

박 의원은 1984년 MBC에 입사해 보도국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에 입당했으며 2014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문재인 전 대표 체제 당시 비서실장을, 이낙연 전 대표 체제에서는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어 '이낙연계(NY)'로 분류된다. 21대 국회에서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맡았다.

후보군 중 유일한 '비명계' 의원이었던 박 원내대표가 당선된 것을 두고 '친명 지도부 체제'에 대한 균형과 견제가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당 쇄신 요구를 수용해 지명직 최고위원과 정책위의장, 전략기획위원장 등에 대해 당직 개편을 단행했지만, 아쉽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총선이 1년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공천 등 의사 결정 과정에서 '당내 2인자'인 원내대표의 역할은 크다. 박 원내대표는 향후 총선 전략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을 언급하기도 했다. 때문에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박 원내대표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후보군 중 유일한 비명계 의원이었던 박 원내대표가 당선된 것을 두고 친명 체제에 대한 균형과 견제가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박홍근 전 원내대표(오른쪽)와 축하 인사를 나누는 박 원내대표. /이새롬 기자

한 비명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비명계인 박 원내대표 선출과 배경에 대해 "원내대표가 선출되고 나면 총선 전 본격적이고 다양한 당내 양상이 펼쳐질 텐데, 원내대표까지 친명계가 된다면 당내에서 '보완재' 역할을 해 주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이재명 체제'에 대한 경계 신호라는 분석도 고개를 들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결과를 보니) 당 내부적으로는 그만큼 이 대표에 대한 반발이 많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원내대표 투표 결과로 이 대표 체제를 두고 지속성을 경계하는 생각들이 나타난 것 아니겠나"라며 "박 원내대표와 최소한 비명계 의원들의 입장을 균형 있게 반영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재도전 끝에 원내사령탑에 오른 박 원내대표는 총선 승리를 견인하는 것뿐 아니라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국회 내 여야의 강대강 대결 국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및 당내 '돈 봉투 의혹' 대응,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쌍특검 추진 등 원내 지도부의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특히 박 원내대표는 '돈 봉투 의혹' 등 사법 리스크를 두고 강한 '쇄신' 의지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그는 당선 소감에서 '돈 봉투 살포 의혹' 대응에 대해 "의원총회를 최대한 빨리 열어 지혜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의견은 수사선상에 오른 의원들을 우선 출당 조치하고 자체 진상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측과, 논란을 확대하지 않도록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갈려 있다. 박 원내대표는 조속히 의총을 열어 쇄신 방안에 대한 총의를 모아 대국민 보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 박홍근 전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여야 쟁점 법안 처리를 두고도 박 원내대표는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민주당은 현재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방송 3법'(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의 처리를 두고 여당과 평행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법안 내용, 표결 시기 등을 두고 협상 힘겨루기가 예상돼 여야 갈등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견제하겠다면서도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당선 소감에서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는 사람이 없다. 정부 여당이 지금이라도 국정 운영의 기조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라며 "50억 특겁범과 김건희 특검법을 겸허히 수용하기 바란다. 그래야 국민과 함께 가고 국민과 협치할 수 있다. 그래야 민주당과도 협치가 가능하고 대한민국의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선 박 원내대표의 향후 원활한 원내 운영을 기대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뿐 아니라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 신망이 깊고 의원들 사이 두루 친분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총선이 1년 남은 상황과 여러 법안 처리를 앞둔 상황에서 이 대표와 함께 어려운 시기를 함께 잘 헤쳐 나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있다"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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