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계 선 그은' 김기현 "당 지지율 55%" 약속…글쎄?


친윤계 지도부 이준석계 비판 이어가
천하람 "승자가 패자에 너그러운 모습 취해야"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는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강조하면서도 이준석계와는 선을 그었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는 전당대회 당시 공약한 '국민의힘 지지율 55%, 윤석열 정부 지지율 65%'를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를 위해선 '갈등 봉합'에 나서야하지만, 새 지도부는 연일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10일 <더팩트>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지지율 55%' 목표는 당분간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로 구성된 새 지도부와 '비윤'을 내세웠던 천하람 전남순천갑 당협위원장과의 공방이 계속되면서다. 앞서 김 대표가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강조해온 만큼 당내 비주류인 비윤계를 지명직 최고위원이나 주요 당직에 등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지도부는 이준석계에 날을 세웠고 김 대표도 선을 그었다.

선거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윤핵관을 비판해오던 천 위원장은 전당대회가 끝난 10일에도 비판을 이어갔다. 천 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새 지도부를 향해 "저도 선거 과정에서 센 발언을 많이 했다. 윤핵관 제거해야 된다 얘기했고 그 앙금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 건 저도 이해한다"며 "그렇더라도 우리 정치권이 보통은 승자가 패자에 대해서 어느 정도 너그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이 관행이고 그게 사실 좋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당대회가 사실은 대통령실이 시작해서 거의 대통령실이 끝낸 어떤 전당대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전당대회에 대통령실이 이 정도 관여한 것도 매우 부적절한데 전당대회 이후에 여당 내에 다양한 목소리를 말살하는 데까지 대통령실이 힘을 쓴다고 한다면 저는 누가 납득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위원장은 이러한 발언은 전날(9일) 새 지도부가 이준석계를 일제히 공격한 데에 대한 반박이다. 전날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준석 현상을 기대하고 30대, 0선을 당대표로 뽑아줬는데, 그게 마치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라고 착각을 하고 당을 쥐고 흔들었다"고 비판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천하람 후보가 과할 정도로 현 정부에 대해 비판을 넘어선 비난 메시지를 냈다"고 지적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천아용인' 후보들을 "훌리건"이라고 표현하며 날을 세웠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강조하던 김 대표도 이준석계에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같은날 국회를 예방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당이 정비가 안 돼 있다 보니 대통령께서 일하시는 데 곤란한 점이 오히려 많이 발생했다"며 "그런 것은 다 제거하고, 국회와 정당 문제는 안정적으로 조치하며 리더십을 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시절 지도부와 대통령실의 갈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윤을 내세우며 윤핵관을 비판해온 천하람 전남순천갑 당협위원장은 10일 친윤계 지도부와 충돌을 이어갔다. /경남=강보금 기자

그러나 김 대표가 약속한 '국민의힘 지지율 55%'를 위해서는 중도층의 지지를 받는 비윤계 끌어안기가 필수적이다. 개혁 보수를 지향하는 이준석계는 중도 확장성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친윤계는 강성 보수와 결을 같이 한다.

특히 '당원 투표 100%'로 치러진 전당대회와 달리 총선은 중도층의 표심이 승패를 좌우한다. 실제 전당대회에 앞선 여론조사도 민심과 당심이 엇갈렸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김 대표가 앞선 반면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비윤'과 '반윤핵관'을 내세운 천 위원장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유승민 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과정에서 보인 모습은 국민적 반감이 크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내에서도 "김 대표를 지지하지 않은 47%를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친윤계 초선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포용과 통합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적극적으로 보여야 한다"며 "말조차도 삐딱하게 하는 건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친윤계 초선의원은 "이런 모습이 총선 승리에 좋은 영향을 줄 리가 없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기간 동안 '윤심(尹心)'이 최대 강점이었던 김 대표에게 반대로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정일체' 기조 속에서 당정 주도권은 윤 대통령이 쥐게 될 것이란 점에서다. 윤 대통령은 이번 전당대회 축사에서 "당의 위기를 자신의 정치적 기회로 악용하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어차피 정국과 공천 주도권은 대통령실이 가지겠다는 것이고 당원도 그게 지지를 보낸 것"이라며 "김 대표는 그에 뒷받침하는 역할에 머물러야지 스스로 무엇을 주도해 나가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그는 "당원들이 김 대표를 보고 뽑은 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과 잘 지낼 것 같으니까 뽑은 것"이라며 "김 대표가 당내 권위를 유지하고 확대하는 방법은 윤 대통령이 뒤에 있다는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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