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미국 스타트업 오픈 AI(Open AI)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대화형 '챗GPT'(ChatGPT)가 세계적으로 화제다. 출시 5일 만에 하루 사용자가 10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두 달 만에는 사용자 수가 1500만 명을 증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챗봇'은 한국 정치에 대해서 얼마나 알까.
<더팩트>는 7일 챗GPT에게 한국 정치와 관련한 대화를 시도해 봤다. 대화 결과 챗GPT는 정치 전반에 대한 원론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수준급의 대답을 내놓았지만, 세세한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다소 떨어졌다.
챗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줄임말이다. 한국어로는 '미리 훈련된 생성 변환기'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학습을 통해 스스로 언어를 조합해내고 사고할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이라는 의미다. 챗GPT에 적용된 것은 GPT-3.5 버전이다. 오픈 AI는 올해 내 GPT-4 모델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챗GPT는 영어와 한글 둘 다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한글의 경우, 질문을 영어로 번역해 이해하고, 영어로 내놓은 답변을 한글로 직번역해 내놓는다. 때문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번역 과정에서 오류가 생길 수 있어 기자는 (번역기의 도움을 얻어) 챗GPT와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먼저 서로를 알아가보기로 했다. 챗GPT에게 '자기소개'부터 시켜봤다. 챗GPT는 '너는 누구인가'라고 묻자 "나는 오픈 AI가 만든 '채팅GPT'라고 불리는 인공지능입니다. 제 목적은 질문에 답하고 사용자와 대화하는 것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챗GPT는 현재 한국 정치권 주요 인물들에 대해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검색 결과 챗GPT는 국내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정보가 다소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히 인물이 누군지 물을 때와 달리, 사용자가 그의 직업이나 전 직분명 등을 붙여 자세한 질문을 던질 경우 챗GPT는 데이터 검색을 통해 이전보다 정확한 결과를 내놓았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부터 물어봤다. 챗GPT는 '윤석열이 누구인가'라고 묻자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많을 수도 있어서 잘 모르겠어요. 당신이 질문하는 사람에 대한 더 많은 맥락이나 세부 사항을 제공할 수 있나요?"라고 반문했다. 이후 '검사 윤석열은 누구인가' '검찰총장 윤석열에 대해서 아는가' 등 질문을 구체화 시켜서 물었음에도 챗GPT는 "제 지식이 2021년까지밖에 없어서 이 질문을 답하기에 충분한 정보가 없다" "이 사람은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거나,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다.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선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출처를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등의 답변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2019년 7월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총장이었고, 2021년 3월 총장 사퇴 이후 8개월 후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재명이 누구인가' 물었을 때 챗GPT는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후 '정치인 이재명은 누구인가'라고 범위를 좁혀주자 챗GPT는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고 경제적으로 중요한 지방 중 하나인 경기도의 현 지사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소득 불평등, 일자리 창출, 환경 보호를 포함한 많은 문제들에 대한 진보적인 견해로 유명하다"고도 덧붙였다. 내용 중 '틀린 부분'도 있었다. 챗 GPT는 "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도 지낸 바 있다"는 내용을 적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 의원은 지난해 6월 보궐선거로 국회에 첫 입성했고, 2021년도 기준으로는 '0선'이다.
윤 대통령, 이 대표에 대한 대화를 끝낸 후 챗GPT는 '한국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감'을 찾은 듯했다. 이후 기자가 문재인 전 대통령, 나경원 전 의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이 누구인지 묻자 2021년도 기준으로 이들의 이력을 5~6줄 분량으로 설명했다.
최근 방송인 김어준 씨의 유튜브에 출연해 얼굴을 공개한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에 대해서도 아는지 물었다.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나'라고 묻자 챗GPT는 "조 전 장관은 한국 정치에서 논란(controversy)이 많은 인물이었고 언론의 상당한 관심을 받았고, 조사 대상이 됐다. 딸 조 씨도 아버지의 정치적, 법적 논란과 관련된 다양한 스캔들에 연루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기자가 '무슨 논란(What controversy)'이라고 되묻자 챗GPT는 "조 전 장관은 재임 중 여러 논란에 휩싸였으며 특히 가족 관련 비리, 비윤리적 행태 등이 포함돼 있었다. 광범위한 언론 보도 이후 여론의 논쟁을 유발했고, 조 전 장관은 장관직에서 사임하게 됐다"고 '조국 사태'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번엔 챗GPT에게 '남북관계'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챗GPT는 5문단으로 구성된 2000자 분량의 답변을 내놨다.
챗GPT는 남·북한 관계를 '갈등과 협력'으로 특정했고, 1953년 휴전 이후 양국이 '휴전 상태'임을 설명했다. 또 2018년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무장지대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중대한 진전'으로 평가됐다고 했다. 남북관계는 복잡하고 역동적인 문제라서 국제사회, 지역 역학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게 챗GPT의 결론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물었을 때도 챗 GPT는 장문(1500자 분량)으로 답변했다. 그는 △경제적 불평등과 빈곤 △고령화 인구 정치적 양극화 △한반도 긴장 등 국가 안보 등을 한국이 직면한 과제로 꼽았다. 다만 우선순위는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2021년 당시 한국에 정치적으로 중요한 일은 무엇이 있었는지'도 물어봤다.
이에 챗GPT는 △(21대) 총선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일자리 창출, 소득 불평등, 코로나19 범유행의 경제적 영향 등 국내 경제 상황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등을 2021년 대한민국 주요 정치 사건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향후 국가 방향과 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는 틀린 정보다. 21대 총선은 2021년이 아닌 그 전 해인 2020년이었고, 민주당은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며 대승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