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윤석열 정부 노동 개혁의 출발점으로 추진되고 있는 '노조 회계장부 투명성' 제고에 대해 양대 노총 중 하나인 민주노총이 "세액공제를 받았으니 가계부를 보여달란 격"이라고 거부 의사를 거듭 밝혔다. 정의당도 "노조를 범죄 집단화하려는 시도"로 규정하며 "노조를 대화 상대가 아니라 지지율 올리는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21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노조는 조합원들이 낸 조합비로 운영한다. 다시 말해 회계는 조합원들에게 공개하고 보고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자료 제출 요구는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전날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노조의 주장이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정부가) 법으로 안 되니까 갑자기 나온 게 시행령"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정부처가 노조의 회계장부나 이런 것들을 볼 수 있는 권한은 혹시 이렇게 부정이 있거나 신고가 들어갈 때 그 사유를 적시해서 서면으로 통보하게 되어 있다"며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 범위의 요구를 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하는 게 저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부가 노조와 싸우겠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고보조금 사용 내역 제출은 기재부가 직접 운영하는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 즉 e나라도움을 통해서 투명하게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국고보조금이 아닌 노조의 모든 회계장부를 제출해라' 이건 사실 말이 안 된다"며 "노조 회계는 이미 노조법에 따라서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 노동조합법에 노조는 사무실의 재정에 관한 장부 서류를 비치하고 3년간 보존하도록 하고 있고 조합원의 요구에 따라 장부를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국회 입법조사처는 전날(21일) "노조법 27조의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에 노조법 14조 '재정장부와 서류'가 당연히 포함된다고 보긴 어렵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냈다. 노조법 14조는 '노조가 재정장부와 서류를 비치·보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27조는 '노조가 행정관청 요구 시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정부·여당은 노동현장의 불법과 폭력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야당을 향해 "최근 5년 동안 1520억 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고도 회계 보고를 거부하거나 부실하게 제출한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했던 부패근절 노력의 연속"이라며 "노조는 부패범죄의 치외법권인가"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노동 개혁의 출발점은 노조 회계의 투명성 강화"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년간 국민 혈세로 투입된 1500억 원 이상의 정부 지원금을 사용하면서도 노조는 회계장부를 제출하지 않고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며 "회계 투명성을 거부하는 노조에 대해 재정 지원을 계속하는 것은 혈세를 부담하는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정부·여당과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노사 관계에 혼란을 야기하고 불법 파업을 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노란봉투법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게 핵심"이라며 "그렇게 함으로써 많은 법적 불안정성, 예측 불가능성 등을 토대로 해서 노사 관계도 불안하게 되고 국민 경제도 대단히 불확실하면서 일자리 문제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번에 통과된 법은 단체교섭을 해야 할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했고, 노조가 파업할 수 있는 내용을 확대했고, 그리고 불법적으로 손해를 미친 사람들에 대해서 피해자 보호보다는 그 가해자를 보호하는 그런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현행법대로 사용자와 노조가 단체 교섭을 하고 분쟁을 잘 해결해서 교섭을 마무리 지었는데 (또 다른)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면서 "그러면 사용자는 '내가 교섭을 해야 하나?'(하는 혼란이 생긴다). 누가 언제 또 하게 될지 이런 것들이 확정되지 않아 모든 게 불확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