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론' 힘 빠진 비명계…'이재명표 쇄신' 물음표


'당헌 80조 예외' 결정 절차적 문제 제기 그쳐
지명직 최고위원·전략기획위원장 교체 수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기소됐지만 직무 정지 당헌 80조 예외를 적용받았다. 비이재명계는 반발했지만 파장은 크지 않은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무더기 이탈표 사태에 이어 또 한차례 고비를 맞이했다. 배임 및 제3자 뇌물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이재명 대표의 당대표직을 유지하기로 하자 비이재명계가 공개 반발했다. 다만 '정치탄압' 기세에 눌리면서 집단행동 없이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쳤다.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사태 직후 화두로 떠오른 '당 쇄신' 동력도 다소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조만간 지명직 최고위원과 전략기획위원장, 대변인단을 교체하는 수준의 '당직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총선 승리' 목표를 충족할 만한 쇄신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내홍 불씨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사태 후 이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면서 내홍 수습에 나섰지만 검찰 기소로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한 모양새다. 당 지도부는 발 빠르게 나섰다. 지도부는 기소 7시간 만에 당무위원회를 소집해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면 직무를 정지한다'는 당헌 80조 적용 대상이 된 이 대표에게 '정치탄압'이라며 예외를 인정했다.

일부 의원들은 당헌 80조 적용을 논의하는 당무위원회를 당 지도부가 졸속으로 열었다고 비판했다. 2022년 9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 민주당 대표(오른쪽), 전해철 의원. /이새롬 기자

비이재명계는 공개 반발했다. 지난 22일 당무위에서 3선 전해철 의원은 80조 1항에 담긴 "기소와 동시에" 문구 해석이 필요하다며 추후 당무위를 재소집하는 게 맞는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특히 당무위가 갑작스럽게 소집된 점을 들면서 절차적 문제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전 의원은 기권표를 던지고 도중에 당무위를 퇴장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2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 결정에 대해 "형식적 절차는 밟았다고 하지만 마치 쫓기듯 허겁지겁 지질한 모습을 보인 게 영 상쾌하지 않다"고 맹비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무위 소집 통보 당시 지역구에 내려가고 일정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서면 제출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당무위 소집이 성급했다"고 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당내 파장은 크지 않은 모습이다. 검찰 공소장에 이 대표에 대한 분명한 혐의가 담기지 않아 '퇴진'을 요구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점이 요인으로 분석된다. 앞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 기소장에는 핵심 혐의 중 하나로 지목됐던 천화동인 1호 지분 관련 '428억 약정 의혹'은 제외됐다. 대장동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 등 민간업자들에게 사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이 대표 측이 428억가량의 천화동인 1호 지분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혐의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검찰 공소장 안에 스모킹건이 안 나온 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확실한 증거로 기소했다면 (퇴진론) 명분이 살았을 수 있다. 게다가 비명계가 의견 수렴을 하기 전에 '(당헌 80조 예외 결정을) 속도전으로 해서 속수무책이었던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탈표 사태 직후 박홍근 원내대표 중심으로 당 지도부가 선수별, 당내 모임별로 의원들과 릴레이 면담을 진행하고 '달래기'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균열만은 안 된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당내 4선 중진 의원들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동료 의원들에게 "민주당에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단결과 총선승리"라며 "단결을 해치고 공멸을 부르는 언행을 자제하자"고 호소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상희·안규백·우원식·정성호 의원이 기자회견에 참여했고, 김영주·김태년·우상호·윤호중·이인영 의원은 이름만 올렸다. 홍영표 의원은 빠졌다.

이 대표는 전략기획위원장, 지명직 최고위원, 일부 대변인 교체하는 수준의 당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4선 의원 10명이 공동으로 제안한 2023,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 취지를 설명하고 있는 정성호(왼쪽부터), 김상희, 우원식 의원. /뉴시스

이 대표는 다수 의원들의 요구를 수용해 당직 개편도 구상 중이다. 지명직 최고위원과 전략위원장, 대변인단 일부 교체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선숙 최고위원과 문진석 전략위원장은 이미 사의를 표명했다. 대변인단에 속한 한 인사는 "(교체 이야기는) 대변인단 회의나 비공개 최고위에서 한 번도 논의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당이 안정화하고 잡음이 없게 된다면 따를 것"이라고 했다. 앞서 비명계는 당 살림살이를 총괄하고 내년 총선에서도 주요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무총장직 교체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평론가는 "'퇴진론' 명분이 약해진 상태인 데다 (비명계) 응집력도 높지 않아서 쇄신은 흐지부지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다만 내홍 불씨는 여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를 둘러싸고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기소 가능성 있는 사건들이 남아 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당 쇄신 요구도 끊임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박용진 의원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에게 강성 지지층인 '개딸'의 과격행위에 강경 대응하라고 작심발언했다. 그는 "당내 의원을 향한 내부 총질에만 집중하는 행위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며 "해당 행위, 당을 분열시키는 이들에 대해 이 대표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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