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대화' 생방송 이재명 "'수박' 단어 그만 쓰자"


"與 '과반수 전략' 포기…이간계에 속지 말아야"
"공천, 제일 중요한 건 경쟁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유튜브 생방송에서 지지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거나 수박 단어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유튜브 이재명 영상 갈무리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지지자들에게 문자 폭탄 등 과격 행위 자제를 다시 한 번 당부했다. 또, 검찰이 위례·대장동 사업 비리 의혹 관련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금명간 결정하기로 밝히는 등 사법 리스크가 고조되며 공천 시스템 잡음이 불거지자, 당내 불만을 불식하고 당의 '단일대오' 분위기를 형성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이재명'에서 "이재명과 함께라면 '이렇게!'"라는 제목으로 약 1시간 20분 넘게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제가 오늘 드리고 싶은 말 중에 이런 게 있다"며 운을 뗐다. 이 대표는 "제가 문자 폭탄 같은 거 보내지 말자고 몇 번 했는데 어느 순간 이게 사라져버린 것 같다. 억압이 중심이 된 것 같다"면서 "이재명을 도와주거나 이재명과 함께 더 나은 세상 꿈꾸는 우리 전체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하는 게 결국 그걸 망치고 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주변에 설득해달라"고 했다.

이어 "특히 정치 세계는 그런 것 같다. 당이라고 하는 게 무리라는 뜻인데, 당은 다른 걸 전제하고 있다. 다르다고 비난하고 선 긋고 싸우면 나중에 나밖에 안 남는다. 나밖에 안 남는다는 건 '왕따됐다'는 뜻이다. 왕따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결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제일 중요한 이야기다. 더군다나 총선이 가까워지니까 아무래도 예민해지는데 이럴 때일수록 단합해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수박 금지령'도 내렸다. 수박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비하하는 은어다. 이 대표는 "그 단어 이제 좀 그만 쓰면 좋겠다"며 "(공격받은) 그분들이 누굴 원망하겠나. 결국 공격의 빌미가 되고 득이 아니라 실이 된다. 누군가를 왕따 시키려고 노력하면 자기가 마지막에 왕따 돼 있다"면서 "다름이 시너지의 원천"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내부 균열 조짐에 대해선 상대편의 '이간계'일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이 대표는 "전술 중 제일 돈 안 다는 전략이 '이간계'다. 둘이 의심하게 해서 싸우게 하면 그게 제일 힘 안 들이고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여기에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며 "주변에 혹시 그런 거 하고 있으면 우리 편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두고는 혹평했다. 그는 "뭘 하겠다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 다 누구 탓, 남 탓만 하고 있더라"라며 상대는 뭘 잘해서 국민 지지 받겠다는 생각을 포기한 것 같다. 과반수 전략을 포기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기 지지층만 단단하게 뭉치겠다는 게 기본 전략 같고, 이럴 경우 다음 전략은 뻔하다. 민주당을 균열시키는 것"이라며 "그래서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더 조심해야 한다. 이간계에 속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총구는 밖으로' 라는 이야기 자주 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 시스템에 대해 멀고 가깝고는 중요하지 않는다고 했다. /갈무리

내년 총선 공천 시스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물론 많은 사람이 원하면 바꿀 수 있지만, 지금 결론 낸 게 이기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내년 총선에 깨지든지 이래가지고 2당이 돼버리든지 이렇게 되면 저 사람들의 폭주와 지배 퇴행을 어떻게 감당하겠나"라며 "제일 중요한 건 이기는 거고 이기는 건 경쟁력 중심이어야 한다. (사이가) 멀고 가깝고 이건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균열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평가 기준도 웬만하면 바꾸지 말고 이해찬 대표 때 만들었던 룰도 웬만하면 손대지 말고 안정적으로 가자, 그리고 변화 줄 때는 의견을 다 취합해서 결정하자는 방침"이라고 했다.

그는 또 "최근 비례대표 의원들이 현역 의원 지역구에 간다고 해서 시끌시끌하다. '이재명이 보냈다'는 소문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것들을 좀 조심시켜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제가 보낸 사람은 지금까지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다. 각자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면 시스템에 의해서 경쟁력 중심으로 잘 결정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방송 도중에 합류한 당 정치혁신위원장인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같은 취지의 혁신안 방향을 소개했다.

장 의원은 "대표도 확실한 건 시스템 공천을 유지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 많이 주는 게 아니라 공정한 지표로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지표 만드는 것이다. 공천 룰 가지고 크게 변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어 최근 당원들의 의원 평가제, 장외 투쟁 등 당 기여도 평가 도입 논란에 대해선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선출직이 아닌 지역위원장의 당직 부분에서 당원 평가를 검토하고 있으며, 당 기여도 항목은 이미 도입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표는 '2030 남성 지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있나'라는 지지자 물음에 즉답하지 못했다. 그는 "민주당이 많이 부족하다. 조직이 아니라 무리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다. 입장 정하는 것도 어렵다. 특정 정책 만들어서 현실로 만드는 건 더 어렵고 그런 환경 자체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의 지평도 넓혀야 하고 정책적인 것들도 있겠고 조직도 확장해 나가야 한다"면서 "제일 중요한 건 역시 단합, 원팀"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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