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총선 승리 후 사퇴'...반등 기회 될까


"당대표직을 대권도전 발판으로 삼는다"는 의혹 불식시키려는 시도로 평가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5일 TV토론회에서 총선 승리 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에도 출마한 그는 최근 윤심 논란으로 대통령실과 마찰을 빚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총선 후 사퇴' 카드를 들고 나왔다. 안 후보는 "총선 승리만을 위한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윤심(尹心)' 논란을 넘지 못한 상태에서 반등의 기회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김영우 안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금 중요한 것은 내년 총선에 이길 만한 경쟁력 있는 분들을 후보로 만들기 위해 공천 시스템을 잘 만드는 것"이라며 "공천은 공천관리위원회에 맡기겠다. (공천에서) 손떼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선 승리 후 사퇴'가 당대표로서 공천권을 행사한 뒤라는 점에서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이다.

김 위원장은 "김기현 후보가 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공천이 이루어질 것이고 역으로 이른바 '공천학살'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의에 "저희가 좀 염려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그는 "김 후보야 말로 윤 대통령과의 일체를 많이 강조했다"며 "요새 소위 윤핵관 의원이라고 해야하나, 이철규 의원도 대통령의 '명예 당대표' 설을 들고 나왔다"고 짚었다.

그는 "'명예' 자가 붙긴 했지만 제가 볼 때는 민심과 동떨어진 일"이라며 "명예 당대표가 되면 여러가지 당무에 개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20여 년간 당정분리를 강조해온 이유"라고 덧붙였다.

앞서 안 후보는 지난 15일 TV 토론회에서 "지난 총선참패로 모두 절망에 사로잡혀있을 때 저는 정권교체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 서울 시장 출마를 결단했다. 대통령 꿈을 내려놓았다. 정권교체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라며 "총선에서 승리를 이끌고 곧바로 당 대표를 내려놓겠다. 안정 의석 확보 후에는 다른 분이 맡아도 좋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지난 16일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총선 후 사퇴'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제 모든 진정성이 정권 교체에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지난 4.7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출마와 지난 대선 윤석열 당시 후보와의 단일화를 언급했다.

그는 "제가 처음 정권교체를 시작했던 사람이니까 이제 총선 승리를 해서 정말 국회에서 우리가 과반 의석을 차지한다면 정권교체를 완성할 수 있다"며 "그러면 제 소임은 이것으로 다 한 것이다, 이런 무거운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제가 이번에 당대표가 된다는 게 이걸 이용해서 제가 대선에 출마하려고 이용을 하겠다. 이런 마음은 아닌 걸 또 국민들은 아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7일 청년들과 함께 경북 칠곡의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찾아 구국용사충혼비에 참배하고 있다. / 안철수 의원실

대권주자인 안 후보에 대해 그동안 친윤계를 중심으로 당대표직을 대권도전의 발판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가 쏟아졌다.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도 안 후보의 당대표 도전에 대해 "현재 권력에 대한 미래 권력의 도전"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같은 의구심을 '총선 승리에 대한 진정성'으로 불식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승부수가 실제로 의구심을 불식시킬지는 미지수다. 대권 행보를 펼치기 위해서는 총선이 끝난 뒤 사퇴하는 게 시기적으로 적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총선 승리가 대선 승리의 발판이라는 점에서 총선 승리 후 사퇴하겠다는 건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대목"이라며 "안 후보의 진정성이 돋보이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안 후보의 꿈은 다음 대선일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에 대선주자는 안 후보 외에 없다"며 "(대선행보를 하려면) 당대표가 된 뒤 당내 기반을 가지고 국민의힘 성과를 만들어 대선주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박 평론가는 "당대표에게 중요한 건 내년 총선"이라며 "안 후보가 사퇴 약속을 지키면 당원의 지지를 넘어서 국민 전체의 지지를 받는 행보에 나설 것이다. 그러니 사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봤다.

'공천에서 손 떼겠다'는 선언도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대통령실과 친윤계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은 뒤 몸을 잔뜩 낮췄다는 점에서다. 안 후보는 '윤심 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상태다. 친윤계와의 마찰을 피해야하는 그가 세울 수 있는 전략은 많지 않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공론센터) 소장은 "선거 전략상 사심없는 당대표라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지만 두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는 당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둘째는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소장은 "국민의힘을 혁신하고 개혁시켜 총선 승리할 수 있는 정당, 공천에 대한 자신의 개혁적인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그게 빠지고 단계를 건너 뛰었다. 현실가능성이 결여됐으니 승부수가 승부수로 안 보인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실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고 말도 안 되는 협박을 했는데 바로 꼬리를 내렸다. 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것"이라며 "당대표가 된다 한들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은 어떻게 막겠나"라고 보았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의 새로운 변화와 총선 승리 전략 정책 비전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한편 당권주자들은 안 후보의 '총선 승리 후 사퇴' 선언을 비판했다. 김기현 후보는 전날(16일) "총선 때 자기 사람 다 심어놓은 다음에 그만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천하람 후보도 "'윤심' 호소가 실패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선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천 후보는 이날(17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선거 때까지는 선거용 당대표로서 포장지 역할을 하고 그 다음엔 버려지더라도 납득하겠다, 심지어 내가 놓고 내려가겠다(라는 뜻이다)"라며 "'나랑 대통령은 같이 갈 수 없다'는 건데 이 이야기를 왜 자기가 먼저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며 "안 후보가 여당 대표의 의미를 잘 알고 계신다 생각하는데 스탠스가 왔다 갔다 하고 '윤심' 호소 전략에 실패하고 천하람이 (지지율로) 치고 올라오니까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를 하고 계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도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대표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이 대권 욕심을 가지고 있으면 그러면 공천 과정에서 내 사람을 다 심을 것"이라며 "나를 지지하고 평소에 내가 시키는 대로 잘하는 사람을 공천을 줘서 일하는 사람의 기준이 아니고 내 말 잘 듣는 사람의 기준으로 사람을 선정할 것이다는 우려가 있다. 과거에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천 다 마쳤고 선거 다 마쳤는데 계속 대표할 필요가 없으니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라며 "대권 출마 안 하겠다고 선언하시면 되는데 왜 그렇게 자꾸 우회적으로 꼼수처럼 비칠 수 있는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거취나 지역을 가지고 계속 선거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내년 총선은 안철수 후보가 총선의 주인공이 아니고 윤석열 대통령이 일을 잘했느냐 못했느냐 그게 주제가 되는 것이고 그게 주인공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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