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119처럼 어디든지 신속하게 달려가 국민을 살리겠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국회에서 현 지도부 체제 출범 이후 첫 당내 민생 특별위원회인 '민생119' 첫 회의를 주재하며 이같이 말했다. 본격적으로 활동에 돌입한 특위 구성원들을 향해 "현안별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부터 해결하고, 실제 개선이 이뤄지고 국민이 체감할 활동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9일 취임한 이후 민생 행보에 주력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경희대를 찾아 정부 추진 사업인 '천원 아침밥'을 먹으며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이보다 앞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긴급 생계비 소액 대출' 추진 현황 등 서민 금융 상황 전반을 점검하기도 했다. 직접 현장 민심을 듣고 챙기며 민생 정책 역량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당장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현안에 대해서도 김 대표가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한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31일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보류하기로 했는데, 김 대표의 강한 의중이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애초 당정은 한국전력·가스공사 등 공공기관 재정 악화를 고려해 요금 인상에 무게를 실었다.
김 대표의 행보는 최근 당 지지율 내림세와 무관치 않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27일~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2512명을 상대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0.8%포인트 하락한 37.1%, 더불어민주당은 1.7%포인트 오른 47.1%로 나타났다. 양당 지지율 차이는 10%포인트로, 3주 연속 오차범위 밖 격차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김 대표 체제 이후 국민의힘은 줄곧 민주당에 열세다. 3월 2주 차(與 41.5%-野 42.6%) 때 민주당에 역전을 허용한 이후 3주 연속이다. 특히 전통적 표밭인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서 여당 지지율은 각각 3.7%포인트, 1%포인트 떨어졌다. 국민의힘은 6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민주당에 밀렸는데, 이마저도 60대에서 무려 5.5%포인트 급락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약속이 무색하게 주요 당직에 '친윤계' 인사를 발탁한 데 이어 최근 김재원 최고위원의 실언 논란 등 악재가 겹쳐 당 지지율이 침체의 늪에 빠졌다는 분석이 많다. 김 대표가 민생 행보에 중점을 둔다더라도 당 지지율이 반등할지는 미지수다. 극우 성향 전광훈 목사와 '선 긋기'를 두고 당내 갈등이 지속하고 있어서다.
최근 홍 시장은 전 목사와 설전을 벌였는데, 전·현직 대표의 충돌로 번졌다. 김 대표는 홍 시장이 전 목사와 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우리 당 공천권을 가지고 제3자(전 목사)가 왈가왈부할 일도 아니지만, 또 지방자치행정을 맡은 사람도 그 일에만 전념했으면 좋겠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후 홍 시장은 "어이없는 발언"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여당 지지율의 반등이 당분간 쉽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저조한 영향권에서 여당이 벗어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난달 8일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가 소위 '윤심'을 등에 업고 당선된 만큼 대통령과 당 대표가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는 관계"라며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당도 하락하는 관계로 엮인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주 연속 내림세를 멈추고 소폭 상승한 36.7%로 집계됐다. 이보다 더 낮은 결과도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30%, 부정 평가는 60%로 나타났다.(기사에 인용된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내년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내에서도 위기감이 감지된다. 영남권 한 의원은 통화에서 "지지율에 일희일비해서도 안 되겠지만 내년 총선을 이기기 위해선 현재 민심을 냉정하게 진단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의 발목잡기가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당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최근 늘어난 중도층을 껴안는 정책을 펴는 것도 좋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