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돈' 동시에 쥔 대통령실 참모들…'장·차관'보다 재산 많다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평균 재산 '48.3억'…국민 대비 '10.5배'
이원모 '446억', 김은혜 '265억'…부동산·주식 '100억 이상'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왼쪽부터) 최윤석 사회정책국 간사, 김성달 사무총장, 박경준 정책위원장, 정지웅 시민입법위원장, 서휘원 사회정책국 팀장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 고위공직자 배산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종로=허주열 기자

[더팩트ㅣ종로=허주열 기자] 지난 대선 과정에서 청렴성과 반부패를 강조한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 고위공직자들이 국민 대비 10배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장·차관보다도 더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 권력기관의 고위공직자들이 '권력과 돈'을 동시에 가진 셈이다. 이는 30년 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공직자들은 돈과 권력을 동시에 가질 수 없다"고 말하면서,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제도를 만든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재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 조사 결과 대통령실 1급 이상 고위공직자 37명(사의·경질 등 6명 제외)의 1인당 재산 총액은 48억3000만 원, 부동산 재산 총액은 31억4000만 원으로 국민 대비 각각 10.5배, 7.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윤석열 정부 장·차관 재산 평균인 32억6000만 원, 부동산 재산 평균 21억3000만 원보다 각각 15억7000만 원, 10억1000만 원 많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서휘원 경실련 사회정책국 팀장은 "재산을 기준으로 봤을 때 대통령실이 최고 권력 서열임이 드러났다"며 "이렇듯 국민 정서에 동떨어진 재산 수준을 가진 대통령실 고위공직자가 과연 국민을 위한 민생 정책, 공정한 인사권, 감찰권 등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서 팀장은 이어 "공직사회 부패 척결을 위한 영리업무 금지 및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정책들도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전체 재산이 많은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상위 10명은 △이원모 인사비서관(446억) △김은혜 홍보수석(265억7000만 원) △김동조 국정메시지비서관(124억2000만 원) △이관섭 국정기획수석(75억3000만 원) △주진우 법률비서관(72억7000만 원) △강인선 해외홍보비서관(68억1000만 원) △안상훈 사회수석(64억4000만 원) △장경상 정무2비서관(50억9000만 원)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48억1000만 원) △장성민 미래전략기획관(39억5000만 원)이다.

경실련 조사 결과 대통령실 1급 이상 고위공직자 37명의 1인당 재산 총액은 48억3000만 원, 부동산 재산 총액은 31억4000만 원으로 국민 대비 각각 10.5배, 7.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뉴시스

이들 중 이원모 인사비서관(344억6000만 원)과 김동조 국정메시지비서관(116억6000만 원)은 보유 증권액만 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혜 홍보수석(213억9000만 원)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137억4000만 원)은 부동산 재산이 100억 원이 넘었다.

서 팀장은 "가장 주목한 것은 인사비서관의 재산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이와 같은 재산을 가진 분이 인사비서관을 하는데 제대로 된 인사가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산이 많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 없지만, 부동산과 증권 보유액이 많은 고위공직자가 정책을 만들면 정책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 있고, 영리업무 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실제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은 공직자의 영리업무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직무능률을 떨어뜨리거나, 공무에 대해 부당한 영향력을 끼치거나, 국가의 이익과 상반되는 이익을 취하거나, 정부에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끼칠 우려가 없는 경우' 등의 조항도 있어 규정이 불분명하다.

이를 이용해 영리업무 금지 원칙을 어기고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37명 중 약 38%에 해당하는 14명이 임대채무를 신고해 스스로 임대업을 하고 있었다. 건물임대채무가 가장 많은 공직자는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으로 72억 원의 임대보증금을 신고했다.

이외에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 39억 원, 김은혜 홍보수석 18억9000만 원,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16억4000만 원, 이원모 인사비서관 13억8000만 원, 강인선 해외홍보비서관 10억2000만 원 등 14명 중 6명은 임대채무가 10억 이상이다.

특히 이원모 인사비서관은 배우자 명의로 상가만 64채를 신고했고, 이 중 9건에 대해 임대채무를 신고했다. 보증금 채무 없이 월세로 임대하는 경우까지 포함한다면 임대업을 하는 대통령실 고위공직자는 더 있을 것이라는 게 경실련의 판단이다.

아울러 2주택 이상, 비주거용 건물, 대지 등 과다한 부동산을 보유했지만, 임대채무를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김성달(왼쪽 두 번째 ) 경실련 사무총장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재산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 고위공직자의 주식 보유에도 의문점이 있다. 37명의 전체 직계존비속 명의 주식 재산 3000만 원 이상 보유한 경우는 총 17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주식백지신탁 미신고자가 △김동조 연설기록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고득영 보건복지비서관 △김은혜 홍보수석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 △임상준 국정과제비서관 △김일범 의전비서관(지난 10일 사퇴)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등 10명이다.

또한 신고 이후에도 3000만 원 이상 보유자는 3명(이원모 인사비서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안상훈 사회수석)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주식백지신탁 심사 청구 여부와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경실련은 1993년 6월 공직자윤리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4급 이상 공무원의 재산등록 의무화 및 1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 의무화제도를 시행한 이후 30년이 흐르는 동안 공직자윤리법의 제도적인 한계와 인사혁신처의 허술한 운용 등으로 공직사회의 청렴성이 그렇게 높아지지 않았다면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지웅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변호사)은 "현행 재산등록 공개 대상을 1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확대해 국민 누구나 사회적인 감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등록한 재산을 인사혁신처가 심사하도록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 위원장은 "재산 은닉 소지가 있는 고지 거부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며 "현재 독립생계 유지, 타인 부양 등의 이유로 직계존비속 명의의 재산에 대해서 고지를 거부하는 공직자가 늘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 고위공직자의 40%가량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주식백지신탁의 면제 통로로 활용하고 있는 심사 조항을 삭제하고, 3000만 원 이상 주식 보유 고위공직자는 무조건 팔거나 신탁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고위공직자는 영리업무 금지 원칙에 따라 실거주 외 부동산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해 임대업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정 위원장은 "이번 분석 결과 대선 과정에서 청렴성과 반부패를 강조한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고위공직자들이 국민 대비 10배 이상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고, 37명 중 15명이 실거주 외 부동산 보유자, 17명이 3000만 원 초과 주식 보유자로 밝혀졌다"며 "이들은 부동산 투기 및 주식 투기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공직자가 솔선수범해 지금이라도 실거주 외 부동산을 처분하고 주식 재산도 처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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