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태영호 "'공포'의 균형을 통한 평화...핵무장 필요"


"현실성 부족하다? 포기하지 말고 미국 설득해야"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대북 강경메시지를 내는 인물 중 한명이다. 태 최고위원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공포의 균형을 통한 평화를 주장하면서 한국도 핵 보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탈북자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당 최고위원이 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것도 내년 총선을 지휘할 막중한 임무를 지닌 지도부에 말이다. 북한 엘리트 출신에, 유럽의 여러 나라를 경험했지만 정작 가까운 대한민국에는 연고가 없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당내 조직력도 당연히 약했다. 그는 "없는 것을 억지로 만들지 않겠다"며 정면승부를 택했다. "당이 저의 연고"라고 호소했고 그 진심이 통했다.

이번에 새로 출범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여러 논란과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김기현 대표가 내내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강조했지만 정작 당직은 친윤으로 도배됐다. 'MZ세대 끌어안기'에 나서면서도 2030 당원들의 큰 지지를 받는 이준석 전 대표에게는 칼같이 선을 그었다. 천·아·용·인 등용에도 미온적인 반응이다.

전당대회를 거치며 당이 우경화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당대회 기간 태 최고위원은 '제주 4.3사건 발언'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당에서는 당 선관위 차원의 경고 조치로 매듭지었다. 태영호 최고위원 또한 강경한 '우향우' 메시지를 내는 인물이다. 태 최고위원은 '친윤 일색'이라는 비판에는 "당연한 것"이라고, '당이 우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우경화가 아닌 정상화"라고 응수했다. 나아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면서 "공포의 균형이 평화를 만들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지난달 28일 <더팩트>와 만난 태 최고위원은 지난 전당대회와 경색 일로인 남북 관계는 물론 당 전반에 대해 약 40분 동안 거침없이 쏟아냈다.

다음은 태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당내 조직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당원투표 100%로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당선이 힘들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는 태 최고위원. /이새롬 기자

-당내 조직력이 약한 태 최고위원이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어떤 전략을 세웠나?

전당대회 기간 조직력이 약해 안 될 거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처음 예비경선(컷오프) 8명 할 때 저는 그 문턱도 겨우 넘었다. 전략을 잘 짜는 게 중요했다. 우선 우리 당원들이 새로운 인물을 보고 싶어 하는 열망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제가 다른 분들과 차별화되는 게 뭘까 찾아보니까 다른 분들은 다 대한민국에 연고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떤 지역에 가서 연설할 때면 내가 그 지역과 어떤 연고가 있다는 연결점을 항상 연설 속에 강조한다. 그런데 전 연고가 없었다.

사실 연고가 없다는 것도 큰 약점이다. 그런데 없는 걸 억지로 만들어내면 실패한다. 오히려 이를 더 부각했다. 연설할 때마다 "저는 대한민국에 아무런 연고도 없다. 그러나 저에게는 제가 정을 주고 믿고 의지하는 당원들이 있다"며 "이게 저에게 가장 큰 연고"라고 강조했다. 그게 당원들의 마음을 울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선거할 때 지역에 연고가 있으면 좋은 점도 있지만 수도권은 좀 다르다. 수도권에는 지역에서 연고 없이 올라와 힘들게 자리를 잡으신 분들이 많다. 제가 만난 많은 당원이 "저도 지방 농촌에서 처음 수도권에 와서 발을 붙일 때 연고가 없어서 아주 고생했다"며 "당신이 그렇게 여기에 아는 사람도 없고 연고도 없어 힘든 점들이 아주 이해가 된다'고 많은 공감대를 표시해 주셨다. 제가 그런 점을 파고들었던 것 같다.

-지도부에 '친윤 일색'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당직 인선은 어떻게 보고 있나?

우리는 여당이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야 하는 그런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저는 지금 당 지도부가 친윤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시기에 우리 당이 여러 번 겪지 않았나. 박근혜 정부 때 친박이 아닌 비박이 당 대표가 됐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 지난 총선과 그 이후에 대선에서, 또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까지 간 이유라고 생각한다. 당과 정부가 일체화하지 못하고 계속 분열돼서 싸웠기 때문이다.

그런 학습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번엔 우리 당원들에게 '이번엔 꼭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보자'는 마음이 매우 강하게 작동했다. 이번 전당대회 투표율도 55%였고 김기현 대표 득표율도 52%가 넘었다. 일각에선 투표율도 높고 우리 당의 책임당원 수가 거의 84만 명에 이르기 때문에 당 조직력만으로 한계가 있을 거다, 결국은 결선투표까지 갈 거다, 그런 말들이 있었다. 그런데 뚜껑 열어보니 아니었다. 이건 무슨 뜻이냐면 당심은 바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당심을 반영해서, 이번 지도부가 친윤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비판을 받더라도 정말 우리 지도부가 '친윤 정당'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올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면 결국 우리는 성공한 당 지도부가 될 것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우향우된 메시지를 내고 있다. 그는 우경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설명했다. /임영무 기자

-태 최고위원은 강경한 메시지를 내는 편에 속한다.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당이 '우향우'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에 많은 사람이 저에게 "발언이 극우 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당 지도부가 강경 우파로 향하고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우향우'로 비치는 이유는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부가 너무 '좌향좌'했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에 많은 사람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 비정상을 지금 정상으로 만드는 과정이 우향우처럼 보이는 것이다.

저는 윤석열 대통령 임기 동안, 또 여당이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나라를 다시 정상으로 만들어 놓는다면 국민들도 '아, 우경화가 아니라 정상으로 가는 길이었구나' 이렇게 생각해 주시리라고 믿는다.

-'비정상'이라면 어떤 걸 말하는 건가?

가령 지금 여러 곳에서 검찰이 간첩단을 잡아내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북 송금 사건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건 완전히 국가보안법을 어긴 반역 행위와 같은 일이다. 그런 짓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를 수 있었던 건 결국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유화적인 정책을 냈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이것이 익숙해져서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거로 생각했다. 당시 그런 정서가 깔려있었기 때문에 그런 간 큰일을 벌일 수 있었다.

지금은 이걸 바로 잡는 상황이다. 간첩도 잡아내고 대북 송금 사건도 수사해야 하고,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잘못했던 모든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 상황이 우경화, 공안정국처럼 보이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건 지난해 3월 9일 대선에서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만약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문재인 정부 때보다 더 비정상으로 갔다면, 그 이후에 집권하는 정부의 정상화 노력이 극우로 보였을 것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사회가 안보 문제에 안일하다고 짚었다. 지난달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 당시 태 최고위원. /임영무 기자

-북한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았고 유럽 국가에서 상당히 오래 살았다. 또 지금은 대한민국의 시민이 되어 보수 정당의 국회의원이 됐는데 이러한 삶이 정치적으로, 인간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나?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국의 정치인들, 국민들과 많이 다른 것 같다. 저는 50대 후반까지 북한 시스템에서 살았고 그다음에 12년을 덴마크·스웨덴·영국에서 살았다. 덴마크와 스웨덴은 세계 복지정책의 선두에 있는 나라들이고 영국은 산업화와 민주주의를 연 나라다. 그런 나라들을 겪고 한국에 왔다. 한국의 정치인들, 국민들의 시선이 여러 부분에서 다르다.

첫째로 우리 대한민국의 현재 위치를 어떻게 보느냐다. 우리는 이미 경제력으로 세계 10위권에 들어갔다. 서유럽 국가들 수준이다. 그렇게 잘살고 있음에도 이 나라들과 다른 점이, 우리는 북한이라는 반체제 국가와 접경 상태에 있다. 분단이라는 구조적인 문제, 우리 대한민국의 체제를 흔들려는 북한의 끊임없는 시도에 처해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 점을 잘 잊는다. 우리가 이 정도 잘살고 있으니 우리의 안보 의식도 자꾸 스위스나 벨기에나 네덜란드, 이런 유럽 나라들하고 같아지는 것 같다.

-그런데 유럽의 많은 국가가 이민자 문제, 테러 문제로 안보 위협을 겪고 있다. 비교하긴 좀 어려운 문제 같다. 다만 간첩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게 사실인 것 같다.

얼마 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저에게 "이 나라에 지금 무슨 간첩이 있느냐"고 했다. 간첩은 있다. 북한은 끊임없이 우리 대한민국에 간첩을 포섭하고 활용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우리 국민들이 간첩이 있다는 말에 놀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첩이 옆에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정도까지 왔다.

이렇게 된 건 우리가 그만큼 잘살고 북한보다 우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지금 어떤 미친놈이 북한 지령 받고 움직이겠냐"고 치부해 버리는 데 그게 바로 위기의 시작이다. 최근 간첩단 사건에서 보면 북한의 지령문이 아주 구체적이다. 충북 간첩단 사건에서는 F35 전투기 도입 반대 시위를 하라고 했다. 그게 주민의 눈에는 북한의 지령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간첩들의 말을 믿어버리는 것이다. 사드도 마찬가지다. 고주파 괴담을 많은 사람이 믿었다. 이태원 참사 때는 어땠나? 조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북한의 지령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이 곧 추모다'였다.

-태 최고위원이 바라봤을 때 간첩에 대해 안일한 의식이 눈에 띄었다는 의미같은데 또 다른 게 있나?

누군가가 나서서 국민을 자꾸 각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구호 하나를 봐도 '저게 저 사람들의 생각일까, 아니면 그 뒤에 북한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해야 한다.

두 번째로 북한이 우리를 핵으로 타격할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건 우리가 미국이라는 '큰 형님'에게 자꾸 의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우리를 핵으로 타격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을 봐라. 러시아 같은 국가, 유엔 상임이사국의 푸틴조차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 달 만에 끝날 줄 알고 일으켰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도 안 끝났다. 그런 나라의 정치 지도자도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물며 북한 김정은은 어떻겠나?

김정은이 푸틴처럼 생각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힘을 키워야 한다. 지금 한미 확장억제력도 있지만, 저는 우리도 자주국방 원칙에 따라 핵을 가져야 한다. 핵에는 핵으로, 공포의 균형을 유지하는 길만이 우리 한반도의 평화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길이다. 그 외에는 답이 없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핵 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에는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영무 기자

-한미동맹, 확장억제력만으로 부족하다는 의미인가?

확장 억제력은, 북한이 우리를 향해서 핵을 쓴다면 괌에서 미국 전략자산인 B-1B가 뜨고 바다에서는 항모전단이 한반도에 들어오는 걸로 돼 있다. 그런데 북한이 핵으로서 공중에 EMP탄을 터뜨린다면 모든 전자 장치와 제어장치가 마비된다. 이걸 어떻게 할 거냐고 미국 군사 전문가들에게 물어봐도 대답을 못 한다. 미국 항모전단이 오는데 북한이 수중 핵 어뢰로 높이 500m의 쓰나미를 만든다면 항모전단도 소용없다. 여기에 미국의 대응책이 없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공개한 핵 추진 어뢰에 우리 국방부가 어떤 대답을 내놨냐면 "북한의 이번 수중 핵 폭파 실험 성공은 과장된 것"이다. 그렇게밖에 발표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들이 불안해하니까. 우리는 계속 그런 식으로 해왔다.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북한이 핵을 개발할 때도 많은 한반도 전문가가 "북한은 핵 개발을 미국과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게 10년, 20년 돼서 지금까지 왔다. 그 사람들 다 어디로 갔나?

미국은 계속 우리에게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하게 한다. 어떻게든 북한과 핵 협상을 잘해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것이라며 우리를 달랜다. 30년 지났는데 달라진 게 없다. 지난 과거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결단과 용기를 가지고 나가야 한다. 실패를 보고서도 계속 그 길로 가면 안 된다.

-미국의 기조는 핵확산 방지이고, 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조차 부정적이다. 우리가 핵 보유로 나아간다면 한미관계를 장담할 수 없는 건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남북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나라의 주권을 어떻게 지키느냐다. 북한은 국민을 희생시키면서, 아사 현상을 만들면서까지 핵무기를 만든다. 한국도 지금 핵무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경제를 이유로 망설인다. 미국의 제재가 있으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경제와 안보, 이 둘 중에 우리는 항상 경제를 먼저 생각한다.

현실성이 떨어지니까 안 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핵이 필요하다는 논거를 가지고 미국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물론 이건 단번에,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4월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데, 대통령이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미국과 얘기하고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걸 하나씩 얻어내야 한다.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은 바이든 미 대통령을 만나 적어도 한미 원자력협정이라도 개선해야 한다. 그건 NPT 체제를 허무는 것도 아니다. NPT 체제 내에서 가능하다.

-핵 보유를 하려면 결국 언젠가는 NPT를 탈퇴해야 한다. 또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의 목표를 핵 보유에 둔다면 핵 보유는 물론이고 원자력협정 개정조차 안 될 것 같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먼저 사용된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문제다. 재처리 때 나오는 플루토늄이 핵물질이라 못하고 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재처리할 수 있으면 사용 후 핵연료의 부피를 줄일 수 있고 또 방사능을 줄일 수 있다. 우리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미국만 허락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데 안 해준다. 일본은 해줬다. 이건 불공평한 일이다.

두 번째로는 농축 우라늄 문제다. 우리는 지금 그걸 대부분 러시아에서 사 온다.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이다. 보수 쪽 사람들은 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주지 않느냐고 하는데, 주고 싶어도 못 준다. 우리도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이 못하게 한다. 이런 것도 우리가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미국의 세계 전략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미국을 납득시켜야 한다. 이런 걸 통해서 핵무장으로 가야 한다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냥 '이건 안 된다', '현실성이 없다'고 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

-대화와 교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한반도 정세가 불안한 건 북한 김정은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게 부질없는 짓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유일한 방도는 우리가 자체로 핵을 가지는 것이다.

그래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이 대화하고 교류해야 한다. 그런데 유엔 제재가 있어 못한다.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대북 굴종 정책을 펴면서도 북한과 경제협력 한 건도 못 해놓은 건 유엔 제재가 있기 때문이다. 하려야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가 만약 핵무기를 가지게 된다면 북한과 핵 군축 협상을 할 수 있게 된다. 지금 북한은 우리에게 핵이 없다고 우리와 협상하지 않고 미국과 협상하려 한다. 핵이 있는 나라들끼리 하자는 거다. 우리가 핵이 있으면 북한과 재래식 무기 군축 협상과 핵 군축 협상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 핵을 가지게 되면 9.19 군사합의와 같은 재래식 무기 군축 합의에 더해 핵 군축 합의를 북한과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한반도 핵 위협을 낮출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국제 공동체에다가 '우리가 잘 북한 설득해서 이렇게 낮췄기 때문에 제재를 조금 풀어주자'고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럼 국제공동체도 허락할 것이고, 우리는 제재에서 풀려난 북한과 여러 가지 경제 교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체 핵무장은 모든 문제를 단칼에 끊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한반도 문제에 우리가 주도권을 쥐려면 자주국방,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구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끌어오기 위해서라도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임영무 기자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오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지금 북한은 대화 테이블로 안 올 것이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이야기하고 있다. 북한은 아직 코로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나라는 다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었는데 북한은 아직도 길거리에서 다 마스크 쓰고 다닌다. 백신을 못 맞았다. 우리가 '백신을 줄 테니 대화에 나와라' 이런 식으로 대화의 문을 두드리자,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

-외교적인 압박을 하면서 인도적 지원을 한다는 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해왔다.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번 정부에서는 가능할 거로 생각하나? 성공을 위해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면 어떤 게 있나?

실패했어도 또 꺼내 들어봐야 한다. 현시점에서는 지금은 대화나 협상보다도 빨리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첫 번째다. 현시점에서는 우리가 대화와 협상을 하자고 해도 김정은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는 햇볕 정책, 노무현 정부에서는 동북아 균형자론,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반도 운전자론 등이 있었다. 물론 그 정책에도 장단점은 있다. 장점은 북한에 우리 한국의 발전된 현실을 그때 교류와 협력을 통해서 많이 알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 전략적 실수를 한 건 북한이 핵을 개발 안 한다고 합리화한 것이다. 그때 북한은 핵을 개발했다. 그런 정책을 버리고 그때 '북한은 핵을 개발할 것이다. 이 개발 속도를 늦추고 이를 막기 위해 어떤 걸 하겠다' 이런 식으로 해야 했다. 그런데 '북한은 핵을 개발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고 했다. 대단히 잘못됐다. 그걸 또 문재인 정부에서 계속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는 날까지도 '김정은에게 분명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저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들의 그런 점은 대단히 잘못된, 전략적 미스라고 생각한다.

-한일 정상회담 결과는 어떻게 보고, 남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다고 생각하나?

첫째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 국민들이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을 원수로 볼 거냐, 아니면 협력 파트너로 볼 거냐. 이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 제기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일본을 원수로 본다면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강제동원(강제징용) 해법, 한일 정상회담이 굴종과 매국으로 보일 것이다. 반대로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봤다면 일본과 함께 미래를 개척하려는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와 일본의 관계 수준이다. 지금 우리가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던 때, 196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일 기본 협정을 맺을 때,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나올 때, 2023년 한일 정상회담을 할 때. 이 단계별로 구분해서 봤을 때 우리나라의 국력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국민들이 스스로 판단해봤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때보다도 국력이 강해졌다. 우리는 계속 커질 나라고 일본은 국력이 줄어들고 있는 나라다. 이런 관계가 지금 일부 국민이 비난하는 것처럼 굴종 외교일까. 굴종은 힘이 약할 쪽이 센 쪽에 잘 보이려고 비비는 것이다. 이젠 우리가 약하지 않은데 어떻게 굴종이 되나? 저는 이런 상식 수준에서 한일 관계를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누구?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현 21대 국회의원이다. 지역구는 서울 강남갑이다. 1962년 북한 평양시에서 태어나 북경외대 부속고등학교와 북경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주 영국 북한공사로 근무하던 2016년 탈북했다. 이전까지 북한 대사관에서 서열 2위였으며 북한 외무성에서 손꼽히는 유럽 전문가로 알려졌다.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으며 최근 핵무장론을 주장했다. 2020년 4.15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지도부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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