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8회 믹타(MIKTA) 국회의장회의'에 참석했다. 믹타는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튀르키예·호주 5개국 간 협의체로, 국제사회의 공공이익 증대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2013년 9월 제68차 유엔총회 당시 출범했다.
의장국인 튀르키예 국회가 '대자주의, 글로벌 상호의존성과 의회'라는 주제로 개최한 이날 회의에서 5개국 의회 대표단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 탄도미사일과 핵 위협과 같은 도전과제에 대해 보다 잘 대처하고, 공정하고 평화로운 국제질서 증진을 위해 다자체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다자주의 증진과 글로벌 상호의존 해결 △정치, 경제, 문화, 사회적 영역의 관계에 대한 신뢰와 상호 이해 △외국인 혐오, 인종주의, 이슬람 혐오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차별 근절 촉구 △식량안보 보장, 공급망 보호,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 대응 등 총 16개 항목을 공동선언문에 담았다.
앞서 이들은 각각 국제체제 개혁, 국제 이주, 식량안보, 공급망, 빈곤과 기후변화 등의 주제에 대해 각각 40분씩 연설을 이어 나갔다. 이번 회의에서 김 의장은 제4세션 '책임성 있는 AI와 신흥 기술의 기회와 위험'이라는 주제를 맡아 인공지능 분야 규범 정립을 위한 협력을 촉구했다.
김 의장은 "2016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 주요 화두로 등장한 이후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등과 같은 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알파고가 프로바둑기사 이세돌을 이기고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지피티(ChatGPT)' 열풍을 목격하고 있지만 기술 진보의 부정적인 영향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의 학습 기반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정보와 사생활 침해에 관한 문제, 인공지능의 부적절한 학습의 결과로 야기되는 편향적 판단과 혐오·차별의 발생 문제, 인공지능 제작 및 이용에 수반되는 윤리관에 대한 문제, 인공지능의 판단에 뒤따르는 법적·윤리적 책임소재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각국 의회는 인공지능 시대에 상응하는 새로운 규범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현재 대한민국은 인공지능에 관한 기본법적 성격의 법률제정안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인공지능산업의 육성을 도모하면서도 인공지능의 개발과 활용에 관한 윤리기준을 수립하고 개인정보보호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한 기술이 되도록 하려는 취지의 법률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국제적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의회의 역할이며, 국가 간 경험 공유와 대안 공론화를 통해 보다 합리적인 해결책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의장은 다른 4개의 세션을 통해 △믹타 국회의장회의에 이슈별로 해당국 또는 주요 관련 국가의 국회의장을 옵서버로 초청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합리적 난민정책 추진 및 안전한 글로벌 사회의 구축 노력 △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 지원 △ 연대와 협력, 다자주의를 통한 글로벌 위기 극복 △적극적인 의회외교의 필요성 등을 역설했다.
특히 각국 의회 대표들에게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지지를 요청했다. 오는 11월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를 결정하는 국제박람회기구 총회가 열린다.
김 의장은 "개최 예정지 부산은 유라시아와 태평양의 교차점에 위치한 관문이자 세계적 수준의 관광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부산국제영화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 대형 국제행사를 다수 개최한 경험이 있다"며 "만약 한국을 방문한다면 직접 모시고 부산을 다니면서 브리핑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튀르키예 일정을 마치고 이탈리아 로마로 이동해 유흥식 추기경, 교황청 국무원장, 이탈리아 하원의장 등을 연쇄적으로 만날 예정이다. 이번 순방에는 더불어민주당 전혜숙·권칠승·강병원·이장섭·홍기원 의원과 정의당 이은주 의원, 조경호 정무수석비서관, 조구래 외교특임대사, 황승기 국제국장, 이용국 정무비서관 등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