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의 '제3자 뇌물 혐의' 공범으로 입건된 전모 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이 숨진 채 발견된 것을 두고 야권에선 "검찰 수사 압박 부담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경기 성남수정경찰서에 따르면, 전 씨는 지난 9일 오후 성남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귀가한 전 씨 아내가 소방대원과 함께 닫힌 문을 개방하고 들어가 오후 7시30분쯤 전 씨를 발견했다고 한다.
전 씨는 이 대표의 성남시장 비서실장과 경기도지사 당선인, 초대 도지사 비서실장을 지냈다. 또 2019년에는 경기주택도시공사 경영기획본부장을 맡았고, 사장 직무 대행도 지낸 이 대표 측근이다.
전 씨는 이 대표 관련 검찰과 경찰 수사 여러 건에 연루돼 있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했던 '성남FC 후원금' 사건 관련 구속영장 청구서에 보면 그는 성남시 행정기획국장 시절인 2014년~2015년 네이버 관계자를 만나 부지 활용 등 민원을 챙겨주는 대가로 성남FC에 3년간 40억 원을 후원토록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 대표 방북 비용을 포함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서도 전 씨는 지난 2019년 5월 김 전 회장 모친상에 조문을 다녀왔고, 이 자리에서 쌍방울 관계자에게 북한 측과의 경제협력 합의서 체결을 축하하며 "대북 사업의 모범이 되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같은 진술을 토대로 김 전 회장 대북 송금과 이 대표 관련성을 수사 중이다. 전 씨는 또 지난 2020년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이 대표 자택 바로 옆집에 직원 합숙소를 임차했을 당시 합숙소를 총괄 관리하는 위치에 있었다.
여권은 "민주당 방탄이 아니었으면 살았을 목숨"이라며 이 대표 주변인의 연이은 죽음에 초점을 맞췄다. 이 대표 관련 수사로 숨진 사례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이제 이재명 방탄을 멈추달라. 얼마나 더 죽어야 하나. 당신들의 방탄이 아니었으면 살았을 목숨"이라고 했고, 안병길 의원은 "참 무서운 조직"이라고 했다.
유승민 전 대표는 "이 죽음의 행렬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 정치고 뭐고 다 떠나서 인간으로서 더 이상의 희생은 막아야 할 책임이 이 대표 당신에게 있다"며 "불체포특권 뒤에 비겁하게 숨지 말고 이 나라의 사법절차에 순순히 따르라. 내가 다 책임지겠다고 나서서 같이 일하던 사람들의 죽음을 막아라"고 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는 "제발 오늘만큼은 예정된 경기도 민생행보 대신 고인의 문상을 다녀오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선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 가운데, "검찰 압박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저도 아침에 보고 깜짝 놀랐다"며 "계속되는 수사 때문에 그런 것인지, 도대체 이 대표 주변에 안 터는 데가 없지 않나. 경기도청을 가봤더니 경기도 부지사가 공개석상에서 '일을 하나도 못 할 만큼 죽겠다. 하도 괴롭히니까 아무것도 못 할 정도다. 모든 (경기도) 공무원들이 다 죽으려 한다' 이런 말을 할 정도로 경기도청은 난리더라.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다. 경기도와 이 대표 관련된 사람치고 압수수색, 수사를 안 받아본 사람이 없다고 한다. 심리적 압박감이 엄청난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지난해 12월엔가 성남FC 때 잠깐 조사받은 거 말고는 특별한 게 없다던데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왜 그랬는지 알 수는 없지만 검찰 수사가 압박을 많이 준 것 같다"며 "(음모론 같은)그런 식의 의혹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입장에선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프레임이 너무 잘못됐다. 검찰의 수사를 받다가 사람이 죽었는데 그걸 이재명 탓으로 돌린다. 검찰이 원인 제공을 안 했겠나. 검찰 수사 방식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본다. 그런데 커뮤니티 같은 곳에선 음모론 식으로 몰아가서 이 대표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씌우고 있다. 검찰 표적에 걸리면 웬만한 사람 같으면 죽고 싶은 마음 아니겠나. 이 대표도 버티는 게 용하다"고 했다. 이어 "독재정권도 아니고 지금 이 시절에 이러는 게 어이 없지만 견뎌내고 국민에 결백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검찰청 측은 전 씨 사망과 관련해 "고인에 대해 지난해 12월 26일 성남FC 사건과 관련해 한차례 영상녹화 조사를 진행했고, 그 이후 별도의 조사나 출석요구는 없었으며, 그 외 검찰청에서도 조사나 출석요구는 없었다"며 "최근 (이화영) 前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공개재판 과정에서 고인과 관련된 일부 증언이 있었으며, 검찰에서 이와 관련해 조사나 출석요구한 바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