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미국 정보기관이 우리나라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도·감청했다는 의혹이 미 언론 보도로 제기되면서 국내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10일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고, 상황 파악이 끝나면 필요할 경우에 미 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통령실은 야권 일각에서 제기된 대통령실 이전으로 도·감청이 이전보다 쉬워졌다는 주장에 대해선 "청와대 벙커보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가 보안과 안전이 훨씬 더 탄탄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 감청 의혹에 대해 현재까지 파악한 가장 무게가 실린 결론은 무엇이고, 어떤 조치를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지금 미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라며 "미 국방부도 법무부에 조사를 요청한 상황이다. 사실관계 파악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보도가 나온 상황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며 "유출됐다고 주장하는 자료 대부분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내용이다. 미 측에선 유출된 자료 일부가 수정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정 세력의 개입 의도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양국의 상황 파악이 끝나면 우리는 필요할 경우 미 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이 과정은 한미동맹 간에 형성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이번 사건을 과장하거나, 혹은 왜곡해서 동맹관계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면 많은 국민으로부터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도·감청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측이 대통령실로 들어가는 모든 선과 장비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대통령실 청사의 보안 문제는 (청와대에서) 이전해 올 때부터 완벽하게 준비했고, 지금도 정기적으로 점검이 이뤄지고 있고, 그간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청와대 시절 벙커의 구조물은 반쯤 지상으로 약간 돌출되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근무하는 곳의 보안이라든지 안전은 오히려 여기가 더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NSC(국가안전보장회의)의 보안이나 안전 이런 부분은 청와대보다 용산이 훨씬 더 탄탄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내일(11일)부터 3박 5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할 예정이다. 김 차장은 이번 방미 기간 윤 대통령의 이달 말 방미를 위한 사전 준비 협의와 도·감청 의혹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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