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30일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구성됐다. 전원위는 특정 안건을 두고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해 토론하는 제도다. 전원위는 향후 2주간 활동하며 다음 달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토론을 거쳐 선거제도 개편 단일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첫 전원위를 개회했다. 전원위 의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 부의장이 맡았고, 여야 간사로는 김상국 국민의힘 의원과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각각 맡았다. 전원위는 다음 달 10일 비례제, 11일 지역구제, 12일 기타 쟁점을 각각 토론한 뒤 13일 종합 토론을 벌인다. 토론 시간은 의원당 7분으로 예정됐다. 토론은 생중계될 예정이다.
전원위가 토론하는 선거제도 개편안은 지난 17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국회의장 산하 자문위원회에 제출한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형)+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등 세 가지다.
첫 번째 안은 국민의힘이, 두 번째와 세 번째 안은 민주당과 정의당이 제안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안은 당초 300명의 국회의원을 350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었다. 지역구 253석은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 의석을 47석에서 97석으로 늘리는 안이다.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 간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였으나 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빠졌다.
첫 번째 안은 서울 및 수도권 등 대도시에는 한 선거구에서 3~5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농어촌에는 지금의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사표를 줄일 수 있다. 농어촌의 경우 한 지역구의 면적이 너무 넓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대표성이 크게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비례대표는 6~17개 권역 단위로 선거를 치르되 의석수는 지역구 의석수에 상관 없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
두 번째 안은 지역구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한다. 비례대표는 준연동형을 유지하면서 권역별로 뽑는 내용이다. 현행 선거제도와 가장 비슷하다. 비례대표 선출을 권역별로 한다는 점만 달라진다. 이때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눈 뒤 인구수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한다. 또 지역구와 의석수를 연동해 배분하기 때문에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위성정당 방지는 풀어야 할 과제다.
세 번째 안은 지역구의 한 선거구당 4~7명을 뽑는 대선거구제로 바꾸면서 개방명부를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비례대표는 과거처럼 전국단위로 병립해 선출한다. 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한 선거구에서 최소 4명이 선출되는 만큼 정의당 등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이 커진다. 개방명부를 채택하면 비례대표 후보를 유권자가 선택해 득표율이 높은 순으로 당선된다. 현행 폐쇄명부는 정당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당선되는 후보의 순서를 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수도권에 중대선거구제가 적용되면 의석수가 늘어날 수 있어 첫 번째 안을 선호한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수도권 121석 중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16석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통합당과 민주당 지역구 득표율은 8%P 남짓이었는데 의석수는 2배 차이가 났다. 수도권에서는 12%P 남짓이었는데 무려 의석수가 6배 차이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최 의원의 말대로 지난 총선 지역구 의원 득표율을 비교해보면 △서울, 민주당 53.53% 통합당 42.89% △인천, 민주당 52.88% 통합당 39.04% △경기, 민주당 53.93% 통합당 41.12%였다.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로 보면 더불어시민당(민주당의 위성정당)과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 위성정당)이 서울·인천·경기에서 각각 △33.20% 대 33.10% △34.57% 대 31.32% △33.39% 대 33.42%였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도농복합형 권역별·개방형 비례대표제를 선호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게 되면 이번 선거제 개편은 상당히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전원위 개최를 두고 "이번 결정은 헌정사에 길이 기록될 중대한 역사적 결정"이라며 "정치 개혁을 위한 첫걸음은 선거제도 개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표가 무려 50%에 이르는 왜곡된 선거제도부터 바꿔야 한다"며 "승자독식에 따른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넘어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뿌리내릴 수 있게 협치의 제도화를 이뤄내자"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본격 진입하느냐 마느냐가 이번 정치개혁, 특히 선거 개혁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확신한다"며 "숙의·집중·신속을 운영 원칙으로 삼아 집중해서 깊이 토론하고 4월 안엔 결론 내리자"고 강조했다.
이번 전원위는 2004년 '국군 부대의 이라크 전쟁 파견 연장 동의안' 이후 19년 만이다. 전원위 개최를 제안한 김 의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원위에서 300명 의원이 자기가 플레이어로 뛸 선거 룰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저는 100명 이상 200명 이내의 의원이 활발하게 토론하겠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정개특위 위원과 초당적 정치개혁모임 운영위원이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