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중구=박숙현 기자] "답답해서 나왔습니다."
4일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대정부 장외투쟁 집회가 열리면서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가 '파란물결'로 출렁였다. 민주당은 이날 행사를 민생파탄과 검찰의 부당 수사에 대한 규탄대회라고 규정했지만, 참가한 야권 인사들과 지지자들은 "윤석열 퇴진"을 목놓아 외쳤다.
이날 오후 2시 30분께부터 숭례문 앞부터 서울 시청역 방향으로 인파가 운집했다. 이들은 민주당 당색인 '파란색' 목도리와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드레스 코드를 맞추고, '민생파괴 윤석열 퇴진' '퇴진이 민생 퇴진이 추모'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모여들였다. 행사 시각이 가까워올수록 전국 각지에서 당원과 지지자들을 태우고 올라온 버스들도 속속 도착했다. 이날 3시경 서울 시청에서 진행된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를 마치고 '규탄대회'가 열리는 숭례문 방향으로 넘어오는 긴 행렬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이날 행사에 경찰 추산 10만 명, 주최측 추산 30만 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참석자 중에는 윤석열 정부 비판은 물론 '퇴진'을 요구하는 이들이 있었다.
경기도 화성에서 온 40대 노모 씨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답답해서, 빨리 쫓아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왔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정부는 일단 무능하고 공익 마인드가 하나도 없다"며 "민주당은 더 강하게 해야 한다. 여기 나온 게 너무 늦었다. 촛불 집회는 지금 20회 넘게 했는데 이제야 한 번 나왔다. 더 빨리 나와서 같이 해야 했다"고 했다.
인천에서 올라온 50대 신모 씨는 "어수선하니까 (왔다). 지금 오죽하면 민주당이 이렇게까지 할까 싶다. (저쪽이) 무리하게 하다 보니까 촛불 시민들이 다시 한번 오는 계기가 된 것"이라며 "당 대표를 (수사하는 건) 정권 탄압이라고 본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조직으로 오는 것보다 서로 간에 답답하니까 파란 색깔을 같이 하면서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자는 뜻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촛불 집회 때도 1차 때부터 참석했다고 소개한 그는 "그때하고 분위기가 다르다. 지금은 경찰 배치가 안전을 위한 게 아닌 통제를 위한 배치인 것 같다. 화장실도 없고, 일반 상가들도 편의시설 다 열어줬는데 지금은 안 된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당 차원에서 주최한 만큼 전국 각지에서 참석자들이 모여들었다. 'oo지역위원회'라고 적힌 깃발 수십 대가 눈길을 끌었다. 앞서 민주당 중앙당은 서울시당 소속 지역위원회의 경우 원내 지역위는 100명, 원외 지역위는 50명씩 참석할 것을 독려했다. 지방은 시도당별로 100명씩 참석 인원을 요청했다. 수도권 한 의원은 "아무래도 당에서 저렇게까지 했는데 국회의원이 나 몰라라 하는 건 좀 그렇다"며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호남 지역 한 의원은 "정무적으로 판단을 달리하더라도 당이 결정했으니 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지인 권유로 참석한 이들도 있었다. 행사에 참석한 60대 여성 2명은 참석 계기를 묻자 "친구가 이번 대회에 오라고 해서 구경할 겸 왔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민주당 규탄대회는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와 같은 장소에서 열리면서, 두 행사의 경계가 모호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9월부터 매주 집회를 주최하고 있는 '시민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은 이날도 25차 촛불집회를 준비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서명 운동'을 독려했다. 민주당 행사 장소에서도 10여 명씩 소규모로 "윤석열은 퇴진하라"고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하는 이들도 보였다.
'규탄대회' 무대에서도 "윤석열 퇴진" 목소리가 나왔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정봉주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은 "의원님들은 공식적인 입장이어서 말씀 못 드리지만 내년에 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과 함께 윤석열 정부와 맞짱 떠서 반드시 끌어내리겠다"며 "박근혜 정권도 무너뜨렸고 이제 내년에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무너뜨릴 것을 100만 당원과 함께 굳건히 맹세한다"고 외쳤다.
한편 숭례문 도로와 시청 인근 한쪽에는 "이재명을 구속하라"고 외치는 보수 집회도 소규모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