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제1야당 대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헌정사상 최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적 제거에 나선 것"이라며 들고 일어났다. 17일 국회에서 대규모 '윤석열 정권 검사 독재 규탄대회'도 다시 열겠다고 예고했다. 내부에선 "올 게 왔다"며 대어 투쟁 의지를 높이겠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같은 날 NY(이낙연)계 싱크탱크에서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초청해 강연을 진행해 그 배경에도 관심이 모였다.
16일 오전 10시께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날아들었다.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과 뇌물, 이해충돌방지법·부패방지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이번 주께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언론을 통해 수 차례 입장을 밝혀왔다.
예고된 사법 조치에 민주당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알려진 시각 이 대표는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경로당을 방문해 주민들을 만나는 난방비 지원 행사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현장을 나서며 취재진이 영장 청구 입장을 묻자 "오후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일축했다.
이어 당 지도부는 오후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긴급 최고위를 소집해 이 대표 입장 발표 및 당의 향후 대응을 밝혔다. 이 대표는 독재 정권 당시 탄압 받았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등을 소환하며 "독재 권력은 진실을 조작하고 정적을 탄압했지만 결국 독재자는 단죄됐고 역사는 전진했다"고 검찰의 '정치 탄압'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또 이 대표는 자신이 △증거인멸 가능성 △도주 우려 등을 고려했을 때 "조금의 법 상식만 있어도 구속 요건이 전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이라며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국가권력을 정적제거에 악용하는 검사독재 정권은 반드시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대규모 규탄대회를 연다. 17일 오전 11시 30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비공개 최고위 회의 약 30분 만에 이같이 결정했다. 윤석열 정권 검찰의 편파 수사에 대한 비판 수위를 한층 더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7개 시·도당위원장을 비롯한 당원들에게도 '총동원령'이 떨어졌다. 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과 전국 지역위원장 전원을 비롯해 수도권 핵심 당원과 당직자 및 보좌진 등 1500명에게 참석을 요청했다. 이 대표도 규탄대회에 참석해 약 10분간 연설을 진행한다. 또 당 정치탄압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 및 여러 의원도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부당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미리 예고한 바 있어 오늘(16일) 구속영장 청구될 건 알고 있었다"며 "국회 계단 앞 투쟁대회로 더 바빠질 예정"이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당 지도부는 다음주께 의원총회를 열어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당내 의견도 수렴할 예정이다. 구속영장이 국회로 넘어오면, 이르면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김진표 의장에게 보고될 예정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부당 야당 탄압'으로 규정한 만큼, 자유투표든 당론이든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4선 안규백 의원은 15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과 관련해 "이 대표의 체포 동의안은 부결될 확률이 높은 것 같다. 비명계 의원이나 중진 의원도 만나 보면 (검찰이) '야당 대표에 대해서 지나친 것 아니냐'는 의견이 거의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얘기"라며 "또 이런 일(제1야당 대표 구속영장 청구)이 역사에 전례가 없었다"며 부결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반면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을 확신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올라오면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할 경우 가결된다. 투표는 무기명이 원칙이다. 민주당은 169석으로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비이재명계 중심으로 최소 28명 이탈표가 나오면 가결 가능성이 있다.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체포동의안을 일단 받아보고 이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만한 사안인지를 봐야한다"며 "(체포동의안을) 보고 (가부를) 결정하겠다는 의원들이 훨씬 더 많다"고 했다. 조 의원은 '당내에서 28표만 이탈되면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는 질문에 "그것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탈표'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다른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이 대표에게 자진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권성동 모델'을 제안했다. 권 의원은 2018년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당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이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권성동 국민의 의원이 직접 (법원에) 나가서 영장 심사를 받았던 사례를 따르라. 그게 깔끔하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가능성을 묻자 "제가 볼 때 그렇지 않다(부결)는 분위기가 더 많다. 제가 전수조사한 것도 아니고 의원들 마음속을 다 아는 것도 아니지만 대체로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본회의에서 가결하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국회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고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진심으로 촉구한다. 국회의원 윤리 강령에 따라 양심껏 표결하자"고 촉구했다.
한편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 '이낙연계'도 꿈틀했다. 민주당 내 NY계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이하 연공)은 이날 오전 공개 포럼을 열었다. 특히 공생이 강연자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초청한 사실이 알려지며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연공 측은 정치적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포럼 진행자인 남평오 연공 운영위원장은 김 전 비대위원장의 강연에 앞서 "한 달 전에 김 전 위원장을 초청했고, 우연히 (이 대표 영장 청구와) 날짜가 겹쳤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 현직 의원들도 일부러 초대하지 않았다는 게 연공 측의 전언이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 대표 사법리스크 현실화에 따른 비명계의 구심첨 찾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