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미세먼지와 황사로 대기질이 매우 나쁜 수준을 보인 이번 주, 정치권도 혼탁했다. 대통령실은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정부 도·감청 의혹을 두고 오히려 미국을 두둔해 국민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도청한 미국 정부가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는데도 정작 피해 당사자인 우리 정부는 '위조'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논란을 최소화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대통령실 대응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초긴장 상태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이 이른바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번졌다.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연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은 지난 12일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한편 임종성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배우자가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주식을 재산 내역에 신고하지 않아 물의를 빚었다. 지지율 하락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공세를 퍼부으며 국면 전환을 노리고 있다.
◆민주당, '이정근 게이트'?…윤관석·이성만 "檢 압색, 억울",송영길 "죄송"
-지난 12일 검찰이 민주당 3선 중진인 윤관석 의원(인천 남동을)의 국회·인천 지역구 사무실과 자택, 민주당 이성만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과 집, 강래구 한국감사협회 회장 자택, 민주당 관계자 관련 장소 등을 압수수색했어.
-검찰은 두 의원과 강 회장,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 조모 씨,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 씨, 민주당 관계자 등 9명이 이 사건 피의자라고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했어. 이들은 모두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지. 이 전 사무부총장은 송영길 전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어. 검찰은 연루자들이 전당대회 당시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현금 9400만 원을 민주당 현역 의원 등 당내 인사 40명에게 전달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져.
-윤 의원과 이 의원은 압수수색 이후 자신들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야당 탄압' '기획 수사'라며 결백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송 전 대표는 현재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이야. 그는 일부 매체와 현지에서 만나 "이 전 부총장의 개인적인 일탈행위를 감시·감독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당시 당대표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국면을 반전시키기 위해서 검찰이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어.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이정근 게이트'가 터진 것이라며 맹비난 중이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돈 봉투 선거가 169석을 가진 원내 제1당의 당내 선거에서 횡행하고 있었다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쯤 되면 민주당 전대는 '돈당대회' '쩐당대회'라고 표현될 정도"라고 일갈했어.
-이 전 사무부총장과 송 전 대표는 어떤 관계야?
-표면적으로는 이 전 사무부총장이 지난 전당대회, 서울시장 선거 등에서 송 전 대표를 가까이에서 도왔던 것으로 보여. 이 과정에서 지금의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진 것 같아. 그런데 이 전 사무부총장의 불법 정치자금법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가을, 정치권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매우 각별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어.
- 송 전 대표는 "개인 일탈"로 선을 그었는데, 두 사람 관계가 어느 정도길래 각별하다고 본 거지?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사무부총장이 서초갑 지역위원장 당시 송 전 대표를 종종 불렀다고 해. 그런데 일반적으로 오지 않아도 될 자리에 송 전 대표가 왔다는 거야.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민 2~3명이 모인 자리에서 이 전 사무부총장이 송 전 대표에게 전화했는데 정말로 와서 놀란 적이 몇 차례라고 해.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오기엔 너무 인원이 적은 것은 물론이고, 송 전 대표 지역구와도 정반대인데 말이야.
-단순히 그렇다고 두 사람의 관계가 특별하다고 볼 수 있을까?
-물론 특별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어. 하지만 또 다른 이야기를 들었을 땐 뭔가 있는 것 아닌가 싶었어. 민주당에서 서초는 무척 힘든 지역구야. 이 전 사무부총장이 험지를 맡았다는 점은 높게 살 만도 하겠지만, 정치적 관록이나 정치력에는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지. 그래서 비례대표 출신의 모 의원이 이 전 사무부총장 지역구 지역위원장을 하고 싶었다고 해. 이 관계자는 "모 의원에게 지역위원장을 하면 가능성이 없지 않을 텐데 왜, 하지 않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의원이 하는 말이 '송영길 대표 때문에 안 된다'며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어. 송 전 대표가 이 전 사무부종장을 상당히 챙겼다는 것으로 읽혔어.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여러 가지 상황을 지켜볼 때 두 사람의 관계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지.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이 관계자의 말에 무게가 실리는 것 같아.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14일 송 전 대표를 향해 "그냥 제 발로 들어오시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 그런 생각이 든다. 그게 좀 더 당당하지 않을까"라고 했어. 송 전 대표가 파리에서 자진 귀국할지 모르겠지만, 정치권의 시선이 모이는 것도 사실이야.
◆'사람 문재인' 영화 5월 개봉..."잊히고 싶다더니" 엇갈린 반응
-문재인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5월에 개봉한다는데, 어떤 내용이지?
-영화 소개 글에는 "퇴임 이후 최초로 공개되는 평산마을에서의 일상과 인터뷰, 오랜 시간 곁에서 동고동락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 문재인'을 이해해보려 한다"고 설명하고 있어. 공개된 예고편을 보니 문 전 대통령이 반려견 '토리'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 등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의 일상을 조명할 것으로 보여. 또 수염을 기른 문 전 대통령이 "나는 원래 일하는 것보다 노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감독이 문 전 대통령을 10시간 넘게 인터뷰했다고 해. 또 "선택하고 나면 최선을 다하는 분이다", "빈틈이 없어 갈린 칼 같다", "굉장히 잘 들으신다"는 등 주변인 인터뷰도 담았어.
-영화 개봉에 대한 반응은 좀 어때?
-우선 지지자들은 "꼭 보러 가겠다"며 환영하고 있어. 영화 배급사 측은 상영관 확보를 위해 후원금을 모집하고 있는데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 따르면 14일 1시 기준 후원자 2948명과 1억4000만 원 넘는 돈이 모였어. 목표 금액 3000만 원의 4배를 훌쩍 넘은 수준이야.
-개봉이 안 된 상태인데도 평점이 극과 극으로 갈려. "기대 만발" "성군이었다" "누가 뭐래도 내 대통령"이라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있어. 반대로 "잊혀지세요. 제발" "역대 최악의 무능한 대통령" 등의 비판 글도 올라와 있어.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해당 영화에 대한 평점은 6.1점(14일 오후 기준)이야.
-영화를 만든 이창재 감독은 지난 201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제작했었어. 6년 만의 신작인 셈이야.
-정치권 안팎에선 '영화 제작이 적절한가'라는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야. 노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타계한 지 8년이 지난 후에 만들어졌는데 퇴임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 영화 개봉은 이 경우와 다르지 않냐는 거지. 또 영화에는 본인 인터뷰도 담기는데 "퇴임 후에는 잊히고 싶다"고 했던 말과도 어울리지 않다는 시선도 있어.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잊힌 삶'을 살고 싶다면 본인을 신격화하는 다큐멘터리 개봉을 멈추고, 국민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면 재임 시절 저질렀던 수많은 과오에 대한 비판을 당당히 받아들이라"고 했고, 전여옥 전 의원도 "탈원전, 울산 부정선거, 북한과 내통, 마약 수상 방치까지 다뤘다면 '관객 모독'에 성공할 것"이라며 비꼬았어.
-야권 내에서도 환영 목소리만 있는 건 아냐. 특히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좋아했던 분이었는데 퇴임 후 갈수록 애증도 안 남는다" "영화 개봉은 좋게 생각하기 어렵다 영화는 총선에 마이너스면 마이너스지, 절대 플러스는 아니다"라며 우려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어.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로 돌아간 이후 문 전 대통령은 가끔 SNS로 글을 올리긴 했지만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극도로 꺼렸어. 영화 제작을 수락한 배경이 정말 궁금하네.
-'친문 핵심' 윤석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감독이) 나름 시리즈로 생각을 하신 것"이라며 "대통령 재임 때부터 계속 다른 사람들 인터뷰도 따고 자료도 모으고 다 해놓으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문 전) 대통령이 인터뷰에 응해 주신 것"이라고 설명했어. 감독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수락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되진 않네(웃음).
-영화는 오는 29일과 30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특별 상영을 통해 첫선을 보일 예정이야.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비평서 '언론자유의 역설과 저널리즘의 딜레마'를 소개하면서 언론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어. 지난 2월부터 시작한 책방 공사도 곧 마무리된다고 해. 전직 대통령의 조용하지만 꾸준한 행보가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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