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이 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것은 2015년 12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전 세계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라는 오명을 수년째 듣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 관련한 대책 회의를 주재했지만, 구체적인 대책 마련 및 문제 해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날 회의에는 윤 대통령 외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김영미 부위원장, 홍석철 상임위원, 김수완 강남대학교 교수, 조영태 서울대 교수 등 민간위원들과 정부위원인 관계부처 장관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저출산 문제는 중요한 국가적 어젠다이고,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서 풀어가야 한다"며 "지난 15년간('06~'21년) 종합계획을 만들고 28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서 저출산 정책을 냉정하게 다시 평가하고,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될 것 같다"며 "저출산 문제는 복지, 교육, 일자리, 주거, 세제 등 사회 문제, 여성의 경제활동 등 여러 가지 문화적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정부 지원과 아울러서 문화적 요소, 가치적 요소들을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가 우리 아이들을 확실하게 책임진다는 믿음과 신뢰를 국민들께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막말로 저출산 문제가 해결이 안 되더라도 일단 이 땅에 태어난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본다"며 "아이를 낳고 키우는 즐거움과 자아실현의 목표가 동시에 만족될 수 있도록 국가가 확실히 책임지고 보장한다는 그런 목표하에 과감한 대책을 마련하고, 또 필요한 재정을 집중 투자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기존에 있는 제도 역시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된다"며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 등 '노동 약자'의 다수는 현재 법으로 보장된 출산, 육아, 돌봄, 휴가조차도 제대로 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출산, 육아를 하기에 좋은 문화가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정책만을 가지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는 돌봄과 교육, 유연근무와 육아휴직의 정착, 주거 안정, 또 양육비 부담의 완화, 난임부부 지원 확대와 같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지원을 빈틈없이 촘촘하게 해 나가면서 우리 사회가 저출산으로 가게 된 어떤 문화적 요소, 또 우리 삶의 가치적 측면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도 잘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며 "우리 사회가 보다 더 행복을 키워주는 문화, 또 열심히 하면 잘살 수 있는 문화로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지나치게 과도하고 불필요한 경쟁에 휘말리는 그런 문화가 고쳐지지 않는 한 저출산 문제도 근본적인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과거의 우리 마을 문화, 이런 공동체 문화도 그런 방향으로 많이 바뀌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윤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는 단기적인 또는 일회성의 대책으로는 절대 해결이 안 된다"며 "세밀한 여론조사, 또 FGI(집단심층면접)를 통해서 끊임없이 현장과 소통을 해야 하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상시적으로 열어서 긴밀한 당정의 공조를 통해서 국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는 그런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될 것 같다.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서 이제 비상한 각오로 임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미 부위원장은 비공개로 진행한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추진 방향 및 과제 발표에서 지난 정책에 대한 평가와 반성을 바탕으로 정부의 저출산 정책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목표보다는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이라는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저출산 대응 정책의 범위를 재정립하기로 했다.
또한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부처별 정책이 망라된 기본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실효성과 관련도가 높은 핵심 정책을 중심으로 전환해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4대 추진 전략으로 △정책 수요와 정책 연관성·효과성·체감도 등을 고려해 핵심 분야와 과제로 선택과 집중 △5대 핵심 분야 추진 시 사각지대 해소 및 서비스 격차 완화를 통해 보다 보편적이고 높은 수준의 서비스와 정책 지원 확대 △문화·제도 등 사회구조 전반에 대한 개혁을 통해 공동체 가치를 회복하고, 일·육아병행 지원 제도의 이행력 강화 등 가족·양육 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 개선과 사회적 공감대 확산 추진 △관계부처 및 관련 위원회와의 협업 구조와 정책 평가-환류체계 강화를 제시했다.
또한 위원회는 5대 핵심 분야 및 주요 과제로 △촘촘하고 질 높은 돌봄과 교육: 아이돌보미서비스·시간제 보육 확대, 유보통합 시행과 늘봄학교 전국 확대, 아동기본법 제정 추진 △일하는 부모에게 아이와의 시간을: 일·육아 병행 지원 제도의 실질적 사용 여건 조성, 부모 직접 돌봄이 가능하도록 육아기 근로환경 개선 △가족친화적 주거 서비스: 신혼부부 주택공급 및 자금지원 확대, 가구원 수 고려 맞춤형 면적의 주거공급 확대 △양육비용 부담 경감: 만 0~1세 부모급여 지급, 자녀장려금 지급액 및 지급기준 개선, 가족친화적 세법 개정안 마련 △건강한 아이, 행복한 부모: 임신 준비 사전건강관리, 난임지원 확대, 2세 미만 입원진료비 본인 부담 제로화 등을 설정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 발표는 윤석열 정부 저출산 대응의 첫걸음"이라며 "향후 결혼을 앞둔 청년, 출산을 고민하는 분들, 자녀양육 가정 등 직접적인 정책의 당사자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저출산 문제를 장기적으로 연구한 분들에 따르면 거의 한 세대 정도에 걸친 그런 문화 변동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서구도 보면 저출산이 시작되어서 밑바닥을 치고 어느 정도 수준까지 회복하는데 한 세대 이상 걸린 것으로 나온다"며 "특단의 대책, 개별적 정책들의 단편적 조합만으로는 단시일 내에 풀 수 없다는 게 정설"이라고 저출산 문제 해결이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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