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 장인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지난 대선 경선 때 경쟁을 펼쳐 온 두 사람이 대면한 것은 13개월 만의 일이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에게 "당을 잘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이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정치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9일 오후 3시쯤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이 전 대표 장인 빈소를 찾았다. 이 대표는 조문에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를 대동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조문은 개인 일정으로 하자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 대표는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 천준호 비서실장 등과 약 20분 동안 빈소에 머물며 유족을 위로했다.
조문 후 이 대표가 나설 땐 이 전 대표가 빈소 앞까지 배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와 이 대표가 서로 양손을 맞잡기도 했다.
이 대표와 이 전 대표는 이날 정치적 현안 관련 대화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민수 대변인은 조문 후 "이 대표가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했고, 이 전 대표는 거기에 대해 조문을 와줘서 고맙다고 답했다"며 "이 대표는 미국에서 연구한 것, 생활한 것에 관해 물었고 이 전 대표는 그에 대해 설명하는 정도의 대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천준호 비서실장도 "문상 얘기만, 애도만 표시했다"며 "조문이지 않나. 정치적 의미는 전혀 부여하지 말라. 별 말씀 안 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에게 '당을 잘 이끌어 달라'고 했다는 전언도 있었다.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와 이 전 대표의 대화에 대해 "문상에 관한 일반적 얘기를 첫째 했고, 장지를 어디 모시고 입관식 때 눈물이 나더란 인간적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가 특강을 한 내용이 참 좋더라고 했고, 이 전 대표가 6월 베를린에 가서 특강을 하고 6월 하순에 귀국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당을 잘 이끌어 달라고 하자 이 대표가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며 "오늘은 주로 순수한 문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서로 덕담을 나누는 그런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날 장례식장에선 한 중년 남성이 조문 후 나서는 이 대표를 향해 "부끄럽지 않느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 남성은 "개딸들(이재명 지지자들) 시켜 이낙연을 출당 조치시킨 사람이 여길 어떻게 오느냐, 말이 되느냐"고 외쳤다. 그는 취재진에게 "나는 이 전 대표와 상관없는 (민주당) 지지자인데 조문하러 왔다가 열받아 얘기했다"고 행동 배경을 밝혔다.
한편 이날 이 전 대표 장인 빈소엔 한덕수 국무총리,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조문했다.
이 전 대표는 장례 일정 등으로 인해 약 일주일간 한국에 머물다가 미국으로 다시 출국할 예정이다. 그는 현지에서 책 출간 작업 등을 마무리한 뒤 6월 독일 특강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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