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우리 후보들은 열심히 달리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차기 지도부 입성을 노리는 '이준석계' 4인방(천하람 당 대표 후보·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을 후방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 당 시스템을 개혁하겠다는 후보들과 보조를 맞추며 비윤 표심 결집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친윤계와 대척점에 선 이 전 대표의 선거 지원이 통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 전 대표는 '스피커'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 경제 정책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SNS에 공유하며 "전광판만 안 보고 개혁 추진한다고 하던 말이 얼마 전인데 왜 이제는 전광판만 보고 숫자 올리기에 매진하겠다고 하시냐"며 "특별한 수를 쓰지 않아도 정치만 순리대로 하면 국민은 원래 여당에 힘을 실어주게 돼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비상경제민생회에서 금융·통신업계를 향해 자발적으로 고통 분담에 참여해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 통신 3사(SKT·KT·LG유플러스)가 일제히 3월 한 달간 일정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글을 남겼다. 이 전 대표는 "물가 안정이 이렇게 쉬웠다니! 저 같은 사람은 생각도 못 할 방법이다. 힘이 난다"며 비꼬았다.
전날 천하람 후보를 향해 '겁먹은 개'라며 쏘아붙인 친윤계 김정재 의원을 정조준했다. 그는 CBS라디오에 출연해 "김 의원은 경선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공천받고 싶어서 '윤핵관 호소인'을 하는 것"이라며 "본인의 머릿속에 공천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의원은 전파에서 10초 이상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비난했다.
지난 10일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후보 전원이 당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한 이후 이 전 대표의 행보도 바빠졌다. 이 전 대표는 소셜미디어나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4인의 후보를 홍보하거나 친윤계의 공세에 대해 맞대응하며 후원자 역할에 매진하고 있다. 청년과 비윤 당원들을 끌어들여 세를 넓히려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당원권이 정지됐다. '성 상납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었던 지난해 7월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았다. 때문에 전당대회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 대신 보수 개혁의 기치를 들고 당 지도부 입성을 노리는 4인방을 지원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는 같은 라디오 방송에서 "22대 총선에 무조건 출마한다"고 예고했다.
최근 일련의 행보는 사실상 당에서 '축출'된 이후의 궤적과 비슷한 모습이다. 당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낸다는 점, 친윤계의 공세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특유의 입담으로 되치기하는 점은 닮은 부분이다. 이 전 대표의 여론전은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이 전 대표가 전당대회 관련 이슈를 주도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당 일각에서는 이준석의 그림자가 너무 짙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유상범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이준석계 4인방을 두고 "독자적으로 (선거에) 나왔다면 모를까 사실상 이준석 아바타로서의 모습을 보여 책임당원들의 지지를 일정 부분 이상 받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의 활약이 이준석계 후보들에게 보탬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되는 부분을 합하면 약간 긍정적인 효과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실과 윤핵관이 조금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전대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수도권 젊은 세대 당원들에게 이 전 대표의 영향이 조금 더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