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與 김기현의 공허한 '오직 민생', '직언'이 해답


尹-與 지지율 동반 하락…金, 민생 챙기기 행보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모습 기대

김기현(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내 서민금융센터를 찾아 정책서민금융 현황을 파악하는 등 민생 챙기기에 나섰다. 왼쪽은 주호영 원내대표.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우리의 대답은 오직 민생입니다.'

국민의힘 회의실 뒤에 걸어 놓는 배경 현수막(백드롭)에 쓰인 문구다. 단 한 줄의 슬로건은 당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더불어민주당이 대형 태극기와 함께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지 말라'는 백드롭으로 일본과 관계 개선에 나선 윤석열 정부를 맹비난하는 것처럼, 김기현 대표는 '민생' 살리기를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실제 김 대표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21일 서민금융 민생현장을 방문하고, 전날에는 '민생희망특별위원회'(가칭)를 발족하는 등 민생 챙기기에 집중하고 있다. 당정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시기와 묘하게 맞물린다. 민생에 방점을 찍고 반등을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지지율은 악재와 호재에 따라서 오르내리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경상권, 보수층, 노년층 등 핵심 지지층의 이탈과 함께 민심 악화가 심화하는 현상을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성인 유권자 2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7% 나타났다. 지난주 조사보다 4.5%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4주 차(36.8%)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민주당은 3.8%포인트 오른 46.4%로 조사됐다.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6.5%였으나, 부정 평가는 무려 60.4%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김 대표가 취임한 지 2주 만에 위기를 맞은 건 정부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의 방일 외교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향한 야권의 '매국적 외교' 프레임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연일 "한일관계는 이제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부각하지만, 온라인상에선 시큰둥한 반응 일색이다. 심지어 정부·여당을 향해 '친일'이라는 비난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최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반 하락했다. 민감한 한일 과거사 현안과 근로시간제 개편 논란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16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나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향해 김 대표가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주당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논란도 당정 지지율 하락에 한몫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연장근로를 총량 관리해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 근로할 수 있게 하고, 쌓인 연장근로시간만큼 장기 휴가를 갈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발표했는데, 반발이 거세다. 윤 대통령은 '주 60시간은 무리'라며 뒤집더니,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대통령 개인 생각이며 가이드라인을 주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라고 했다. 점입가경이다.

국민의힘도 대통령실처럼 오락가락하고 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정부의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옹호했다. 하지만 당은 여론이 심상치 않자 여러 의견을 수렴해 보안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속도조절론을 내세웠다. 그런데도 여전히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고용노동부의 메시지가 엇갈리면서 혼란이 지속하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행태를 보면 굉장히 부드럽지 않고 아마추어 같은 모습이 보인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며 '당 지지율 55%, 대통령 지지율 60%' 공약을 내세웠다. 취임 이후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어 꽤 당황스럽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아직 취임 초반으로 얼마든지 지지율을 끌어올릴 기회는 있을 것이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고통을 호소하는 서민들의 숨통을 트여준다거나,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기조에 대해 직언하는 등의 경우가 해당되겠다.

'당정일체'를 강조해온 김 대표가 민생 행보를 통해 향후 윤 대통령과 정례회동에서 민심을 잘 전달했으면 한다. 물론 정부에 힘을 싣는 것은 여당으로서 당연하지만, '직언'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90도로 허리를 꺾는 모습은 국민이 보기에 거북하고 민망하다. 김 대표는 왜 대통령과 당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오답 노트가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정부가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책을 내놓는다면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김 대표가 할 일이다. 그게 '수평적협업관계'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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