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배상 해법을 발표한 지난달 6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에 접수된 기부 건수는 모두 9건으로 확인됐다. 총 9건 중 금액이 공개된 건수는 7건으로 합산 금액은 40억9600만 원이다.
<더팩트>가 24일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행안부 자료에 따르면 '재단 기부금 접수 내역'에서 기업 개인·기업·단체 기탁자는 총 9군데로 기재됐다. 개인 실명, 그리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와 개인 1명의 기부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개인 기부 건수는 총 4건이다. 금액은 각각 5000만 원, 1000만 원, 100만 원과 비공개다. 지난달 17일 동아일보는 '재일교포 2세인 김덕길 가네다홀딩스 회장이 개인 명의로 5000만 원, 서울대 일본 총동창회 명의로 500만 원을 재단에 기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5000만 원을 기부한 개인은 1명이어서 김 회장으로 특정된다.
기부 참여 기업은 포스코와 ㈜오토스윙 2곳으로 액수는 각각 40억 원과 2000만 원이다. 포스코가 지난달 15일 기부금을 납입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기업 참여로는 두 번째다. 단체로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서울대 총동창회, 서울대 일본 총동창회 3곳이 기록돼있다. 서울대 총동창회는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제3자 변제안은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원고에 대해 정부 산하 재단이 전범기업 대신 배상금을 지급한다는, 정부가 내놓은 강제동원 피해 배상 해법이다. 외교부는 지난달 6일 제3자 변제안 발표 당시 "한일 민간의 자발적 기여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며 "계류 소송의 경우에도 원고 승소 확정 시 판결금 등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행안부 자료에 따르면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2명은 지난 7일, 8명은 14일 배상금을 수령했다. 지급 금액은 원고에 따라 다르지만 인용금액(1인당 8000만 원~1억 원)과 지연이자를 합쳐 2.5억 내외다.
현재 계류 중인 소송은 대법원(9건), 2심(6건), 1심(52건) 등 총 67건으로 원고 110여명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재단 입장에선 더 많은 민간의 기여가 필요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민간에서 기부에 적극 참여해 기금이 모이기에는 국민 여론이 만만치 않다"고 평가했다. "제3자 변제안 자체는 불가피한 측면이 분명히 있는데, 이를 두고 나오는 윤석열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발언 때문에 국민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윤 대통령이 24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일본이 (용서를 구하기 위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것을 예로 들었다. 해당 발언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과와 반성이 없어도 한일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양 교수는 "국민들은 과거사 문제를 인권·평화라는 가치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고, 일본과 가치 연대를 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고식적인 냉전 논리로만 한일관계를 바라보면 제3자 배상안을 옹호하는 말이 나올수록 여론이 더욱 나빠질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