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변 외 1~2개 비밀 핵시설 운영, 핵무기 45기 보유"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 VOA 인터뷰

2018년 4월 촬영된 북한의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 위성 사진. /디지털글로브

[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북한이 평안북도 영변 핵단지 내 우라늄고농축시설 외에 1~2곳의 비밀 농축시설을 더 운영하면서 핵물질 추출을 위한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을 것이라고 미국의 핵 전문가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이 주장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현재 최소 약 45기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ISIS 소장은 18일(현지시각) 미국 국무부 산하 공영방송인 미국의 소리에 "북한이 7000개에서 최대 1만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원심분리기는 우라늄 핵연료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비로 원심력을 가해 우라늄의 동위원소인 우라늄-235(U-235)와 우라늄-238(U-238)을 분리, 추출하는데 사용된다. 핵무기 개발과 핵발전에 이용되는 만큼 원심분리기의 사용은 국제사회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VOA에 "북한이 가스 원심분리기에 필요한 재료와 장비를 꽤 많이 조달했다"면서 "이중 3000~4000개는 영변 핵단지에, 나머지 4000~6000개는 1~2곳의 비밀장소에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 감시 사이트 '38노스'가 인용한 파키스탄의 핵개발과 핵확산 주범인 A. Q. 칸 박사가 설계한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원심분리기 연결장치) 설계에 따르면, 천연우라늄을 무기급인 90%로 농축하기 위해서는 5단계를 거쳐야 하며 각 단계마다 수많은 원심분리기가 필요하다. 1~2단계에 각각 1968개, 3단계 1312개, 4단계 456개, 90%를 농축하는 5단계에는 128개가 필요하다. 총 5832개의 원심분리기가 필요하다.

이란 나탄즈 핵시설에 있다고 이란 공영방송이 공개한 핵물질 추출용 P-2 원심분리기들이 배열돼 있다./자유유럽방송(RFERI)

그는 영변 외 핵시설로 의심된 '강선 핵단지'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탓에 이곳의 원심분리기를 다른 비밀 시설로 옮겨 운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2000년대 초반 6자회담 당시 검증을 위해 파견된 미국과 한국,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에게 원심분리기 시설을 감추기 위해 북한이 우라늄 고농축 시설을 영변 이외 지역으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2004년 파키스탄과 핵개발 협력을 하면서 원심분리기 프로그램을 지원받았으며 6자회담 정신에 위배되는 탓에 지원받았다는 사실을 숨겨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무기급 우라늄 생산과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원심분리기 연결 장치)와 원심 분리기 숫자(괄호안)./38노스 캡쳐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영변 이외의 우라늄 농축 비밀 시설의 존재를 인정하게 만들지 않고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 비핵화를 추진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추가 시설에서 원심분리기 가동을 늘리고 영변에서 시험용 경수로를 가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물질 증산 지시와 관련이 깊다고 평가했다.그는 대북제재와 코로나 봉쇄로 조달의 어려움이 서서히 풀리면 북한의 핵 개발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현재 약 45기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그는 앞서 지난 10일 발표한 '북한 핵무기 보유고 추정치' 보고서에서도 "북한이 경우에 따라 만들 수 있는 핵무기는 35기~65기 사이이며, 중간 값은 45기"라고 밝혔다. 그는 추정치는 북한의 플루토늄과 무기급 우라늄 생산을 바탕으로 평가했다면서 북한은 단순 핵분열탄과 고농축 우라늄·플루토늄 배합 무기, 수소폭탄 혼합 무기 등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jacklondon@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