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이 난맥상이다.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해 온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전격 사퇴했다. 대통령의 국빈 미국 방문 등 외교 일정을 앞두고 안보실장이 직을 내려놓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보고 누락설, 알력설 등 온갖 해석이 제기된다. 대통령실의 오락가락 해명이 음모론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태용 전 주미대사가 후임으로 임명됐지만, 외교안보 라인의 줄사퇴로 이달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등 외교 준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야당의 찬성표가 대거 나온 것으로 추정되면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을 고리로 '내로남불' 공격을 퍼붓고 있다. 본인의 체포동의안 표결 때와 180도 다른 표정을 지은 이재명 대표다. 여당 지도부는 연이어 실언 논란에 휩싸인 김재원 최고위원의 징계에 대해선 유보적인 반응이다.
-민주당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반대 및 대일 굴욕외교 규탄대회를 개최하는 등 여론전에 나섰다. '일제 강제동원 굴욕해법 및 굴종적 대일 외교' 대정부 비판의 연장선이다. 윤재갑 의원은 '삭발'까지 하며 결의를 보였다. 오는 5일 전국에서 유일하게 치러지는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완연한 봄, 정치권은 '불청객' 미세먼지가 잔뜩 낀 것처럼 뿌옇게 흐리다.
◆尹, 중차대한 시기 '외교·안보라인' 연쇄 교체 전말
-'교체설'이 제기됐던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29일 전격 사퇴했어. 전날(28일)까지만 해도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김 실장 교체설을 부인했지만, 하루 만에 대통령실 해명과 달리 '설'이 사실로 드러났어. 4월 말 미국 국빈 방문, 5월 일본 G7 정상회의 참석 등 대형 외교 이벤트가 임박한 상황에서 이런 경우는 없었지 않아?
-맞아. 굵직한 외교 일정을 앞두고 외교·안보 라인을 총괄하는 국가안보실장이 사퇴하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려워. 특히 김일범 의전비서관(10일), 이문희 외교비서관(27일)도 최근 사퇴했는데, 김 전 실장까지 사퇴하면서 외교안보 총괄과 최고위 실무자들이 모두 교체됐어. 김일범 전 비서관 자리는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고 김승희 선임행정관이 대행하고 있어. 김 선임행정관은 김건희 여사의 대학원 최고위 과정 동기로, 김 여사 추천으로 대통령실에 채용됐다는 의혹이 지난해 8월 보도된 바 있어.
-이문희 전 비서관 자리엔 이충면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소장이 내정됐어. 이 전 비서관이 이충면 신임 외교비서관 자리로 가면서 두 사람은 자리를 맞바꾼 셈이 됐어. 김 전 실장 자리에는 조태용 주미 대사가 임명됐지. 이번 외교안보 라인 교체의 가장 큰 문제는 중차대한 시기 이례적인 연쇄 교체가 이뤄졌는데, 대통령실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거야. 대통령실은 김일범 전 비서관 사퇴 당시 "일신상의 사유", "지난 1년간 격무를 했다"고만 설명했어. 이문희 전 비서관 사퇴 당시에도 "1년 동안 맡은 바 임무를 다했고, 굉장히 격무였다. (이를테면) 임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지. 격무에 시달리지 않는 대통령실 직원들이 있을까. 또 아직 공석인 비서관 자리도 있는데, 빈자리를 채우기도 전에, 특히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갑자기 격무로 사퇴한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어.
-김 전 실장은 기자들에게 전한 사퇴의 변에서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는데, 어떤 논란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어. 대통령실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던 일이 하루 만에 뒤집혔는데, 아무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어. 김 전 실장 사퇴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아는 게 많지 않다"고 말했어. 이 관계자는 또 '어제까지만 해도 교체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는데, 오늘 갑자기 사퇴한다고 하고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하고 후임 인선까지 한 것은 문제가 있어서 교체를 검토했던 게 아니냐'는 질문엔 "당초 어제 말한 것처럼 안보실장 교체를 검토한 바 없다"라면서도 "김 실장이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제가 알기로는 대통령도 만류했는데, 본인이 (사퇴를) 고수해 대통령이 수용했다"고 말했어.
-전날까지만 해도 김 전 실장은 자신의 교체설을 보도한 동아일보에 '사실무근'이라고 했는데, 다음 날 사퇴했어. 김 전 실장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28일까지는 전혀 교체설을 검토하지 않았고, 29일 상황이 급변했고, 이날 김 전 실장은 여러 차례 사퇴 의사를 피력했고, 대통령이 만류와 고심 끝에 사퇴를 수용한 셈이야. 이게 하루 만에 가능할까. 특히 이날 윤 대통령은 오전엔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오후엔 한국스카우트연맹 명예총재 추대식 참석이라는 공식일정도 있었어. 이런 일정 중 대통령실이 설명한 상황이 펼쳐졌다는 건 물리적으로도 그게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들어.
-이상한 상황이 잇달아 벌어졌고, 대통령실의 해명과 상황이 맞지 않는데도 별다른 설명이 없으니 여러 설들이 난무하고 있어. 미국 측에서 이번 국빈 방문 때 한미 가수 협연을 제안했는데 김 전 실장 등 안보실 라인이 관련 보고나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사실상 '경질'됐다는 설, 김태효 안보실 1차장과 김 실장의 내부 파워게임에서 김 실장이 밀렸다는 설, 누적된 김 실장과 김 1차장의 갈등과 안보실의 실수들이 누적됐던 게 터졌다는 설 등이 공공연하게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어. 결과적으로 이문희 비서관 후임에 이른바 '김태효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충면 비서관이 임명되면서, 김 1차장이 파워게임에서 승리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와. 이 비서관은 MB 정부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실에서 김 차장과 함께 일한 인사야.
-특히 한미 가수 협연 보고 누락설과 관련해선 부산일보에서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 미 국빈 방문 행사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한류스타와 미 팝스타 합동 공연과 관련해 미국 측이 '비용은 한국이 부담하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김 실장이 한류스타 프로그램 보고 누락을 이유로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연비용 문제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어. 이 매체는 또 공연비는 대략 한화로 24억~3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빈 방문하는 우리가 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대한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판단해서 해당 보고를 김 전 실장이 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했지.
-블랙핑크 소속사 YG 측에서 "블랙핑크의 국빈 만찬 참석 제안이 온 게 맞으며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혀 해당 공연이 추진 됐던 건 확실해 보여.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공연은 대통령의 방미 행사 일정에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출입기자들에게 공지했어. 대통령실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공연이라고 한 건 블랙핑크·레이디 가가 공연으로 보이는데, 이처럼 대통령실은 논란이 된 사항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 그리고 새로운 이슈가 터지면서 앞에 있었던 이슈는 잊히고, 또 두루뭉술하게 해명하다, 새 이슈가 생겨서 넘어가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어. 의혹이 있을 때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감추려 하면 불신이 생기고, 그 불신이 커지면 음모론으로 번지는 게 일반적이야. 대통령실이 스스로 음모론을 키우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봤으면 좋겠어.
-엄중한 시기에 '불투명한 인사 교체'에 대한 비판을 대통령실이 자초한 것으로 보이네. 그런데 조태용 신임 안보실장 임명으로 이제 외교안보 라인 연쇄 개편은 끝났다고 보면 될까?
-윤 대통령이 3월 중 의전비서관, 외교비서관, 국가안보실장을 차례로 교체하면서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라인 컨트롤타워가 확 바뀌었는데 이게 끝이 아니라 박진 외교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까지 포함한 추가 교체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와. 정치인 출신인 두 장관은 이제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외교 이벤트가 끝난 후 이들까지 교체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어.
◆與 김재원 실언 논란 일단락…싸늘한 당내 반응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연이은 실언으로 당 안팎에서 강한 비판을 받았잖아. 이젠 일단락된 모양새지?
-맞아.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극우 성향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 통일했다'는 발언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한다"며 사과했어. 지난달 14일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발언으로 고개를 숙인 이후 보름 만이야.
-당내에서 김 최고위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잖아.
-응. 그렇지만 징계는 없을 것으로 보여. 김기현 대표는 지난달 30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그런 언행이 반복이 안 되도록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며 "또다시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 그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어. 사실상 이번까지는 넘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김 최고위원에 대한 당내 비판 여론이 꽤 있다고?
-몇몇 인사들은 김 최고위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더라고. A 비서관은 지난달 29일 "보수 진영에서도 말이 많은 전 목사를 칭송하면 어떤 뒷일이 일어날지 예상하지 못하나"라며 지적하더라고. 원외 인사 B 씨도 "전 목사 측 당원 세력이 꽤 된다는 말이 있다"며 "무슨 속마음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에 누가 되는 것은 지도부의 자세가 아니"라고 비판했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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