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일시 귀국해 정치권 주요 인사들을 만나 그의 행보가 조명받고 있다. 이 전 대표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은 극단적인 팬덤 정치와 정치 양극화 문제 해소 방안에 대한 토론장을 열었다. 당 안팎에서는 계속되는 수사와 재판으로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오는 6월 귀국하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총선 역할론이 나오고 있다. 이낙연계(NY)계는 이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면서 "당내 정치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놨다.
이 전 대표 측 '연대와 공생'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치공황의 시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정기 심포지움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연대와 공생' 부이사장인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과 남평오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NY계' 원내 인사인 김철민·윤영찬 의원이 참석했다. '비이재명계'로 꼽히는 이들도 모습을 보였다. '중진' 홍영표 의원실이 심포지움을 공동 주최했고, 조응천·박용진 의원도 행사에 참석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팬덤 정치의 폐해와 민주주의 위기를 지적했다. 홍 의원은 축사에서 "태극기와 개딸로 상징되는 극단적인 팬덤 정치가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인데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낙연 전 대표가 안 계시지만 '연대와 공생'이 던지는 과제들은 앞으로 우리가 더 힘을 모아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부이사장은 일부 정치인과 극성 유튜버가 결합해 팬덤 정치가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 이후 강성 지지자들의 '비명계 좌표 찍기'를 예로 들면서 "무당급 유튜버들과 팬덤과 가짜뉴스와 저질 지도자들이 결합된 것이다. 우리가 반성해야 하는 대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 지지자들만 호소하는 것을 끊어내는 결단이 필요한 것 같다. 이 결단은 결국 정치에서 풀 수밖에 없고 정당이 끊어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윤영찬 의원도 "정치의 양극화를 넘어서 증오를 팔아야 하는 증오사업주의, 증오자본주의 단계까지 가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미움을 팔아야 하는 구조를 어떻게 타파할 건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제는 (이 고민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했다. 김철민 의원은 "엄중한 시기에 내년 총선도 있고 잃어버린 정권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민주당 내에서만이라도 정당의 민주화, 사당화를 방지하면 좋겠다"면서 당내 사당화 문제를 거듭 언급했다. 극단적 팬덤 정치와 사당화 모두 이 대표 체제에서 제기되는 문제로,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공교롭게도 현재 이 전 대표는 장인상을 치르기 위해 미국에서 일시 귀국해 한국에 머물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민주당 지도부 등 정치권 인사들을 줄이어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에게 "당을 잘 이끌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을 계기로 정계 복귀가 임박한 이 전 대표의 총선 역할론도 재부상하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는 이달 말 한국의 외교를 주제로 한 책을 출간하고 출판 기념회를 연 뒤 오는 6월 미국 체류 활동을 완전히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특히 최근 들어 한일 정상회담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 비판 메시지를 연달아 내는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활동을 재개하면서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또 이 전 대표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남평오 연대와 공생 운영위원장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표 근황을 소개하면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나아갈 길에 대해서 '더 거듭날 수 있고 더 커질 수 있도록 치열하게 다퉈서 엉터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는 당부와 함께 본인도 그동안 국민께서 주신 사랑과 은혜를 받은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위기를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남 위원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전 대표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는 6월에 귀국해서 위기를 그냥 방치하지는 않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이라면서 "폭넓게 보면 한국 정치, 한국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당내에선 이 대표가 당직 개편 등 인적 쇄신을 단행했지만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이 틈을 파고 들어 '중도층' 지지를 받는 이 전 대표가 1년 앞둔 22대 총선에서 역할을 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민주당 다수 의원들은 이 대표 체제를 관망하는 분위기지만 재판 경과에 따라 이 대표 퇴진론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이낙연 역할론'에 대해 "그건 본인이 판단할 영역이지만 당을 위해서 이 대표가 도와달라고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당장의 역할론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다만 향후 당내 여건에 따라 정치적 행보를 보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NY계 한 의원은 "그분이 당장 당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 대표에게 '당을 잘 이끌어달라'고 했으니 그분의 성품상 나서서 (행보를 보이고)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돌아왔을 때 6월 하순 7월 초에 정치 상황, 당의 상황을 복합적으로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