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년 만에 일본을 방문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과 일본 정상은 양국이 국제 사회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함께 할 협력 파트너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우리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일본 총리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에 대한 '사과'와 우리 대법원 판결에 따른 일본 가해 기업의 '배상 참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여당은 한일 양국이 새로운 출발점에 다시 섰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야당은 '굴종 외교'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이후 이른바 '연포탕'(연대·포용·탕평)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주요 당직에 '친윤'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뒷말이 나왔지만, 총선 승리를 위한 '원팀' 행보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차기 원내사령탑에 누가 오를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이 4월 중으로 예정된 가운데 벌써 여러 후보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내홍 진화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사태 후 첫 의원총회를 열고 당내 혼란상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표는 당내 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은 '트럭'을 동원해 장외 시위를 벌이며 비명계(비이재명계)를 비난했다.
◆'아낌없이 줬는데…' 尹대통령, 12년 만의 방일서 무엇을 얻었나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6~17일 일본을 실무 방문했어. 한일관계 경색의 핵심 배경이었던 우리나라 대법원의 2018년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윤석열 정부가 우리나라 기업이 비용을 부담하는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해결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열흘 만에 이뤄진 방일이야. 양국 정상의 상대국 방문은 12년 만인데, 우리나라가 내어 준 것에 비해 얻은 것은 거의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이외에도 여러 뒷말이 있네?
-우선 이번 한일 정상회담 결과 확정된 내용부터 살펴보면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의견 일치 △다음 만남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셔틀외교' 재개 △광범위한 분야에서 양국 정부 간 소통 활성화 △양국 경제계가 참여해 '한일 미래파트너십기금' 설립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및 한국의 WTO 제소 취하 정도가 있어.
-우리 국민들이 바랐던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 및 가해 기업의 '사과', 가해 기업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참여'는 없었어. 또한 일본 측에 추후 '구상권 청구'도 하지 않기로 해서 앞으로 추가로 피해자나 유족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고스란히 우리 기업이 그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됐어.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로의 회복도 '논의한다'는 말만 있었지.
-일본의 사과와 관련해선 기시다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된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말로 우회에, 우회를 한 두루뭉술한 표현이 들어갔어.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1998년 10월에 발표된 일한 공동선언'은 우리에게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잘 알려져 있어. 이 선언에는 "오부치 총리대신은 금세기의 한일 양국 관계를 돌이켜 보고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하여 한국 국민에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하여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러한 오부치 총리의 역사 인식 표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평가하는 동시에 양국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 우호 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는 뜻을 표명했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어. 일제 식민 지배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죄가 한일 간 공식 합의 문서에 명시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지.
-일본 정부의 과거 포괄적인 사과를 포함해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 계승한다는 모호한 사과인 셈이야. 특히 이 선언에도 '강제동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 일본 정부는 역대로 강제동원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어.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 계승한다"는 기시다 총리의 말도 '이것은 사과인가, 아닌가' 정말 헷갈리는 대목이야. 아베 내각 시절, 아베 일본 총리는 "아베 내각은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공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측근인 자민당 총재 보좌관이 '새로운 담화 발표'를 운운하면서 고노 담화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고, 교육을 책임지는 문부과학대신은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가 "일본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아니다"는 말을 하기도 했지. 또한 제2차 세계 대전 시기 일본의 전쟁범죄자가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식민 지배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어. 기시다 총리는 아베 세력의 후원을 받아 총리가 됐으며, 본인도 야스쿠니 신사 제사에 맞춰 공물을 봉납하기도 했지. 사과한 역대 일본 정부도 있고, 다시 말을 뒤집은 정부도 있는데 이를 전체로 계승한다는 말이 과연 사과일까.
-이에 한일 정상회담 후 양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 측 기자는 기시다 총리에게 '한국의 노력에 비해 일본 측의 호응 조치가 부족하다는 한국 내 여론이 많다. 이를 호전시키기 위해 총리가 직접 하거나 혹은 윤 대통령에게 제안하고 싶으신 것이 있는가'라고 물었어. 이에 기시다 총리는 "앞으로도 양국에서 자주 공조하고, 하나하나 구체적인 결과를 내고자 한다"며 제대로 답하지 않았어.
-윤 대통령은 같은 기자의 '이번 회담 결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국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번 (강제동원) 해법 발표로 인해서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고 발전한다면 먼저 양국의 안보 위기 문제가 거기에 대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양국의 경제계에서도 환영하듯이 다양한 첨단 분야에 있어서 양국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그런 일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고 말했어. 또한 윤 대통령은 양국 국민이 상대국을 가장 방문하고 싶어 하는 나라 1순위로 꼽고 있고, 실제 가장 많이 방문하는 나라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지.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우리 국익은 일본의 국익과, 공동의 이익과 배치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어.
-우리 국익과 일본의 국익이 배치되지 않는다는데, 아직 언급도 하지 않았다는 '독도' 문제와 '위안부' 문제는 어떻게 공동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어. 대통령실은 일단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두 문제는 논의된 바가 없다고 했어.
-윤 대통령 부부의 이번 일본 방문의 내용상의 문제와 함께 대통령실의 언론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상당해. 통상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가면 구체적인 일시와 장소는 순방에 동행한 기자단에만 알리지만, 국내에 남은 출입기자들에게도 기사 작성 대비를 위해 엠바고(보도 유예)를 전제로 당일 일정은 사전에 제공하거든. 그러나 이번 방일에 대해선 전체 출입기자들에게 일정과 관련한 공지를 '16일 오전에 출발한다', '17일 오후에 돌아온다' 딱 두 개만 했어. 또한 일정 이후 관련 내용 전파도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이뤄졌어. 이에 국내에 남은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깜깜이도 이런 깜깜이가 없다", "이렇게 답답한 대통령 순방은 처음이다", "소통을 잘하겠다고 대통령실을 이전하더니 불통만 심해졌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어.
-그래서 대통령실 측에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더니 "일정 공지는 순방단 기자들에게도 정확히 못 한다. 국내에 (남은 기자들에게) 못할 거 같다"는 답이 돌아왔어. 실제 복수의 순방단 기자에게 확인해보니 일정 시간은 일부만 공지를 하고 나머지는 '유동적'으로 알려줬다고 하더라고.
-반면 일본 언론에선 순방 전부터 윤 대통령 일정, 시간, 만찬 식당들까지 보도가 다 됐어. 한일 정상회담 후 만찬을 두 번 한다는 것도 순방 전 일본 언론에서 보도가 됐지. 그런데 우리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순방 전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에 "만찬을 어떻게 두 번 할 수가 있죠? 만찬을 두 번 한다고요? 만찬을 두 번 한다는 보도는 제가 확인해 드릴 수 없을 것 같다"고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는데, 실제 만찬은 두 번 했지. 상대국이 있는 일정인데, 상대국보다 왜 이렇게 제한된 취재 여건만 제공하는 건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와.
◆'연포탕' 행보 이어간 김기현, 안철수와 어색한 만남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이후 이른바 '연포탕'(연대·포용·탕평) 행보를 이어가 눈길을 끌었어. 김 대표는 지난 1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안철수 의원과 회동했는데,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전당대회 이후 닷새 만이야. 당시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
-회동 전, 김 대표는 약속 시간 5분 전쯤 먼저 도착해 안 의원을 기다렸어. 출입문에 서서 정중하게 안 의원을 맞이하려는 모습이었어. 승자의 미덕을 보이는 장면이었어. 미리 마련된 장소에서 대기하는 취재진도 김 대표가 있는 곳으로 몰려갔지(웃음).
-김 대표는 약속 시간에 맞춰 모습을 드러낸 안 의원의 손을 맞잡고 반기며 "식사 맛있게 드셨냐"며 인사했어. 또 안 의원을 향해 "전대를 마치자마자 SNS에 '내년 총선을 위해 힘을 합치자'는 글이 많은 격려가 됐다"고 덕담했어. 안 대표는 "다시 한번 당선 축하드리고, 지금부터는 당이 화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어. 두 사람이 만나자마자 출입문 앞에 서서 이렇게 대화한 거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나 보네.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봉합하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당 화합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두 사람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 이번 회동은 김 대표가 먼저 안 의원에게 만남을 요청했어. 안 의원은 개인 일정을 뒤로 미루고 수락했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원팀'을 이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 카메라 앞에 선 두 사람은 기념 촬영을 했는데, 설명하기 어려운 어색한 기류가 감지됐어. 두 사람의 표정도 약간 어색해 보이기도 했어.
-안 의원은 특위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김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던데?
-맞아. 안 의원은 20분가량 비공개 회동을 마친 뒤 김 대표의 당내 과학기술 분야 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고사했다고 밝혔어. 재충전할 시간을 좀 달라고 했다고 밝혔어. 안 의원을 보니, 다소 피곤해 보였어. 체중도 좀 빠진 듯 같았고.
-김 대표는 안 의원에 이어 황교안 전 대표도 만났잖아.
-그렇지. 김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황 전 대표와 오찬을 했어. 두 사람은 내년 총선을 위해 원팀을 이루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해. 전당대회 과정에서 황 전 대표가 강력하게 제기했던 김 대표의 울산 땅 투기 의혹 등은 이날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어.
-김 대표는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과는 만나지 못했잖아. 김 대표가 주요 당직에 '친윤' 인사를 대거 기용한 영향으로 보여. 김 대표가 앞으로도 '연포탕' 행보를 이어갈 것인지 지켜보자고.
◆'친윤 지도부' 완성한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친윤' 지도부가 완성됐어. 이제 차기 원내대표가 누가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어. 4선의 김학용(경기 안성), 3선 박대출(경남 진주갑)·윤재옥(대구 달서을)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어. 원내대표는 김기현 대표와 함께 내년 4월 총선을 이끌 핵심 요직이지. 후보군은 일찌감치 당내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김 의원은 지난 10일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아들 결혼식에서 갔는데, 하객으로 온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했다고 해. 박 의원은 지난달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뒤 의원들이 모인 저녁 자리에 찾아갔지.
-3선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과 당대표에 출마했던 4선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을)도 출마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어. 조 의원은 지난 16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출마) 최종 결단을 내리기까지는 며칠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지. 윤 의원은 "아직은 그런 이야기를 할 단계가 아니"라고 했고.
-이들은 범친윤계로 꼽히는 인사들이야. 김학용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김은혜 당시 경기지사 후보 캠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어. 박대출 의원은 대선 당시 당 선대위 유세지원본부장을, 윤재옥 의원은 상황실장을 역임했지. 조해진 의원은 윤 대통령과 같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고 대선 캠프에서도 활동했지만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게 강점으로 꼽혀. 윤 의원은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웠다고 알려졌지.
-김 대표가 PK(부산·경남) 인사인 만큼, 내년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 안배론이 제기돼. 역대 국민의힘 대표와 원내대표는 지역 안배를 고려해 정해졌거든. 수도권 출신으로는 김학용·윤상현 의원이 있네. 동시에 TK(대구·경북) 홀대론도 제기돼. 지금 당 지도부에 TK 출신이 많지 않거든. TK 출신으로는 윤재옥 의원이 유일해.
-언제 원내대표 경선을 하는지가 관건으로 꼽혀. 주호영 원내대표의 임기는 다음 달 8일까지거든. 하지만 당내에서는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의 임기가 5월 둘째 주까지라는 점을 고려해, 4월 말 양당 원내대표가 함께 물러나는 게 어떻겠냐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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