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위험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
선출직 정치인이 되기를 꿈꾸는 두 사람 1990년생 이대호 씨와 1993년생 봉한나 씨가 자신들을 설명한 말이다.
두 사람에게 현재 하는 일을 물었다.
대호 씨로부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활동하는 길거리 정치인입니다"라는 말이 먼저 돌아왔다. 그는 '계단뿌셔클럽'의 공동대표다. 기자가 알아듣지 못해 클럽 이름을 다시 묻자 대호 씨는 막대를 부러뜨리는 듯한 손동작을 하며 "계단을, 부순다구요"라고 설명했다. 대호 씨가 친구들과 함께 만든 '계단뿌셔클럽'은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등 '이동약자'의 이동권 향상을 위해 힘쓰는 비영리단체다. 이들은 모바일 앱 '계단정복지도'를 개발했고, 경기도 성남시 내 접근성 정보(건물 입구 사진, 엘리베이터 유무 등)를 수집하고 있다.
한나 씨는 "경기도 부천시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청년 당원들이 모여 지역구 정책을 함께 만드는 '일상정책연구소'의 공동대표이면서, 대학원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민주당 내 청년 당원 연대 모임인 '그린벨트'의 공동운영위원장이다. 지난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2045세대 출마자 연대로 시작한 '그린벨트'는 약 80명의 구성원이 있다. 대호 씨는 경기도 성남시장 민주당 예비후보에, 한나 씨는 경기도 경기도의원 청년비례경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대호 씨는 민주당 당원 6년 차, 한나 씨는 3년 차다.
성격에 있어 둘의 공통점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 낙천적인 성격이라는 대호 씨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성남시장을 출마하는 등 남들이 보기엔 무모해 보일 때도 자신만은 '합리적 결정'을 내린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한나 씨도 주변에서 "제 기준에서는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을 남들은 '과하다' '자제해라'라고 반응할 때가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이 정치인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시기는 똑같이 20대 초반이었다.
대호 씨는 그냥 정치인이 아닌 '위대한' 정치인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고 했다. 왜 꼭 '위대한' 정치인이어야 하는지를 묻자 "정치의 가치를 알게 되는 경험이 위대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호 씨는 20대 초반일 때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해 가세가 기울 위기에 몰렸었다고 했다. 온 가족이 이제 정말 '길거리에 나앉겠구나' 생각했을 때 실낱같은 희망이 찾아왔다. 임대주택에 당첨돼 주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때 체감했어요. 정치가 서로 싸우는 줄만 알았는데, 국민들의 삶이 무너지는 순간에 버팀목이 돼줄 수 있구나 하는 걸," (대호)
한나 씨는 어머니와 동생 세 사람이 한집에 살고 있다. 동생과 어머니는 장애를 가지고 있고, 특히 동생의 경우 돌봄이 필요했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속에서 미래를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했다. 그랬던 한나 씨가 숨통을 틀 수 있었던 건 기초생활수급 제도의 도움을 받으면서부터였다.
정치가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했던 경험을 나누며 두 사람은 "저희는 '임대주택 키즈'"라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길거리 정치인'의 일상은 보통 어떻게 흘러갈까. 이들에게 가장 평범한 하루 24시간을 소개해달라고 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한나 씨의 하루: 기상은 오전 7시 30분. 라디오 시사프로 <김현정의 뉴스쇼>를 들으면서 외출할 준비를 마치고 아침을 먹는다. 다음으로 손길이 가는 것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MZ 세대'의 관심사를 간접적으로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집밖을 나서서 행선지는 크게 두 가지다. 당내 일을 챙기러 여의도에 오거나, 소속된 연구소에 내부 토론회를 챙기거나 정책제안 보고서를 쓰기 위해 간다. 저녁에는 소속 단체 회의 등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잦다.
대호 씨의 하루: 기상 오전 8시. 일주일에 세 번은 '크로스핏'을 하며 체력을 다진다. 운동을 가지 않을 땐 아침부터 일(정치 활동)에 매진한다. 소속된 단체의 실무를 하다 보면 훌쩍 밤 10~11시를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저녁에는 소속 단체 회의 등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잦다.
'혹시 정기적인 수입을 얻는 일이 있나'라고 물었다. 대호 씨는 '계단뿌셔클럽' 지원을 목적으로 들어오는 소정의 정기후원금이 있고, 한나 씨는 비정기적으로 연구수주 비용, 토론회 패널 비용 등을 노동의 대가로 받지만 정기적 수입은 없다고 했다.
두 사람에게도 대학을 졸업하고 '월급쟁이'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일은 열심히 했지만, 둘 다 일찍이 정치인을 꿈꿨기에 '정치자금'을 모았던 기간이라 회상했다. 대호 씨는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사업 개발 부서에 2년, 서울시 미디어 비서관으로 2년 있었다. 경영학과를 전공했던 한나 씨는 경영 컨설팅 회사를 2년 다녔다.
원외 정치인인 두 사람이지만 직장인 시절과 비교해 좋은 점이 훨씬 많다며 만족도는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정치인을 꿈꾸며 달려가고 있는 현재가 "삶을 낭비하지 않고 다 쏟아내고 있는" 기분이라는 이들의 상태는 '러너스 하이'(달리기 도중 느끼는 행복감)에 가까워 보였다. 물론 금전적으로 부족한 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강조하긴 했지만.
"회사에 다녔다면 지금보다 돈도 훨씬 많이 받으면서 살았겠죠. 하지만 불평불만 하면서 다녔을 거예요. 지금은 아주 적은 사례비를 받아도 '내가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다니'라는 생각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됐어요." (한나)
"타다 다닐 때도 사업을 잘 운영해서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재밌었어요. 아쉬움도 있었죠. 타다는 '(교통약자 등)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한다'는 점이 장점인 대신 일반 택시보다 요금이 비쌌는데, 돈 때문에 누군가는 이용하지 못할 거라는 게 신경쓰이더라고요. 하지만 그 문제를 풀다가는 회사가 망했겠죠." (대호)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한나 씨는 퇴사 이후 3년 정치권 진입을 위해 애쓴 시간은 의미 깊고 소중하지만, 서른이 넘어가면서는 '올해 더 해봐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한나 씨는 "아마 자기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 모두의 어려운 점이 아닐까 싶다"며 선출직 도전 도중 진로를 선회한 주변인들의 사례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본인이 이른바 '금수저'였다면 지금의 정치 활동에 더 도움이 됐을 거 같나 물었다.
"생계 걱정은 없으니 유리한 점이 있겠죠. 근데 선거 운동을 해보면 우리 국민들은 아직 어려움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극복해낸 '성취자'를 좋아한다고 느꼈어요. 금수저 스토리는 그에 비해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대호)
"돈이 많으면 일단 출마 비용에 대한 고민이 없을 거고, 무언가 시도할 때 어렵지 않다는 점이 아주 좋은...부러운..." (한나)
"솔직히 부러워. 완전 부러운데 정신승리 한 거예요. 하하...(왜 눈에서 땀이 나지...?)" (대호)
웃음 섞인 솔직한 답변. 두 사람은 정치 활동에 있어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불편할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대호 씨는 "저도 지방 선거 당시 예전에 사둔 이더리움(가상화폐) 가격이 갑자기 오르기 시작하면서 선거 자금이 생겨 2021년 지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 창시자 '비탈릭부테린'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두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하는 정치활동을 물었다.
한나 씨는 연구소에서 한 달에 한 번 제안할 만한 정책들을 뉴스레터 형식으로 만들어 부천과 인천, 서울 서남권 국회의원들에게 보내는 일을 했다고 한다. 또 그는 '쓰레기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부천시의 쓰레기 양 알리기 캠페인, 쓰레기 관련 전시회 등을 통해 지역 공헌 활동을 한다.
대호 씨는 '계단뿌셔클럽'등 자신의 정치 활동을 기록한 '이대호의 정치도전기' 뉴스레터를 작성해 약 600명의 구독자에게 보내고 있다. 자신이 정치를 잘 하고 있는지 반추하게 되고,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늘려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대호 씨는 2021년 5월부터 140편의 정치도전기를 남겼다.
약 90분 간 자신들의 이야기를 마친 두 사람은 "둘이 만나면 늘상 하던 이야기들"이라며 기자 앞에서 후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들은 앞으로 '그린벨트' 연대가 청년당원으로서 사회의 공론장을 어떻게 넓혀갈 수 있을지 확장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창업가정신' 있는 정치인이 되는 것이 이들의 미래 계획이다.
☞ 이대호 씨는 누구? 1990년생. 서울에서 태어나 성남에서 자랐다. 모빌리티 스타트업 타다와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일했다. 2020년 '타다 금지법' 사태,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을 겪고 선거 출마를 결심했다. 2020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이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주도했다. 2021년 4월 타다를 퇴사했다. 1년 간 준비해 2022년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 낙선했다. 현재 비영리단체 '계단뿌셔클럽' 공동대표, 민주당원 모임 '그린벨트'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봉한나 씨는 누구? 1993년생. 전주에서 태어나 부천에서 자랐다. 한동대학교에서 경영학과 국제적 기업가정신을 전공했다. 졸업 후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다 출마를 결심한 뒤 2021년 초당적 정책연구단체 일상정책연구소를 창립했고, 2022년 더불어민주당 청년출마자연대 '그린벨트'를 만들어 정치개혁 및 청년 정치인 발굴 및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