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이재명 대표직 유지' 만장일치라더니…하루 만에 '이견' 노출
-지난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 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으로 기소되자 민주당은 곧바로 '기소 시 당직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의 예외 조항을 적용하기 위한 당무위원회(당무위)를 소집했는데 결과는 어땠지?
-기소 반나절 만에 당무위는 이 대표의 기소를 검찰의 '정치 탄압'이라며 예외로 규정하고 이 대표가 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결정했어.
-만장일치였다고 밝혔지만, 사실이 아닌 게 드러났지?
-당무위 직후 김의겸 대변인은 이 대표를 포함해 기동민·이수진(비례) 의원 등에 대해 당헌 80조 예외 조항을 적용하겠다고 '만장일치'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어. 김 대변인은 '정치 탄압 부동의 의견을 취합한 걸로 아는데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를 묻자 "아뇨 그런 건 없었다"라고도 했어.
-다음 날 만장일치는 사실이 아닌 것이 드러났어. 전해철 의원이 회의 당시 당무위 소집 절차 등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기권했던 사실이 알려진 거지. 전 의원은 회의에서 '기소가 되면 자동적으로 당직이 정지되는지 여부를 정치 탄압에 대한 판단에 앞서 논의해야 한다', '이 대표가 오전 11시에 기소가 됐는데 같은 날 오후 5시에 당무위를 소집하는 게 촉박하고 부자연스럽다', '공소장 내용을 살펴보고 심층적으로 검토한 뒤에 논의해야 한다' 등 의견을 제시했다고 해. 김 대변인이 설명했던 내용과는 상반된 내용이었지.
-이날 김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 의원은 전날 당무위에서 몇 가지 말을 한 뒤 기권을 하고 퇴장했다"며 "전 의원이 자신이 한 말을 공개해 줄 것을 요청해 이 자리에 선 것"이라고 말했어. 자신이 만장일치 결정이라고 한 것을 두고 김 의원은 "(전 의원은) 이미 기권하고 퇴장한 단계였다"며 "전 의원이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를 인정하느냐'는 안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대 없이 통과됐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어.
-김 대변인의 '거짓말' 논란 다음 날인 24일 한 보도를 통해 이 대표가 김 대변인을 포함해 대변인단을 대거 교체할 것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어. 민주당은 대변인단을 포함해 지명직 최고위원, 정책위의장 등 당직 교체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김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자신이 애초 전 의원의 기권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그 정도 잔기술은 업계에서 통용되고 있다 생각한다"며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건 알리는 게 피알(PR)이라지 않냐"고 남겼어. 또 김 대변인은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겠지만, 곤란한 질문은 피해 가라고 대변인을 맡긴 것"이라고도 했어.
-김 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 앞에 서면서 잠시 고민했다. 전해철 의원 발언을 알릴까 말까. 하지만 굳이 알려서 좋을 게 없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선택한 대답이 의결 안건이 올라와서 반대 없이 통과됐다는 것이었다. 전 의원 이견은 소집 절차에 관한 것이지 본안인 정치 탄압 여부는 아니었다"라고도 부연했어.
-김 대변인의 실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야. 과거에도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킨 바 있잖아. 지난해 11월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유럽연합) 대사와 면담했는데 동석한 김 대변인이 비공개 면담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취재진에게 전달했다가 페르난데즈 대사가 김 대변인이 자신의 발언 취지와 다르게 브리핑했다고 강력하게 항의를 받기도 했잖아. 그때도 당내에서는 "김의겸이 또 김의겸했다"는 비판이 나왔지.
-그뿐만 아니야. 김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 한 장관이 법무부 행사장에서 이재정 민주당 의원을 따라가 의도적으로 악수 장면을 연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고. 당시에도 많은 보좌진 사이에서 "처음부터 민주당과는 안 어울렸던 사람"이라는 혹평을 받은 바 있어. 특히 김 대변인은 기자 출신인데 사실을 알리기보단 "그 정도 잔기술은 업계에서 통용",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겠지만, 곤란한 질문은 피해 가라고 대변인 맡긴 것" 등 발언은 매우 부적절해 보여. 보좌진도 취재진도 김 대변인의 말을 더는 신뢰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어. 과연 이번 대변인단 교체에 김 대변인도 포함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
◆장제원·우상호, 국회 상임위회의 중 '버럭·갑질' 논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국회 사무처 직원, 소관 부처 직원에게 '버럭'한 의원들이 있다고?
-균형감 있게도(?) 거대 양당에서 의원 한 명씩 '갑질'이라 볼 수 있는 장면을 연출해 화제가 됐어. '윤핵관'이라 불리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3선)과 '4선 중진'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인공이야.
-우선 우 의원은 지난 21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큰소리를 냈어. 한일 정상회담 현안 질의를 하던 중에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회의장에 "일본에 고마워해야 한다"는 천공 발언 영상을 틀었는데, 여당이 "음성 반출은 양 간사 간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영상 재생 중지를 요청하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냉랭해졌거든. 여기에 외통위 수석 전문위원이 "채택되지 않은 증인·참고인의 간접 증언이 될 수 있다"면서 여당 측 주장에 힘을 싣자 우 의원이 고성을 낸 거야. 국정감사 때만 '합의 후 영상 재생' 관례가 적용됐었다고 반박했어. 그러면서 우 의원은 수석 전문위원에게 "어디 법 있어? 보자 보자 하니까 웃기네", "어디서 이따위 소리를 하고 있어"라고 따졌어. 당시 생중계로 해당 장면을 보고 있었는데, 점잖게 얘기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장 의원 '갑질 논란'은 22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불거졌어.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회의장을 이석한 것을 보고, 장 의원이 "국회를 뭐로 보는 건가. 선관위는 국회를 이렇게 무시하나. 누구 허락을 맡고 이석했나"고 따진 거야. 박 사무총장이 이석을 지시하는 메모(쪽지)를 받았다고 답하자 장 의원은 "메모를 준 사람이 누구냐"고 추궁하고, 메모를 전달했다는 관계자에게는 "당신이 상임위원장이야?", "어디서 배워 먹은 거야? 국회를 뭐로 보는 거야"라고 라며 언성을 높였어.
-그런데 장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50분께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참고로 오늘 오후 5시에 정개특위가 열린다. 그래서 아마 사무총장님은 이석을 하셔야 되죠"라고 물었어. 이에 박 사무총장이 "그렇다"고 답하자, 장 의원은 "(의원들은) 참고해서 (이석하기 전에) 대체토론을 하고 현안 질의를 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어. 그리고 박 사무총장은 실제로 정개특위가 열리는 오후 5시 직전인 오후 4시 45분쯤 자리에서 일어났어. 이동시간을 고려하면 충분히 일어날 만한 시간 아니었나 싶어. 또 본인이 앞서 한 말도 있고, 이석한 이유를 차분히 물으면 될 일인데 다짜고짜 화부터 낸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아. 윤석열 대통령이 요즘 공들이고 있는 'MZ 마음 얻기'와 정반대 행동이고.
-동료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지적이 이어졌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우 의원을 향해 "반말 갑질"이라며 공식 사과를 요청했어. 장 의원에 대해선 여당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어. 손수조 전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 후보 대변인은 장 의원에게 행안위원장직 사퇴까지 공개적으로 촉구했어.
-의원 '갑질'은 가까이 붙어있는 보좌진이 가장 많이 겪고 있어. 최근에도 국회 직원 익명 게시판에 관련 글이 올라왔다고?
-의원실 보좌진으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해당 글에서 "영감 자식내미 결혼 한다고 보좌진 동원해서 청첩장 풀칠해서 보내고, 결혼식장에서 축의금 접수하고 답례품 돌리고 대관들에 몇 개 이상 돌리라고 강요하는 의원실이 아직도 있진 않겠죠? 정말 없겠죠?"라는 글을 올렸어. 직접적인 제보는 아니지만 '분명한 갑질이 있었다'는 우회적인 폭로로 해석됐어.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잖아.
-몇몇 비서관들과 이 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처음 나온 반응은 "뭘 그런 걸로 놀라시나요. 일상인데요"였어. 보좌진이 의원 개인 경조사에 동원되는 관행은 여전하다고 해. 또 최근 자녀를 결혼시킨 의원들을 언급하면서 "(익명 글에 나온 갑질 행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하더라고.
-국회의원 사무실이 모여 있는 의원회관에 가면 의원이 사무실에서 큰소리 내는 모습, 비서관이 의원 정장을 세탁소에 맡기는 모습 등을 종종 목격하곤 해. 보좌진은 임면권이 온전히 의원에게 있으니 갑질해도 쉬쉬하는 구조라서 바뀌지 않는 것 같아. 국회사무처나 상임위 소관 부처 직원들도 "국민의 대표"라는 소리에 꼼짝 못 하지. 그런데 정작 국민은 의원들을 갈수록 외면하고 있어. 지난해 연말 국가기관별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를 아예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81%였어. A 비서관은 "22대 총선에선 제발 좀 새로운 사람들로 교체돼서 달라지면 좋겠다"는 기대를 보였어. 희망이 절망이 되지 않도록 정치하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언행을 되돌아보길 바라.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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