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부부' 방일 앞두고 '강제동원 해법' 여론전 박차


대통령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대통령의 결단' 강조
피해자-시민단체-야당 "굴욕적 해법, 즉각 철회해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16~17일 일본 방문을 앞두고 제3자 변제 방식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해법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일본 방문(16~17일)을 앞두고 '국내 기업만 참여하는 제3자 변제 방식'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해법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당사자인 피해자들, 시민단체, 야당 등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자, 대국민 설득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담보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한 해법이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3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해 정부 각 부처가 분야별 협력 사업을 발굴해서 추진해 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이에 한 총리는 "새로운 한일관계로의 발전을 위해 분야별 교류협력 사업을 발굴하고 구체화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보고했다.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는 지난 6일 박진 외교부 장관이 제3자 변제 방식을 골자로 한 강제동원 문제 해법을 제시한 이후 윤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이다.

◆대통령실 "윤 대통령 지향점은 한일관계를 '미래 관계'로 만들자는 것"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지향점은 분명하다"며 "미래 관계로, 한일관계를 한번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문제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문은 그대로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과거의 문은 그대로 두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계속하지만, 미래의 문도 열어두고 향후 한일관계를 새롭게 발전해 나가는 방향도 함께 논의하겠다는 것"이라며 "오늘 시점에서 보면 과거의 문이 조금 더 커 보일 수 있지만, 한일 간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면 언젠가는 미래의 문이 커질 수도 있고,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길 한일 국민도 바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정부가 제시한 제3자 변제 배상을 거부하는 상황과 관련해선 "외교부 등을 포함해 정부가 굉장히 지속적으로, 또 적극성을 갖고 진심으로 소통하는 과정에 있다"며 "(한일) 정상회담 이전에도, 또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도 그런 소통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한일관계 해법이 국민과의 약속이자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는 점을 강조한 윤 대통령의 제10차 국무회의(7일) 발언을 '쇼츠' 영상과 함께 추가로 공개하면서, 한일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3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향점은 분명하다며 미래 관계로, 한일관계를 한번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문제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문은 그대로 열려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청사 전경. /뉴시스

대통령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제1차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강제동원 문제 해법은 대선 공약을 실천한 것"이라며 "대선 때 외교 정책은 '한미 경제·안보동맹을 통한 확장억제 강화', '김대중-오부치 정신의 계승과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글로벌 중추국가 지향'이 핵심 방향이었다. 취임 초부터 외교부에 해결 방안을 주문했고, 그동안 여러 우여곡절을 통해서 우리 정부의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집무실 책상 위 패에 적힌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를 쇼츠 영상 전면에 내세우며 "이번 해법이 지난 정부 5년간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기 위한 윤 대통령의 책임 있는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이번 한일관계 해법에 대해 세계 각국 정상 등 국제사회의 환영과 지지 표명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지지 의사를 밝힌 국가와 국제기구는 일본을 비롯해 미국, EU, 영국, 독일, 캐나다, 호주, 노르웨이, 핀란드, UN 등 총 10곳"이라고 했다.

또한 "환영의 뜻을 밝힌 주요 단체는 한국 경제단체 6곳, 일본 경단련 및 경제동우회, 미국 전략문제연구소,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 20곳에 달한다"며 "특히 주한 미국상공회의소는 지난 8일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변제를 맡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직접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고 했다.

◆尹정부 '강제동원 해법' 우려하는 외신도 상당수

하지만 대통령실의 설명대로 해외에서 긍정적인 평가와 보도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 미국이 한국 정부의 발표를 즉각 환영했으나, 피해자 단체들은 일본 정부가 사과하고 일본 기업이 직접 배상해야 한다는 그들의 요구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AFP통신) △한국 정부의 발표는 피해자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이 보수와 진보로 심하게 분열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윤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 타격이 될 수 있다"(AP통신) △이번 발표는 미국 정부의 찬사를 받았으나,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있다"(CNN방송)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의 마지막 희망은 죽기 전에 일제 강제동원 범죄자들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다"(이코노미스트) △"한국의 입장은 도덕적 신념과 정치적 현실 모두에서 비롯됐다.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는 한국 내에서 이 해결책을 수용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며, 한국 법원이 이를 소송 해결로 받아들일지도 분명하지 않다"(도쿄경제신문) 등 정부가 제시한 해법에 대한 우려를 표한 외신 보도도 상당하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무엇보다 대법원의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 3명 전부가 이날 제3자 변제 방식의 정부 해법을 거부한다고 공식화했다. 정부의 해법 자체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초법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당사자인 피해자들까지 정부가 제시한 해법을 거부하면서, 이 문제는 앞으로도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피해자들이 거부하면 법적으로 제3자가 배상금 및 위자료를 지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가운데 13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대통령실의 입장에 힘을 싣는 발언이 쏟아졌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윤 대통령이 발표한 제3자 변제 방안은 한일 청구권 협정과 대법원 판결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이 방식은 과거 민주당 내에서도 구상되고 제안된 바가 있던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과거 구상한 제3자 변제 방식은 일본의 가해 기업 참여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윤석열 정부의 해법과는 차이가 있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반대 속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정부 해법에 반대하는 피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를 연 것을 두고 "민주당이 국익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정치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민주당의 의도는 윤 대통령 방일 일정에 어깃장을 놓고 망치려는 것이다. 민주당이 과연 국익을 생각하는 공당이 맞는지, 오로지 '이재명 방탄'밖에 없는 민주당이 아닌지 묻고 싶다"고 역공을 가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이야기했다"며 "25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김 전 대통령이 말한 시대적 요청은 여전히 유효하다. 민주당만 이 요청을 철 지난 '반일팔이'로 외면하고 있을 따름이다. 우리 국민과 청년들은 이미 반일의 단계를 넘어 극일에 성공했다. 일본 거리마다 K-POP이 흘러나오고, K-드라마가 화제가 되는 세상이다. '미래로 나아가자'라는 25년 전 김 전 대통령의 요청을 다시금 민주당 지도부에 드린다"고 했다.

◆정부 해법 반대한 피해자 "이 정부가 뭐 하는 정부인가"

대통령실과 여당의 여론전에 맞서 야당과 시민단체들도 정부의 해법을 "굴욕적"이라며 맹비난하면서,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는 맞불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주말 정부 해법을 규탄하고,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이들은 13일에도 공세를 이어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남용희 기자

특히 민주당은 이날 국회 외교위 전체회의에서 정부안 철회 및 일본의 사과를 촉구하는 결의안도 채택했다. 회의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이 정부가 뭐 하는 정부인가. 대통령은 옷 벗으라고 하고 싶다"며 "지금까지 고통을 받고 살고 있다. 그런 일을 생각하면 나라가 아니라 원수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들은 정부 해법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8~9일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정부 해법안을 국익을 위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35%, '일본의 사과와 배상이 없어 반대한다'는 응당은 59%를 기록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누리집 참조).

결국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둘러싼 찬반 여론전은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호혜적 조치를 하기 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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