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그야말로 '천허리케인'이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출마 선언도 뒤늦게 한 그는 단숨에 '비윤계' 대표 후보가 되어 4선, 5선 중진 의원을 제치고 예비경선도 가뿐히 통과했다. '김기현·안철수 양강구도' 속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크다. 대부분 '친윤'을 내세우는 사이 과감하게 '친윤'을 비판하며 개혁을 내세운 0선의 젊은 정치인. 그것도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선 험지인 전남 순천갑의 당협위원장.
천 후보 모습에서 이준석 전 대표의 모습도 언뜻 비친다.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이 전 대표에 비해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이준석 아바타'라는 비아냥도 받는다. 정치권에서는 그를 '이준석계'로 분류하지만, 천 후보는 계파정치에 단호히 반대한다. 스스로를 '무계파'라고 소개하며 인물에 의한 계파가 아닌 '정파 정치'를 강조한다.
늦은 출마 선언으로 불안했을 법도 하지만 그는 자신만만했다. 천 후보는 출마가 늦은 이유를 묻자 "유승민 전 의원이 출마할 줄 알았다. 갑작스러운 불출마 소식을 듣고 '이게 뭐야, 이러면 내가 직접 뛰어야겠다'라고 생각했다"며 "이왕이면 완벽한 전열을 갖춰 출마해야겠다 생각했다. 김용태·허은아 최고위원 후보는 출마 의사를 밝힌 상황이었고, 이기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를 설득해 같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더팩트>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가 열린 제주도의 한 카페에서 천 후보를 만났다. 그는 당 대표 출마와 전당대회에서의 전략, 그리고 이 전 대표와 비교 등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다음은 천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제주는 지난 24년 간 보수정당이 당선된 적이 없는 지역이다. 그동안 여당에서도 제주는 호남과 묶어서 합동 연설회를 해왔는데 이렇게 별도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제주에서 첫 합동연설회를 마쳤는데 어땠나?
제주에 와서 제주4.3사건 유족분들을 많이 만났다. 저희는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인데, 미래로 나아가려면 결국 과거의 아픔을 가진 국민들을 잘 보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13일) 합동연설회 현장에서도 당원 분들을 많이 만났다. 특별히 동원돼 온 분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지지를 표시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기분이 좋았다. 오늘 저를 응원하시는 분들도, 다른 후보를 응원하는 분들도 많이 만났다. 오히려 저의 객관적인 상황 인식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제주에 살면서 그동안 자주 왔는데 오늘 이렇게 중요한 일로 오니까 기분이 새롭다. 제주에서 시작하는 게 매우 좋은 것 같다. 산뜻한 느낌이다. 그동안 제주는 호남이랑 같이 '호남·제주권 합동 연설회' 이런 식으로 행사를 했었다. 이번에 별도로 제주에서 큰 행사를 치르고 또 처음하는 것이니 의미가 꽤 크다고 생각한다.
-보수진영에서 제주4.3사건은 평가가 엇갈린다. 오늘 유족과 간담회도 가졌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리 당은 큰일은 나름 잘 챙기는데 작은 일에서 민심의 신뢰를 잃는 것 같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의 경우 우리가 국회에서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국립묘지화했다. 국가기념일도 정하는 등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 후에 막말을 하는 등 광주 시민의 신뢰를 깎아먹는 행동을 한 부분이 있다.
제주4.3사건도 마찬가지다. 오늘 만난 유족회 분들도 국민의힘이 큰 틀에서는 여러 부분에서 노력하면서도 막말을 한다거나 소홀히 대하는 일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번은 유족 분들이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해 당대표실을 찾았는데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했다. 그런 일들이 쌓이다보면 국민의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다. 유족 분들이 그런 부분에서 국민의힘이 좀 더 세심하게 챙겼으면 좋겠다는 말씀들을 했다.
-당내 인지도도 낮은 편이고 출마 선언을 늦게 해서 불리하다는 예측이 있었는데 예비경선을 통과했다. 예상했던 일인가? 예비경선 결과는 어떻게 봤나?
저는 제가 통과할 줄은 알았는데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까지 통과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 이 후보도 늦게 선거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청년최고위원 후보들을 보면 소위 친윤이라고, 대통령을 아버지처럼 생각한다는 분들이 있었다. 예비경선 결과를 보면, 주류의 눈치를 안 보고 계파 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소신있는 정치를 하겠다는 분들이 예비경선을 많이 통과했다.
우리끼리는 '개혁 모델'이라고 한다. 그런 현상을 보면 우리 당내에서, 또 우리 국회 내에서 생동감이 없을 뿐이지 당원들께서는 생동감을 가지고 그런 다양성이 살아있는 것 같다. 그 점이 굉장히 좋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몇위 정도 한 것 같나?
지금으로서는 아마 높은 확률로 3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건 제가 제 스스로를 과대 평가할 생각은 없고, 다만 그런 건 있는 것 같다. 안철수 후보나 김기현 후보의 지지율 같은 경우에는 저는 좀 신기루나 모래성 같다고 생각한다.
안 후보 같은 경우는 사실 본인의 독자적인 매력을 어필하거나 개혁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은 거의 없고 그냥 대통령실에서 때려주니까 반사체로서 나경원 전 의원이나 유승민 전 의원의 표를 잠시 맡아두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이제는 천하람이 대안이라는 것을 충분히 보여드리면 그 표는 자연스럽게 저에게로 이동할 거라고 생각한다.
김 후보 같은 경우는 전당대회 초반에는지지율은 솔직히 얼마 안 나왔다. 10% 미만으로 나왔었는데 '김장 연대'라든지 '윤심(尹心)' 등 억지로 좀 띄운 면이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지도를 약간 이상한 걸로 급격히 올렸다. 예를 들면 남진·김연경 씨의 '꽃을 든 남자'라든지. 아니면은 최근 대통령 탈당·탄핵 이런 안 좋은 이슈들로 인지도를 너무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제가 보기에 전통적 지지층에서도 '이렇게까지 띄워주는데 이 정도로 안 뜨냐' 그러니까 무능력 프레임 같은 것들이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한다면 저는 김 후보가 지금 보여주고 있는 지지율·지표라는 것도 생각보다 그렇게 견고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쪽에서 언론 플레이를 많이 한다고 그래야 되나, 막 흘린다. 예비 경선 끝나자마자 바로 외부에 '50% 넘었다', 이런 지라시가 돌았다. 너무 티 나지 않나.
장담하건내 만약 그랬다면 공식적으로 거의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진짜 잘 나가는 사람은 그런 거 안 한다. 그 주변에서 다 알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은 지지율이 생각보다 오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결선으로 갔을 때는 김 후보가 당선되기 쉽지 않다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 아닌가?
그래서 대세론을 억지로 띄우려고 하는데, 국민들과 당원이 봤을 때 대세가 아닌데 본인이 혼자 대세라고 한다고 해서 대세가 되겠나? '제가 이번에 1등 했습니다'라고 하는 거랑 다를 바가 없다. 국민들이, 우리 당원들 수준이 얼마나 높은데 그쪽에서 지라시를 돌린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이준석계'로 분류된다. 또 이준석 전 대표가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준석 아바타'라고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물론 정치인이 '다른 누군가의 아바타다', '누구 누구의 계파다' 이렇게 평가받는 게 썩 좋지는 않다. 특히 이준석 대표는 저와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웃음) 제 입장에서도 '이준석계다', '이준석 아바타' 이런 얘기 나오는 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제가 급성장하고 있다는 하나의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정치인이 급성장을 하게 되면은 대중들이 그걸 이해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보통은 국민들이 이미 아는 정치인과 연관지어서 생각한다.
예를 들면 유승민 전 의원도 처음에 '이회창계다'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이회창 키즈'였다. 여의도연구원 원장으로 급 발탁됐다. 이 전 대표도 처음에는 '박근혜 키즈'였다가 '유승민 키즈'가 됐다가, '유승민계'가 됐다가 이제 '이준석'이 됐다.
저도 대중들께서 아직 저를 충분히 알지 못한 상황에서 급성장을 하게 되니 '이 사람은 누군가가 끌어주겠구나'라고 생각하시는 게 당연한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것은 대중이 제가 저를 조종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느냐, 쉽게 얘기해서 제가 이 전 대표를 능가하거나, 아니면 이 전 대표와는 아주 차별화되는 매력을 많이 잘 보여주느냐, 그게 문제지 그렇게 급하게 프레임을 억지로 타파 하려고 무리수를 둘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전 대표와 어떤 점에서 다르게 할 건가?
첫 번째로 저는 세력을 키우는 당 대표가 될 것이다. 이 전 대표가 스트라이커 같은 스타일이면 저는 조금 더 안정적인 미드필더나, 아니면 팀의 어떤 주장이 되는 수비수들. 이를 테면 FC바르셀로나의 카를로스 푸욜 같은 선수. 그렇게 팀을 든든하게 이끌고 가는 리더가 되고 싶다. 실제로 전당대회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도 저 혼자 뛰는 것이 아니라 허은아·김용태·이기인과 함께 뛰고 있다. 그 자체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새로운 일이다.
그러니까 지도부 자체가 하나의 세력으로서, 아니면 하나의 팀으로서 지금 당원들께 선택을 받겠다고 하는 것이다. 저는 최고위 내에서의 세력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당내 세력들도 탄탄하게 만들려 한다. 거기에 연장선으로 저는 선발하는 당 대표를 넘어서 '육성하는 당 대표'가 되려고 한다.
과거 국민의힘 모습, 지금의 모습도 어쩌면 비슷하다. 줄 잘 서는 사람들을 데려다 썼다. 옛날에는 운 좋은 사람들, 그러니까 줄을 좋은 타이밍에 잘 서서 운 좋게 국회의원 되는 경우들이 많았다. 이 전 대표는 그것을 공개 오디션 형태로 바꿔서 최소한 공정 경쟁을 통한 선발하는 수준으로 높였다.
지금은 그게 퇴행하고 있는 것 같다. 저는 공정 경쟁을 통한 선발에 더해서 이미 당에서 좋은 역량을 가지고 있는 보좌진·당직자·지방의원, 그리고 지금 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청년들. 꼭 청년이 아니라도 여러 정치인들에게 더 레벨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부여하는 육성형 리더가 되고 싶다. 그런 면에서는 이 전 대표가 가지고 있는 '선발'이라고 하는 키워드랑은 조금 다르게 당이 운영될 것이다,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전 대표 체제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나?
이 전 대표는 당내에 우군이 너무 없었다. 저는 그게 이 전 대표의 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이 전 대표가 등장해서 '나는 국대다'라는 오디션 같은 걸 통해 좋은 인재들도 발굴을 했고, 결과적으로 대선·지선을 다 이겼다.
본인의 역할을 많이 했는데 본인 우군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 당 대표가 되다 보니까 흔들리는 일이 너무 많았다. 최고위원회도 확실한 우군은 김용태 전 최고위원 정도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당 대표를 흔들려는 시도가 있을 때 혼자의 힘으로 그걸 다 극복해야 했다.
그 과정이 국민들께서 보시기에는 너무 공격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왜 이렇게 사소한 것에 반응하냐라고 보였던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실제 의원들 안에서도 세력을 충분히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무기력하게, 어찌 보면 선출직임에도 불구하고 선출된 직위를 지키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그게 꼭 이 전 대표의 탓이 아니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저는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정말 좋은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세력을 이어서 당을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안 후보와 연대는 절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지지층이 겹쳐 표가 갈린다는 분석이 있다. 안 후보와 다른 경쟁력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 안 후보도 개혁을 말하는데 당의 개혁이라는 게, 예를 들면 디지털을 조금 접목시키고 과학 기술을 접목시킨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변화하겠는가?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인 것 같다. 지금 정치 뉴스를 보는 국민들도 국민의힘이 과거로 퇴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핵심에는 윤핵관의 전횡이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 것이다. 권력 줄 세우기하고 계파 정치의 구태를 반복하는 핵심적인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을 그대로 놔두고 '디지털 정당', 뭐 이런 것 한다고 솔직히 달라지겠나. 그러면 그 권력 줄 세우기를 디지털로 한다는 것 이상의 무슨 무슨 효과가 있을지 저는 잘 모르겠다.
당의 개혁이라는 건 뜬구름 잡는, 듣기 좋은 얘기를 하자라는 것이 아니다. 당의 핵심적인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내서 그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명확한 이야기를 해야 되는 것이다. 뜬구름 잡는 얘기는 저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블록체인 정당' 같은 거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안 한다. 핵심 문제를 짚지 않으면서 개혁을 얘기한다라는 건 결국 위선이다.
심지어 어떤 얘기까지 하냐면, '공천관리위원장을 선임하는 데 관여 안 하겠다'라고 한다. 지금 이런 당 분위기에서 당 대표가 공관위원장을 제대로 방파제 역할을 안 해주면 당내 권력자들이 공관위원장을 압박한다. 그걸 누가 막아줄 건가.
그런데 지금 문제는 '윤안 연대', '윤핵관' 용어 쓰지 말라고 하니까 '네 알겠습니다'라고 하는 분이 과연 어떻게 '윤핵관들의 공천 압박' 내지는 대통령실의 공천 압박에서 공천의 공정성을 지켜낼 수 있겠나? 그래서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본인(안 후보)의 말과 행동이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저는 그런 점에서 명확하게 '윤핵관의 권력 줄 세우기는 도를 넘었다'고 말한다.
공천에서든, 당의 일상적인 당무에서든 이분들의 영향력은 배제해야 된다고 명확하게 말하고 싶다. 우리 지지층에서 느끼기에 일단 '천하람이는 최소한 개혁성에 대한 앞뒤가 맞다, 선명하다'라고 느낄 것 같다.
-천 후보는 김 후보가 조급해 보인다고 했다. 어떤 면에서 그렇다고 생각하나?
왜 나를 뽑아줘야 되는지 얘기는 안 하고 다른 후보 뽑으면 당이 결단 난다, 이 얘기만 한다. 다른 후보의 문제점을 비판할 수 있다. 저도 지금 안 후보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고. 그런데 비판을 넘어서 '다른 후보가 뽑히면 대통령이 탈당한다', '탄핵 당할 수도 있다' 이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예를 들면 '안철수 후보의 이러이런 점이 문제다'라고 얘기하는 것과 '안철수 후보가 되면 대통령이 탈당하거나 탄핵당할 것이다'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뭐냐 하면, 다른 후보를 비판하는 걸 넘어서 다른 후보를 뽑으려고 하는 당원들을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안 된다. 전당대회는 당내 선거다. 당내 경쟁자에 대한 비판은 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을 뽑으면 야당이 된다'라는 수준의 얘기,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수준의 얘기는 결코 해서는 안 된다.
저는 김 후보가 원래 굉장히 합리적이고 온건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분이 지금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지금 당 대표가 되려는 욕심이 너무 과해서, 또 그 욕심이 달성되지 않을 것을 너무나 우려한 나머지 지나친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반윤(反尹)' 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는다. 내년에 총선도 있는데 좀 부담스럽지 않나?
저는 그게 결국은 보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을 왕처럼 모시는 분들이 봤을 때는 제가 좀 불편할 것이다. 근데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대통령을 왕처럼 모시기 시작하면 현대 정당은 생존할 수가 없다. 대통령의 판단을 국민의 눈높이보다 더 우선해서는 안 된다.
물론 대통령이 잘하는 것은 함께 더 협력해서 더 잘하도록 하고, 대통령이 사소한 실수하는 건 얼마든지 감싸드릴 생각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특히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어떤 큰 실수들을 한다면 이것을 감싸는 것은 정말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밖에 안 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총선에서 참패를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대통령의 레거시가 남지 않게 될 것이다.
오히려 우리 대통령을 성공하는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의지에 있어서는 제가 진정한 친윤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저도 '대통령 하시는 거 다 옳습니다', '잘하십니다' 하면 편하다.
비판하는 게, 특히나 제가 꽃 드리고 제가 선거운동을 했던 대통령을, 왜 저라고 비판하고 싶겠나? 당이라는 것은 대통령보다 스펙트럼이 넓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국민의힘 미래에 희망을 걸고 있는 분들도 국민의힘을 지지할 수 있는 것이다. 저는 그런 면에서 대통령을 독점해서, 아니면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게 해서 대통령을 쪼그라들게 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반윤이고, 대통령이 더 확장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하는 사람이 진정한 친윤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통령의 당무 개입이 논란이 됐다. 전대 레이스가 이어질수록 당무개입이 노골화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안 좋다. 이거는 저한테 유리하냐, 불리하냐의 문제를 넘어서 국민들 보기에 너무나 한가해 보인다. 국민들 보시기에 '민생은 어디 갔나?', '소는 누가 키우나?' 이렇게 보실 거다.
지금 용산과 여의도에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의 삶에 있어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과연 그 정도로 중요할까? 대통령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밀어주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압박하는 데에 이 정도의 정치력을 써야 되나? 저는 국민들께서 그렇게 생각 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렇다면 아무리 안 후보, 혹은 아직 억압은 안 왔지만 천하람 후보를 대통령실에서 억압한다 한들, 그 어려움이 국민들이 하루하루를 살면서 느끼는 힘듦과 막막함에 비교하면 과연 그렇게 큰 의미가 있을까?
저는 그렇게 되묻고 싶다. 대통령께서 전당대회에 쏟는 에너지를 줄이고 우리 국민들 삶의 이슈들을 챙겨야 된다. 그래야지만 여당의 전당대회가 전당대회대로 흥행할 것이고 국민과 여당에 대한 국민들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지금 보면 여당이 전당대회를 하고 있는데 대통령 지지율이 빠진다.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컨벤션 효과가 어디갔나? 그런 면에서 저는 굉장히 안타깝다. 지금 우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황교안 후보의 '4.7부정선거론'을 굉장히 비판하면서 공개토론을 왜 제안했나?
오늘 보니까 황교안 후보가 갑자기 공중파에서 토론회를 생방송 하자고 했다. 본인이 공중파 섭외해올 수 있나? 저는 공중파 섭외가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유튜브든 어디든 하자는 채널에서 하자고 제안했 것이다. 황교안 대표가 생방송이어야 되고 편집의 위험이 없어야 된다고 하는데 유튜브 생방송도 편집 못한다.
황 후보가 성사되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워서 토론회를 피해 가겠다고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저희는 이미 생방송할 유튜브 채널을 지정해서 말씀을 드렸다. 그래서 황교안 후보가 공중파를 직접 섭외해 오시거나 아니면 현실적인 방안을 말씀하셔야 된다. 그게 아니라면은 이거는 지지층을 배신하는 것이다.
-지지층을 배신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
저는 부정 선거 담론에 동의하지 않지만, 부정 선거 담론을 말하는 것보다 더 최악은 부정 선거 담론을 믿는 척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황 후보 하는 걸 보면 본인도 부정 선거 안 믿었던 것 같다. 자신 없으니까 도망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건 지지자의 믿음을 배신한 것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그분들의 돈을 배신한 것이다. 부정 선거를 철썩같이 믿고 계신 분들은 황 후보를 비롯해서 그런 주장을 하는 유튜버들한테 굉장히 많은 돈을 후원했다. 그러면 부정 선거에 대해 토론하고 싸울 기회가 있으면 나서서 싸워야 되는 것 아닌가? 돈을 받았으면. 그런데 그 돈 받아놓고 정작 기회가 오니까 이상한 핑계 대면서 안 한다. 저는 지지층을 배신하는 것, 특히 지지층이 낸 후원금까지도 배신하는 것이라고 본다.
-불출마 선언을 하기까지 유 전 의원이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렸다. 유 전 의원도 비윤의 대표주자로 꼽히는데, 이번에 '이준석계' 후보들을 어떤 방식으로 도와주고 있나?
출마한다고 했을 때 당연히 응원한다, 잘해보라고 했다. 특히 이기인 후보가 유 전 의원과 굉장히 친하다. 유 전 의원이 경선하는 과정에서도 대변인으로 활약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유 전 의원이나 유 전 의원 지지자들 모두 우리 개혁 후보들을 많이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저는 유 전 의원이 지지 선언을 해주면 감사한 일이지만, 제가 억지로 찾아가서 지지 선언을 해달라 이럴 생각 없다.
저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의도에서는 특정 정치인을 자꾸 생각하는데 그 정치인 너머에 있는 지지층을 봐야 된다. 설령 유 전 의원이 저를 개인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유 전 의원의 지지자들이 천하람의 개혁성, 방향성을 지지하면 그걸로 된 것이다. 그 지지층의 마음을 얻으려고 해야지, 길지도 않은 선거 기간에 누구 한 명의 개인적인 지지를 얻으면 이게 다 해결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망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김 후보와 나경원 전 의원의 첫 번째 사진. 저는 냉정하게 말해서 그거 마이너스였다고 본다.
-지지율에서는 김 후보가 결과적으로 득을 본 것 같은데, 처음에 어떤 점에서 마이너스라고 생각했나?
나 전 의원을 이용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나? 그냥 이용하는 게 아니고 본인이 괴롭혀놓고 나중에 필요하니까 이용하는 것, 저는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일전에 제가 학교폭력에 비유하기도 했지만, 나 전 의원이 우리 당에서 그런 취급을 당할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까 유 전 의원, 이 전 대표와는 다르다. 주류에서 사랑받는 정치인이다.
그런데 나 전 의원이 별다른 잘못을 한 것도 없는데 전방위 압박을 당하는 걸 어떻게 봤겠나? 저는 그런 다음에 갑작스럽게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게 저는 많은 당원들과 국민들께서 굉장히 위선적으로 봤으리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우리가 언제까지 감나무 밑에서 입 벌리고 있는 정당이 될 수는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이제 헛발질 하기만을 기다리는 정당이 돼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넓혀갈 수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만 믿고 지지율을 까먹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있으니까 총선은 문제없겠지', 그런 식의, 약간 썩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저는 그런 썩은 생각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는 당 대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국민의 미래도 개척해 나가고 국민의힘의 미래도 개척해 나가는 그런 당 대표가 되고 싶다.
☞천하람 후보는 누구? 1986년 생의 변호사이자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인 젊은 정치인이다. 국민의힘 혁신위원 출신으로 이준석계로 분류된다. 지난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를 계기로 보수주의 청년 단체인 '젊은 보수'를 설립하고 2020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번 3.8전당대회에서 '개혁후보'를 내세우며 출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