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회의원들은 뭐해?"
주위 사람들로부터 종종 이 같은 질문을 받는다. 그때마다 의원 고유의 업무가 무엇인지 모를 리 없기에 답답한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지적으로 이해한다.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듯, 여야가 다투기만 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하는 까닭에 지켜보는 이는 직무 유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곱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의원을 속칭 '국개의원'으로 낮잡아 부르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국회에 따르면 올해 의원 연봉은 각종 수당을 합쳐 1억5426만 원이다. 이를 고려해 단순 계산하면, 월 세비는 약 1285만 원이다. 2021년 기준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319만1000원이다.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의원들은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와 달리 보이지 않는 일정이 많다고 항변한다. 아침 일찍 보좌진과 회의를 시작으로 민원 청취, 상임위 소위 회의, 법안과 정책 개발 등 업무에 소홀하지 않고 있다고 말이다. 물론 열심히 일하는 정치인도 적지 않다.
의원들의 설명이 무색하게도 예나 지금이나 의원들의 세비를 삭감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민생은 뒤로한 채 정치적 잇속이나 챙기면서 혈세만 축낸다는 인식이 깔린 것이다. 억대 연봉뿐 아니라 차관급 예우와 여러 특혜까지 받는 의원이 '밥값'을 못한 만큼 토해내야 한다는 게 국민의 요구다. 공정과 상식이 화두인 시대, 일하지 않는 국회는 그만큼 세비를 덜 가져가는 게 시대 정신과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의원 세비와 의원 정수 선정에 대해 시민 참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여야 청년 정치인 모임인 '정치개혁 2050'은 지난 26일 의원 세비·정수를 국민이 참여하는 제3 기구에서 정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선거제도 개편이든, 국회의원 정수와 세비에 관한 문제든 지금 국민이 국회를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를 늘 염두에 두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국민이 참여하는 '국회의원 보수산정위원회'를 만들어 국회의원 연봉 셀프 인상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며, 선수가 규칙을 정한다는 비판과 불신, 냉소를 극복하기 위해 숙의형 공론조사를 통해 유권자들의 직접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 의사를 반영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생산성이 낮은 의정활동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크기 때문이다.
벌써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는 N명의 비례대표 의원이 틈나는 대로 표밭을 다지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본회의나 상임위 일정이 없는 날에는 자기 지역구를 사수하기 위해 지역 일정에 무게를 두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는 말도 들린다. 일부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자기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행보만 보더라도 정치권의 셀프 개혁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낮다.
21대 국회 들어 수당·입법활동비 및 특별활동비의 지급기준을 정하거나 조정할 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당조정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법안과, 의원이 회의에 불출석하면 제재를 부과하는 법안, 의원이 구속돼 의정활동을 할 수 없는 동안에 수당 등의 지급을 전액 제한 등 다수의 개혁 법안이 발의됐으나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이번 국회에서도 이전 국회 때와 마찬가지로 발의된 법안들이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여야가 정쟁에만 매몰되면서 국회는 공전을 거듭하는 '식물국회'가 되기 일쑤였지만, 세비 보전에는 진영이 따로 없다. 엄청난 세금이 쓰이는 데도 국민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불신을 자초하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국민과 민간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객관성이 보장된 개혁을 주장하는 청년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