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조용한 與, 철회 촉구 野


여야, 동의 없는 오염수 방류 반대해
한일관계 훈풍 속 여야 간 적극성은 달라

일본 정부가 올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예고했다. 해양생태계 파괴와 어민들의 큰 피해가 예상돼 정치권 안팎에서 철회 요구가 거세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한일 간 외교가 정상화되면서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우리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에 대해 일본이 호응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한일 양국이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작용했다.

이 가운데 일본 정부는 주변국의 반대에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겠다는 방침이다. 해양생태계 파괴와 우리 어민들의 큰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국제해양법 위반에 따른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를 비롯한 외교적 조치 등을 동원해 일본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입법부인 국회도 진영을 떠나 국민 건강과 어민 생존권 보호, 청정한 해양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올해 6월 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에 버릴 계획이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는 지난해 7월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최종 승인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이후 저장 탱크의 포화로 더는 오염수 처리를 미룰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핵 오염수는 130여만 톤이 저장 탱크에 보관돼 있다.

일본 정부는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핵물질 정화 장치인 ALPS(다핵종제거설비)로 거르고 바닷물로 희석하면 삼중수소, 세슘-137, 스트론튬-90, 요오드-131 등 방사성 물질을 제거할 수 있고, 방사능 수치는 인체와 해양 생물에 유해할 정도로 높지 않다는 게 일본 측 설명이다. ALPS로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의 경우는 농도를 자국 규제 기준의 40분의 1 수준인 리터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희석해 방류하면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16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근거 없는 낭설"이라며 "저장 탱크 안에 64개 정도의 핵종이 있는데, ALPS 자체가 핵종 제거 능력이 떨어진다. 입자가 매우 작은 물질은 필터로 걸러지지 않는다. 원천적으로 방사능 물질을 완벽히 제거·정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 "일본 정부는 핵종에 대해 하나도 측정하지 않았다"며 "이는 투명하게 하겠다는 뜻과 정면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모습.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논평에서 장기 보관 대안을 두고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침묵한 윤 대통령도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뉴시스

일본 정부가 핵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우리나라 해역에 방사성 물질이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시기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은 시뮬레이션 결과 삼중수소가 2년 뒤 일시적으로 국내에 유입됐다가 4~5년 뒤 본격적으로 제주해역에 유입되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린피스 측은 빠르면 7개월 안에 후쿠시마 오염수가 한국의 바다로 유입되기 시작한다는 최신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국내 시민환경단체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현실화한다면 우리나라 연안도 방사능에 오염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해양생태계와 수산업에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입을 모은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우리 시민들의 먹거리 안전이 위협받고 한일 어민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질 것이 자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에 미온적인 태도다.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일본 측 주장을 검증하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16일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에서 "'장기 보관' 대안을 두고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침묵한 윤 대통령도 공범"이라며 "이번 한일 정상 회담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바다 생태계의 생명과 그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핵 테러를 묵인한 회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주요 피해국이 될 수밖에 없는 한국 정상이 침묵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무책임함"이라고 직격했다.

일본의 초당파 의원 모임 일한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은 17일 일본 도쿄 한 호텔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한국 측의 이해를 구했으며, 윤 대통령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견해를 강조했다고 일본 공영방송 NHK가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이 말한 과학적인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불분명하다"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우려를 표명하고 있고, 특히 여수와 같이 수산업을 집중적으로 하는 곳에서의 피해가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너무 일본을 이해하면서 우리 국민은 돌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권은 일본 정부를 향해 오염수 방출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당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 대응단'과 '해양수산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대응단은 지난 1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와 국내외 전문가들의 문제 지적 등을 통해서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 계획을 저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 해양수산특별위원회(위원장 윤재갑 의원)가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를 향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신진환 기자

특위위원장 윤재갑 의원은 16일 성명을 내고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강행한다면, 인류를 향한 핵 테러 시도"라고 경고했다. 또 "윤석열 정부는 과학적인 검증을 바탕으로 대응하겠다는 뻔한 이야기만 할 뿐이다. 국제해양법재판소에 대한 제소도 국제법 및 국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 등에 대한 종합적이고 충분한 검토를 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는 데 그치고 있다"며 질타했다.

상대적으로 여당은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 모양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연일 일본 정부에 경고의 목소리를 내는 것과 대조된다. 윤 의원은 <더팩트>와 만나 "국민의힘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앞으로 공동 대응을 위해 계속 여당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엄중히 대내외 대응조치를 해나가야 한다는 정부의 기조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정부와 함께 해양 방사능 감시체계를 확대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물론, 국민 건강과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는 방침이다. 김기현 대표도 지난해 7월 일본의 충분한 설명과 동의 없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는 것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국내 환경단체들은 여당의 분발을 촉구했다. 최경숙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는 통화에서 "국민의힘 의원 중 적어도 해안을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적극적으로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현장에서 만난 어민들은 생업이 달린 문제라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다. 또한 사후보단 사전에 위험을 차단하는 게 옳은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여야를 떠나 이런 식으로 방관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입 다물고 있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녹색연합 활동가도 "과학적·객관적 사실에 입각해 처리해야 한다고 하지만, 지난해 후쿠시마 오염수 예산을 삭감했다. 윤석열 정부가 반대한다고 밝히지도 않았고, 사실상 일본 정부가 하는 것들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처럼 보여 우려된다"며 "국회에서도 대통령이 (문제 해결을) 잘할 수 있도록 계속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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