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檢의 사법 사냥"…'추가 영장 가능성'엔 답변 피해


대표직 사퇴 가능성 묻자 "가정법에 답변 안 한다"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이 돼 가는 '폭력의 시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47분간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성남 FC 후원금 의혹' 등 자신이 혐의를 받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 무결함을 강조하며 "사건은 바뀐 것이 없는데 대통령과 검사가 바뀌니 판단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질의응답에서도 사실상 '대표직 사퇴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정부와 여당을 향해 '오랑캐 침략에는 열심히 싸워 격퇴해야 한다'는 비유를 들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약 67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47분을 모두 발언에 할애하며 윤석열 정권과 검찰의 야당 탄압이 도를 넘었다고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답(유죄)을 정해 놓고 '대장동 개발 사업'을 비롯해 시장 시절 '성과'들을 놓고 '비리'로 뒤집어 '억지 수사'를 진행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대선에서 패배했고, 검사를 하던 분이 대통령이 됐고, 무도한 새로운 상황이 벌어졌다"며 "윤석열 정권과 여당을 보면 이분들이 대체 하고 싶은 게 뭔지 궁금할 때가 많다. 더 나은 세상과 국민들의 고통을 덜고 행복을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라 민생, 경제, 안보 문제와 관련 없이 어떻게 하면 권력을 강화하고 남용해서 사적 이익을 취하고 집단의 이익을 취할까 골몰한다"고 정부와 여당을 직격했다.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검찰의 칼날이 대선 패배로 이후 자신이 겪게 된 '업보'라며 윤 대통령을 향해 "지금 승자로서 대통령과 정권이 벌이고 있는 일들은 저의 최대치의 상상을 벗어나고 있다. 영원할 것 같지만 정권, 권력은 길지 않다. 우리가 친한 친구 사이에도 자주 이런 말씀 나누지 않나. 있을 때 잘해라"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그간 주장해온 것처럼 이 자리에서도 검찰이 그간 자신을 '탈탈 털어' 왔지만,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남 FC 사건은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이 됐다가 대통령 선거 후 재수사가 이뤄졌고, 갑자기 구속할 중대 사건으로 바뀌었다"며 "대장동도 마찬가지다. 이게 2018년까지 벌어진 일인데, 그동안 박근혜 정부도 저를 탈탈 털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구속영장을 살펴보면 누군가는 '이재명 없는 이재명 구속영장'이라는 소리를 한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영장에 보면 이재명이 돈 받았다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며 "찾아낸 게 없다 보니 검찰에 포획돼 궁박한 처지에 빠진 사람들을 이용해 번복된 진술을 만들어내고 그에 기초해 검은색을 흰색으로, 흰색을 검은색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검찰이 조작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는 현 상황이 윤석열 정권이 자신에게 수치심을 주기 위해 망신 주기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새롬 기자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이유에 관해서도 이 대표는 "어처구니가 없는 게, 야당 대표라서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구속해야 한다(고 검찰이 주장한다)"며 "그러면 대통령 부인은 어떻게 되느냐"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를 언급했다.

이어 이 대표는 현 상황이 윤석열 정권이 자신에게 수치심을 주기 위해 망신 주기를 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하고 싶은 일은 영장 심사를 받기 위해서, 영장 심사가 끝난 후에 구치소에 갇혀서 대기하는 모습, 또는 수갑을 찬 이재명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라고 검찰 수사가 계속 진행될 시에 예상되는 자신의 모습을 가정했다.

이 대표는 "법치를 빙자한,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이 돼 가는 '폭력의 시대'"라며 "정치는 사라지고 지배만 난무하는 '야만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말았다"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의 자신의 억울함과 무결함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질의응답에서 검찰의 '쪼개기 추가 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해 "무도한 세상이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긴 한데 모든 가능한 경우를 예상해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을 것 같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 대표는 거취와 관련한 질문에는 사퇴 의사가 없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또 '당 안팎으로 대표 거취와 관련해 결단을 내려달란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에 "일단 생각은 머리로 하고 있다"며 "정당이나 정치는 생각이 다양한 사람이 많다. 단일한 생각만 한다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라며 역시 즉답을 피했다.

'27일 표결 이후 대표직 사퇴를 고려하고 있는지'를 묻자 이 대표는 "가정적 질문이라 지금 말씀드리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다른 기자가 재판 중 지도부 공백 우려가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을 밝혀달라고 재차 묻자 이 대표는 "제가 경기지사일 때 네 가지 혐의로 기소돼 전부 무죄를 받은 일이 있다. 2년 동안 재판에 시달렸지만, 도정 평가는 꼴찌에서 1등 평가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답했다.

'사법 리스크를 떨쳐내고 총선을 승리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 대표는 "국경을 넘어 오랑캐가 불법 침략을 계속하면 열심히 싸워서 격퇴해야 된다"며 "오랑캐 침입 자체를 막을 방법, 회피할 방법이 있느냐. 없다. 난 그게 정치의 한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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