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내는 물론, 여당과의 소통 강화에 나섰다. 당내 목소리를 청취, 신임을 얻겠다는 전략이지만, '연말 질서 있는 퇴진론'을 두고는 여전히 이견이다. 이 대표는 소통에 나섰지만, 지지자들이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 '트럭 시위'를 하면서 내홍이 또 불거지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15일 오전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와 만났다. 김 대표가 당선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진 것으로 김 대표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이 대표의 취임 이후 여야가 국회에서 당대표급 회동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방은 17분가량 진행됐고, 두 대표는 회동에서 민생 경제를 위해 여야가 협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김 대표는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쓴) 협력할 건 확실히 협력하고 민생 문제 해결 위기를 위해 경쟁하자는 데에 전적으로 100% 공감한다"며 "민생이나 국가 안전 보장 같은 기본적인 문제는 마음을 같이 한다고 확신한다. 반도체 관련 법은 관련해 약간의 이견이 있지만 3월 국회 내 처리 합의를 결단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그는 "그간 우리 당이 비상체제여서 여야 사이 대화가 원만하지 않았던 것 같지만 저희도 이제 정상체제로 복귀했으니 자주 만남을 갖고 찾아뵙고 시간 되면 찾아오시기도 하면서 격주에 한 번씩 만나 뵙고 공개든 비공개든 대화를 계속해나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드린다"며 구체적 만남 주기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 대표도 "김 대표가 당선 직후 말한 것처럼 민생을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치의 역할"이라며 "정치가 상대를 무너뜨리는 정쟁이 아닌 국민의 삶을 챙기는 경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여야대선공약추진단' '범국가비상경제회의 구성 등을 김 대표에게 제안하며 "정치가 그야말로 대결과 지배가 아닌 국민을 존중하면서 삶을 개선하는 충직한 일꾼이 되는 게 역할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좋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다만 이 자리에서 현재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 해법,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 현안 관련 이야기는 오가지 않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오후에는 민주당 최대 모임 '더미래'와 간담회에도 나섰다.
이는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 이후 이 대표가 "당내 소통"을 강조했던 후속 행보로 보인다. 앞서 '더미래'는 8일 입장문을 통해 이 대표가 당내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청하며 이날 간담회를 예고한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더미래' 대표인 강훈식 의원을 포함해 28명의 의원들이 참석했으며 약 2시간 10분간 진행됐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대표로 취임한 지 6개월 남짓 돼 가는데 나름 의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했으나 절대적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최근 한 분 한 분 만나 뵙고 의견을 들어본 결과 당 지도부와 의원들 사이에 실선은 아니지만 점선 같은 게 쳐져 있는 느낌이었다"며 앞으로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 대표는 의원들을 향해 "오늘도 허심탄회하게 듣고 저도 제 소견과 평소에 하고 싶던 말을 좀 드리겠다"며 "가능하면 앞으론 이런 딱딱한 공식적인 자리 말고 '부드러운 자리'에서 만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비공개 간담회에서 '더미래' 의원들은 이 대표를 향해 '인적 쇄신'을 결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강 의원은 간담회 이후 "(간담회는) 3~4분이 발언하면 대표도 묶어서 답변하는 형식이었고 참석자 28명 모두가 발언을 했다"며 "민주당이 국민에게 더 많은 신뢰받기 해서는 소통과 성찰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고, 새로운 당의 모습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를 위해 '전면적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전달했고 대표의 결단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인적 쇄신 요청에 "오늘은 듣겠다고만"고 한다.
반면 당내에는 일각에서 제기된 이 대표의 '연말께 질서 있는 퇴진론'을 두고 이견이 나오며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친명계 의원들은 '질서 있는 퇴진'이란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7인회' 소속인 친명계 김영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친명계에서 질서 있는 퇴진론'이 제기됐다는 주장에 대해 "어떤 분이 얘기했는지 모르지만 지금 그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가정법"이라며 "가정법을 가지고 정치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박주민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원내대표가 지난번 체포동의안 관련된 표결 이후에 선수별로든 모임별로든 다양한 의원들을 만나고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몇몇 의원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시고 계신 것으로 전해 듣고 있다"며 "적어도 이런 게 조직적으로 논의된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반면 비명계에서는 일리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총선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은 이개호 의원은 CBS 인터뷰에서 '질서 있는 퇴진론'에 대해 "상당히 일리 있고 사실에 가까운 얘기 아니겠나"라며 "이 대표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어떤 일이든지 반드시 우리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자제령'에도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 '트럭 시위'를 하며 당내 파열음을 키웠다. 지지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날 비명계로 분류되는 강병원, 전해철, 이원욱, 윤영찬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과 국회 앞에서 트럭을 동원해 시위를 벌였다. 트럭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국민들은 이재명을 믿는다. 당 대표 흔들기 그만하라"는 등의 경고 문구도 쓰여 있었다.
이 대표가 앞서 14일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총구는 밖으로 향해야 한다. 분열,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당내 분열을 부추기지 말아 달라고 자제를 촉구했지만 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지지자들의 공격 강도는 커져가고 있다.
이 대표는 '더미래' 간담회 이후 자신들을 보러 온 유튜버들을 향해 "(혹시)트럭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누군지 아나"라며 "제발 그런 거 하지 말아 달라고 해달라"고 당부했다. 발언 직후 이 대표의 페이스북에는 "내부 공격이 가장 큰 리스크다. 거듭 호소드린다. 함께 싸워야 할 우리 편 동지들을 멸칭하고 공격하는 모든 행위를 즉시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