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에게 넷플릭스 투자 유치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정치권이 또다시 '영부인의 역할'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야당은 "김 여사가 무슨 자격으로 투자 관련 보고를 받느냐"며 '제2의 국정농단'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은 "대통령 부인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며 민주당의 지적이 과하다고 반박했다.
24일(현지시간) 대통령실 관계자는 워싱턴D.C.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넷플릭스 투자 발표와 관련해 "김 여사도 이번 유치에 적극 관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 여사가 어떻게 개입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중간중간에 진행되는 부분을 대통령에게 먼저 보고 드리고, 콘텐츠 관련해 관심이 많았던 영부인께도 진행 상황을 보고드린 적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넷플릭스 투자 유치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야 정치권은 '김 여사의 역할'을 놓고 찬반 논쟁이 불거졌다. 여권은 문화, 예술 문야에서 두각을 보였던 김 여사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자, 영부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입장이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문화, 환경 등 이슈는 대부분 국가에서 대통령 배우자가 관심을 두고 챙기는 분야"라며 "더구나 국내 작가, 배우들에 대한 지원을 당부한 것도 대통령 배우자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도 "대통령 부인이 일정을 몰라야 하느냐"며 "김 여사는 마크로스코전 등 전시계에서 큰 기록을 세웠던 전문가이자, 흥행의 매지션 평가를 받은 분이다. 대통령 부인도 순방외교에서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대통령 부인은 꼭 알아서 안 될 부분을 제외하고는 다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김 여사의 문화, 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을 지적하는 것이 아닌 '김 여사가 직접 보고를 받은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역대 영부인들 중 직접 무언갈 보고 받았다는 전례를 처음 본다"며 "적절치 않은 행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선 때 국민들에게 조용히 내조하겠다고 한 약속을 아무런 해명 없이 지키지 않고 있다" 며 "어느 때보다도 광폭 행보를 하는 김 여사에 대한 국민들 시선이 곱지 않다"고 꼬집었다.
안 의원은 이러한 김 여사 행보 배경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VIP2'라고 불린다고 한다. (김 여사) 본인이 공동 권력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넷플릭스 투자 유치에 대한 어떤 과정을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 보고할 수는 있다. 하지만 영부인은 각종 의전 행사에서 대통령 부인으로서 국격을 높이는 업무를 하는 게 맞다"며 "대통령으로 착각하시는 것 같다. 주요 정책 사안에 대해서는 영부인께서 관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민주당의 '제2국정농단' 비판이 과도하다는 목소리와 김 여사의 보고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김 여사는 72년생, X세대 사람"이라며 "개성이 강하고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려고 하는 캐릭터라, 문화·예술 쪽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고 그게 우리나라 국가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엄 소장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인데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비호감도가 너무 높은 상황에서 김 여사에 대한 언론의 주목도가 높다 보니 '김건희 마케팅'으로 야당에서 물고 늘어지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종형 정치평론가는 "이희호 여사의 경우도 DJ 국정 파트너로 불리며 여성 정책, 여성 인사 등에 관련해 많은 역할을 하셨다"며 "김 여사가 전공이었던 문화, 예술 분야에 힘을 쓰는 데에 대해 부적절하다고만 얘기하는 건 과한 비판"이라고 봤다.
반면 김수민 평론가는 "과거 역대 정부에서는 영부인이 관여하는 자체가 부담이 돼서 말을 아꼈다"라며 "영부인을 담당하는 제2부속실이 없는 상황에서 보고를 받는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평론가는 "김 여사가 보고를 받았다는 것은 권력 계통 속에 있는 사람으로서 처신을 한 셈"이라며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렇게 브리핑하는 것도 옳지 않고, 자랑하려다 되레 일을 키운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윤 대통령 부부는 블레어하우스에서 첫 방미 일정으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넷플릭스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4년 동안 K-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3375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