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벤션 효과 못 누리는 與...'민생 살리기' 승부수 될까


김기현 취임 후 지지율 연일 하락세...'한일 정상회담'에 여론은 부정적
'민생 살리기' 시동...야당 협력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세다. 김 대표 취임 후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20일 여당의 지지율이 윤석열 대통령과 동반 하락했다. 전당대회 등 큰 이벤트 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도 사그라든 모양새다. 여당은 '민생 살리기'를 반전 카드로 꺼냈지만,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당은 야당의 협력이 필요한데 한일 정상회담 결과가 정쟁화하는 데다 선거제 개편안으로 여야가 맞붙으면서 전선은 더욱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취임 후 여당 지지율은 연일 하락세다. 컨벤션 효과도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여당이 연일 한일 정상회담 성과를 홍보하며 여론전에 나서지만 힘을 못 쓰며 여론은 점차 싸늘해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성인 유권자 25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P) 국민의힘 지지율은 37.0%로 같은 기관의 전주(3월 6~10일) 조사보다 4.5%P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11월 4주 차(11월 21~25일) 36.8%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리얼미터는 "충청권, 60대를 제외한 모든 계층에서 하락했다"고 밝혔다.

같은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는 60.4%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36.5%였다. 부정 평가가 60%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월 2주(2월 6~10일) 60.3% 이후 5주 만이다. 리얼미터는 "한일 정상회담이 부정적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보다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 14~17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도 비슷했다.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4%P 떨어진 34%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은 1%P 내린 33%로, 부정 평가는 2%P 오른 60%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일본 관계, 강제 동원(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15%, '외교' 15%로 각각 꼽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조수진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민생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 설치를 의결했다. 지지율 하락 국면을 민생으로 정면 돌파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컨벤션 효과가 없다"는 지적에 "어떻게든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며 "청년·수도권 지역의 민심을 얻기 위한 구체적인 행보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가칭) 설치를 의결했다. 김 대표 체제의 1호 특위다. 위원장은 조수진 최고위원이다. 김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지역별 대표성, 분야별 대표성과 전문성을 잘 고려해 충분히 다양성이 보장된 분들이 위원으로 참여할 것"이라며 "이번에 발표한 민생특위는 단순히 한두 번의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니라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여당은 민생 살리기 행보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21일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는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이달 말 출시 예정인 긴급생계비 소액 대출 추진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또 국내 은행들이 예대차익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상황에 정작 서민들의 대출 금리 부담이 커진 것과 관련해 서민 부담 완화 방안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행보가 무색하게 국회 안에서 민생 법안 처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양곡관리법과 관련해 여야 원내 지도부는 이날 막판 논의에 들어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오는 23일 본회의 처리는 불투명해졌다. 여당은 "의무 매입이 있는 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고 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만 오매불망 기다리며 중재나 타협을 전혀 구상하지 않는다"고 정부·여당을 맹비난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전원위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2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일제히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의원들과 인사하던 모습. /이새롬 기자

여야 대치의 전선은 확대되고 있다. 협치의 여지가 더욱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도 여야는 엇갈렸다. 이날 여당은 한목소리로 '국회의원 정수 확대 반대'를 외쳤다.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김 대표는 회의에서 "우리 당은 어떤 경우에도 국회의원 수가 늘어나는 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상정할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4년 전 여야 합의 없이 더불어민주당이 완력을 동원해 바꾼 현행 선거법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면서도 "그 틈을 노려 느닷없이 의원 수를 증원하겠다는 말이 나온다. 우리 당은 어떤 경우에도 의원 수가 늘어나는 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은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강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의원 정수 확대는 국민적 반감이 큰 주제다. 실제로 지난 1월 정개특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4%가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57.7%는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의하는 의견은 29.1%로 반대 의견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김 의장은 선거제 개편안을 제안하면서 의원 증원 시 5년간 전체 예산을 동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지난 17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정치관계법 소위는 여야 합의로 국회 전원위원회에 3가지 선거제 개편안을 올리기로 의결했다. 소위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인 조해진 의원이다. 의결한 개편안은 각각 △소선거구제와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와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등이다. 1안과 2안은 현행보다 비례 의원이 50명 늘어나는 안으로 의원 정수가 350명으로 늘어난다.

이보다 앞선 지난 16일에는 의원총회를 열고 전원위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주 원내대표는 당시 "정개특위 합의안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안 나오면 국회의장 권고안을 가지고라도 전원위에서 전체 의원들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났다"고 밝혔다. 이번에 의결된 3개의 개편안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달 제안한 안과 비슷하다. 즉 의원 정수 확대는 지난달부터 구체화된 방안이었다. 일각에서는 한일 정상회담 반감 여론으로 코너에 몰리자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여론에 편승해 타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일 정상회담 결과가 정쟁화하면서 곳곳에 남은 불씨도 정국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친교 만찬을 마치고 도쿄 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맥주로 건배하는 모습. /대통령실

한일 정상회담 결과의 여진도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시민단체에서 주도하는 굴욕외교 규탄 집회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다. 야당은 이날도 비판을 이어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 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대일 굴욕외교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 국회가 강력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망국적 야합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대통령실의 책임을 분명히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제1차장 등을 향해 "외교 참사 3인방"이라며 "분명한 책임을 지고 당장 물러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날 김 대표와의 만남에서 "일본 국민들은 이번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환호하고 우리 국민들의 여론은 부정적"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께서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이고 국민의힘이 여당인만큼 후속대책에서 국민들 마음을 충분히 받아들 일 수 있는 현명한 대책 나왔으면 하는바람"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날 함께 국회 운영위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요구서에는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인사 검증 실패, 일제 강제 동원 해법과 한일 정상회담 현안 보고 등이 안건으로 명시됐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국은 다시 한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이 대표에 이어 하 의원이 두 번째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김건희 여사 특검도 불씨로 남아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을 시작으로 오는 31일, 다음 달 14일과 28일 등 격주 금요일마다 공판에 참석한다. 여당은 야당의 공세에 "이재명 방탄"으로 맞서며 사법 리스크를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이에 '쌍특검'을 꺼낸 상태다. "내일 법사위까지는 특검법 처리 합의를 위해 인내하며 노력하겠지만 국민의힘이 끝내 심사를 거부하고 방해한다면 달리 방도가 없다"면서 "내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전이 없으면 국회법 절차에 따라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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