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서진정책' 어쩌나?..."김재원, 당 노력 물거품 만들어"


수도권 당협위원장들도 "부적절했다" 한목소리
김종인 "김재원, 상식 이하...호남 버리면 선거 결과 뻔해"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 최고위원의 5.18 발언과 관련해 당 안팎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 최고위원이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호남은 물론 수도권 당협위원장들에게서도 민심에서 한층 더 멀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 최고위원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발언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비판이 커지며 김 최고위원은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당 안팎으로 호남은 물론 수도권 민심에도 악영향을 줬다는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호남 민심에 다가가기 위해 시작된 서진 정책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5일 국민의힘은 전날에 이어 김 최고위원 발언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영삼 전 대통령 때 광주민주화운동 망월동 묘지를 국립묘지로 승격했다. 또 민주화운동법을 제정, 그리고 저희가 나서서 (5.18 기념재단을) 공법단체로 했다"고 강조하며 "이에 대한 위대한 정신을 폄훼하거나 개인적으로 약간의 의견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저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김 최고위원이) 신중한 분인데 교회에 가서 박수 소리도 많이 나오고 이러니까 갑작스레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5.18 관련 부적절한 발언을 했던 3인방에 대해서 국민의힘이 징계를 내렸다"는 진행자 말에 "(당의 공식적인 행사가 아니라 김 최고위원 개인적으로) 사적 자리에 갔었다. 본인이 바로 그 부분에 사과했고, 어떤 정치적인 생각을 가지고 한 건 아니"라며 "그 부분은 (당 차원의 조치를 하기에) 조금 결이 틀리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전날(14일)에도 YTN '뉴스앤이슈'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의 이야기는 당의 공식 입장도 아니고 당과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라며 김 최고위원이 '개헌이 안 되기 때문에 한 얘기'라고 해명한 데 대해서도 "아주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대통령께서는 5.18 정신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갖고 만약 개헌한다면 반드시 헌법 전문에 넣겠다고 이미 약속한 내용"이라며 "저희 당의 입장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앞서 지난 13일 김 최고위원이 전날(12일)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해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이 영상을 통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전 목사는 극우 성향의 인사로 태극기 집회를 주도했다.

영상 속에서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가 "헌법에 5·18 정신을 넣겠다고 하는데 그런다고 전라도 표 나올 줄 아느냐. 전라도는 (지지율 비중이) 영원히 10%"라고 발언하자 김 최고위원이 "그건 불가능하고 저도 반대"라고 말했다. 이어 전 목사가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전라도에 립서비스하려고 한 것이지"라고 묻자 김 최고위원은 "표 얻으려 하면 조상 묘도 파는 게 정치인 아니냐"고 농담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고 밝혀왔다. 지난해 5월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광주 5·18 민주화운동 제42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마친 뒤 인사하는 윤 대통령. /뉴시스

비판이 거세지자 당 지도부는 선을 그으며 진화에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논란이 인 다음 날인 14일 김 최고위원 발언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도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입장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면서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최고위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지난 3월12일 오전 사랑제일교회의 예배에 참석하여 교인들 앞에서 언급한 저의 모든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죄송하다. 앞으로 조심하겠다"면서 "아울러 5.18 정신의 헌법전문 게재에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은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을 뿐만 아니라 김 대표 역시 지난해 적극적인 논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사안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여당 의원들을 이끌고 5.18 기념비 앞에서 참배했다.

국민의힘도 과거 당내 인사들의 '5.18 망언'으로 홍역을 치른 뒤 5.18 명예 회복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5.18 기념비 앞에서 무릎을 꿇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호남 민심에 다가가기 위해 '서진 정책'을 추진해 왔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상식 이하의 얘기를 했다"면서 "호남을 단순하게 광주나 전남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전국에 흩어져 사는 호남 사람들의 정서를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 같은 데는 호남 유권자가 34%가 더 된다. 그 사람들을 잃어버리고서 선거를 하면 결과는 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발언도 발언이지만 최고위원이 되자마자 전 목사를 만난 건 상당히 부적절했다"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극우주의자들과) 선을 그으려고 해왔는데 상당히 우습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강성 지지층의 지지만 얻으면 당직이나 공천이 보장된다는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라고 짚었다.

김 평론가는 "서진 정책은 호남의 지지만 얻는 게 아니라 그 모습을 보며 다른 지역의 유권자들도 마음을 여는 데에 의의가 있다"면서 "(국민의힘이) 서진 정책을 접지는 않겠지만 이에 대한 진정성은 상당히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한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을 보면 (서진 정책이) 안 될 것이란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당 안팎으로는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호남 민심을 위해 쌓아온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수도권의 한 당협위원장은 총선을 앞두고 이제 확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13일 국회 인근 카페에서 안철수 의원과 만나 악수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여당은 우선 김 최고위원의 사과로 일단락 지으려는 모양새다. 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김 최고위원이 사과하고 끝난 일"이라며 "서진 정책은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지역의 당원들은 맥이 풀린다는 반응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호남에 출마했던 곽승용 전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어이가 없는 일"이라며 "그동안 지역에서 쌓아 올린 노력이 있고 이제 조금이나마 호남 지역 주민들께서 진심을 알아봐 주시고 계시는 데 그 노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당 차원에서 징계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수도권 당협위원장들도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의 한 당협위원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호남뿐 아니라 호남 출신의 서울 유권자들에게도 이런 모습이 어떻게 보이겠나"라며 "애써 그분들 마음을 얻어도 이렇게 말 한마디에 다 물거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전당대회 자체가 국민께 공감을 줬는지도 의문인데 그렇게 선출된 지도부의 발언들이 이렇다면 더 안 좋게 보일 것"이라며 "총선을 앞둔 시점에 진영 강화할 게 아니라 확장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당협위원장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전당대회를 당원투표 100%로 치르기로 한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며 "충성심 높은 당원들에게만 호소하며 민심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5.18에 대한 인식은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의지가 확고하다'는 윤 대통령이 임명한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은 과거 '5.18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논란에 휩싸였다. 김 위원장은 전날(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도 "5.18에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제가 배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여당의 태도는 소극적이다. 성 정책위의장은 한 라디오에서 "아마 학자였을 때 북한군이 아니라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었던 것 같다"며 "학자였었을 때 이야기를 '북한군'이라고 이렇게 얘기하는 건 틀리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자로서 얘기한 걸 공직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정치공세를 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옹호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표현을 쓴 데에는 군은 투입이 안 됐을지 모르지만, 그중에는 간첩이 있을 수 있다는 이런 뜻으로 이해해야 하는 건가?'라는 진행자의 질의에 "당시 상황이 북한이 아웅산을 통해서 계속 대한민국을 흔들려 했다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한 부분들에 대해 연구하는 것까지, 우리가 숭고한 정신과는 분리해서 볼 문제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0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18 국립민주묘지를 찾아 5월 영령과 광주시민들에게 드리는 사죄문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이 광주를 찾았을 당시. /더팩트 DB

호남 민심은 뒤숭숭하다.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5.18 정신의 헌법 수록에 대해) 윤 대통령과 여당이 말로만 그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행 과정에 있고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그런 과정에서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조 상임이사는 "광주 시민들은 (정부·여당의 태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선거할 때만 써먹지 말고 제도와 정책으로 5.18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헌 추진 전이라도 당 지도부가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것을 공표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그런 입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망언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호남뿐 아니라 울산시민연대 등 18개 지역 시민단체가 모인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김재원과 김광동의 5.18 정신을 훼손하는 망언을 규탄한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망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도 당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2019년 황교안 전 대표가 이끌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5.18 북한군 개입설' 공청회를 개최해 논란을 일으킨 이종명 전 의원·김진태 강원도지사·김순례 전 최고위원에 대해 이 전 의원은 제명, 김 지사와 김 전 최고위원은 '당원권 3개월 정지'라는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김 최고위원이나 김 위원장에게 어떤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너희들도 이 의견에 동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여권 전체가 우경화됐다는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 빨리 조치를 취해 논란을 끊어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장 소장은 "그런 발언들이 호남인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믿음을 저버리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호남을 고향으로 둔 전국의 호남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간다면 다음번 선거는 어려워지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정부·여당의 우경화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18에 대한 일부 인사의 발언뿐만이 아니다. 최근 정부·여당은 강경 우파와 궤를 같이하는 정책과 발언으로 우경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태영호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주4.3사건은 김일성의 지시로 일어났다'고 발언해 비판받았다. 태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당 차원의 조치는 없었으며 선관위 차원에서 경고한 게 전부다.

윤 대통령 또한 '강제동원(강제징용) 제3자 변제 해법안'과 '3.1절 기념사' 논란 등으로 '대일 굴종외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민주평통) 사무처장은 페이스북에 "식민 지배 받은 나라 중에 지금도 사죄나 배상하라고 악쓰는 나라가 한국 말고 어디 있나. 일본에 반성이나 사죄 요구도 이제 좀 그만하자"는 글을 올려 논란을 낳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부의 해법안에 부정적인 평가가 높았는데 진보층은 물론 중도층에서도 반대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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