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15일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 첫 방송토론회에서 '양강'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격돌했다. 천하람 후보와 황교안 후보는 김·안 후보를 강하게 압박하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주관 토론회에서 김 후보는 안 후보의 '보수 정체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김 후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를 집중 견제한 점을 거론한 뒤 "안 후보가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는 것을 평가하지만 과연 치열하게 민주당과 싸웠는지 별로 기억은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끝내고 나서 맨 먼저 한 일은 이재명 대표를 잡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며 "이 대표가 살고 있는 곳(성남 분당갑)에서 (지난해) 5월6일 이 대표와 붙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이 대표가) 인천(계양을)으로 가자, 제가 가서 '도망친 사람 잡으러 왔다'며 열심히 유세했다"고 받아쳤다.
김 후보는 안 후보를 향해 "정치에 들어온 지 10년이 좀 넘었는데 지금까지 많은 분과 만나고 헤어진 것으로 안다"며 "현역 정치인으로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분 중 전당대회 캠프에 합류한 의원이 있나"라고 물었다. 안 후보는 "우리 당헌·당규에 의원들이 합류하지 못하게 돼 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김 후보는 "연대와 포용, 탕평을 통해 이끌어 가려면 많은 사람을 안고 갈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안 후보는 그동안 같이 했던 윤여준, 최장집, 장하성, 금태섭, 장병완 등 많은 분이 떠난 것을 보면서 더 리더십을 갖고 포용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선거 때만 되면 당선 확률이 떨어져서 큰 당으로 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면서 "그렇지만 그 사람들을 한 번도 비난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에 이어 토론 주도권을 가진 안 후보는 곧바로 반격했다. 울산 남을을 지역구로 둔 김 후보에게 내년 총선 때 수도권에 출마할 것을 촉구했다. 당 중진으로서 능력과 자질을 새롭게 평가받고 확장성을 검증하기 위해 스스로 시험대에 올라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험지에 갈 때도 되지 않았나. 지금도 수도권 출마 요구가 한가한 소리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나"라고 묻자, 김 후보는 "독단적인 해석"이라며 "내년 총선을 이기기 위해 할 일이 있으면 뭐라도 해야 하지만 그 방식이 수도권 대표가 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앞서 안 후보는 1분 자기소개에서 자신을 '총선 필승카드'라고 강조한 뒤 "지난 총선 참패로 모두 절망에 사로잡혀있을 때 저는 정권교체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서울시장 출마를 결단했고, 정권교체가 더 중요해 대통령 꿈을 내려놨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이끌고 곧바로 당 대표를 내려놓겠다. 안정 의석 확보 후에는 다른 분이 맡아도 좋다"고 말했다.
황 후보는 김 후보와 안 후보의 약점을 건드렸다. 먼저 황 후보는 김 후보를 향해 "지금이라도 총선 승리를 위해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용기 있게 사퇴하라"면서 "KTX 울산 역세권 연결도로 (투기) 관련 의혹을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혹시 (황 후보가) 민주당 소속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 후보는 "김 후보가 만일 당 대표가 되면, 총선 때 모든 언론과 야당이 그 땅 이야기로 도배를 할 것"이라며 "그러면 총선은 필패, 대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소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며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하신다. 국무총리 지내고 법무부 장관 하셨던 분이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씀하시지 말라"고 일축했다.
이어 황 후보는 안 후보를 향해서도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만드는 당마다 다 망가뜨리고 우리 당으로 들어온 뻐꾸기 후보"라며 신당 창당 배경에 관해 물었다. 안 후보는 "저는 헌신의 삶을 살아왔다"며 "저를 도와주던 사람들을 돕기 위해 (선거에서) 떨어질 줄 알면서 한 사람이라도 더 도와주기 위해 유세를 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안 후보는 '바른미래당은 왜 만들었느냐'는 황 후보의 물음에 "바른미래당 자체가 제대로 잘 될 줄 생각했지만 결국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황 후보는 "세 당이 다 무너졌다"고 강조했다.
'이준석계' 천 후보는 친윤계 지원을 받는 김 후보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천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안타까운 결말을 맞은 것은 (2015년)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당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발언으로 반기를 들었기 때문인가, 당시 '진박(진짜 박근혜) 감별사들이 대통령을 독점하려 했던 것 때문인가"라고 물었다. 김 후보는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며 "내부에서 갈등이 생기고 마음이 일치되지 않고, 서로 내부 총질을 해대니 어느 국민이 신뢰하겠나"라고 답했다.
천 후보는 "오히려 지금 대통령을 싸고돌면서 과거 진박 감별사 노릇을 하려 하는 간신배들이 더 잘못된 것이지, 간신배들이 오히려 제대로 방향성을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내부 총질이라고 하고, 배신자 딱지를 붙이는 그런 일들이 더 이상 우리 당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후보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 당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발언과 진박감별사들의 행태, 무엇이 우리 당을 더 낭떠러지로 몰고 갔느냐"고 물었다. 김 후보는 "진박감별사의 행태에 매우 못마땅해하는 사람"이라며 에둘러 답했다. 천 후보가 "그런데 왜 윤핵관하고 손을 잡았느냐"고 따져 묻자, 김 후보는 "윤핵관이 나쁜 사람들이냐"고 되물었다. 천 후보가 "똑같은 '진윤 감별사'를 하고 있지 않느냐"고 쏘아붙이자, 김 후보는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느냐. 공천이 진행되지 않았는데"라고 반박했다.
천 후보는 계속 몰아붙였다. 그는 "대통령실이 '대통령의 적'이라는 딱지를 어떤 후보(안철수)에게 붙이는 것이 적절하냐"고 물었다. 김 후보는 "계속 다르게 얘기를 하면서 선거운동을 하면 아니라고 경고를 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천 후보는 "대통령이 만약 총선 막판에 10명 정도만 내가 원하는 사람을 TK(대구·경북)에 공천했으면 좋겠다고 직접 전화한다면 어떻게 하겠나"라고 질문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과 충분히 대화를 나눠보면 10명을 정해서 내놔라 이렇게 할 사람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