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김영우 해촉에 또다시 드러난 '윤심'?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어. 차기 당권을 두고 후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당권 구도는 김기현·안철수 의원으로 좁혀진 양상이야. 이런 가운데 최근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어.
-맞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김영우 전 의원을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직에서 해촉했어. 김 전 의원은 안 의원 당대표 경선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어. 김 전 의원이 라디오에서 했던 발언이 발단이야. 그는 1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 설에 장제원 의원에게 전화를 받았다"며 "본인의 여러 가지 심정을 토로했다. 김기현 의원이 '이제 '김장연대'는 끝이다'라는 식으로 말하니까 제가 장 의원이라면 인간적으로 좀 섭섭할 것 같다"고 말했어.
-안 의원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의 표심을 흡수하며 상승세를 탔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이 김 의원을 앞섰다는 결과도 나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31일부터 1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5명 중 국민의힘 지지층 428명을 대상으로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안 의원은 43.3%, 김 의원은 36.0%로 집계됐어.(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안 의원은 윤 대통령과의 단일화, 이후 인수위원장으로서 윤 대통령과 함께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친윤계에서는 이마저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과 인수위 시절 수행팀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은 "윤석열 정부 탄생을 위해 조건 없이 단일화가 이뤄졌나 의구심이 있다"고 했지.
-박수영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대통령께서 당선된 이후 안 의원이랑 한 번도 밥을 먹은 적도 없고 차를 마신 적도 없다"고 했지. 윤 대통령 부부가 안 의원 부부를 관저로 초청한 것에 대해서도 "'한번 오시죠'하는 의례적인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말했어.
-박 의원은 안 의원이 인수위원장 시절 내각 인선을 둘러싼 갈등으로 하루 결근했던 일을 언급하며 "공직을 맡았는데 24시간 가출을 하고 잠적을 한다는 것에 대해 (대통령이) 굉장히 분개하셨다"며 "나 전 의원 케이스와 같은 것"이라고 했어. 그는 "(윤 대통령이 안 의원에게) '장관 하나를 맡아 달라, 또는 총리를 맡아 달라' 부탁을 했는데 그것도 거절했다. (대통령이) 아주 서운해하셨다"고 밝혔지.
-그렇다 보니, 김 전 의원이 국민통합위원에 해촉한 것을 두고 재차 '윤심'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어.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나경원 전 의원을 주저앉힌 것에 이어 '윤심'을 자처하는 안 의원에게도 일종의 경고를 보낸 것 아니냐는 것이야.
-안 의원을 겨냥한 친윤계의 견제구가 심상치 않아 보이던데.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이철규 의원은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안 의원이) 경선판에 끌어들이면 안 될 대통령의 의중까지 자신에게 있다면서 당심을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어. 전날(2일) 안 의원을 겨냥해 "대통령의 인사와 국정수행에 태클 걸던 분께서 윤심이 필요해지니 스스로 친윤이니 진윤이니 하면서 가짜 윤심팔이 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며 SNS에 '저격 글'을 올리기도 했고.
-친윤계 의원들은 안 의원에게 '반윤' 낙인을 찍는 모양새야. 역시 나 전 의원 때를 연상케 해. '윤심 단일후보' 김기현 의원도 SBS 라디오에 출연해 "유승민 전 의원의 윤 대통령 반대 정서 등이 안 의원과 겹친다"고 했어.
-안 의원은 어떤 반응이야?
-안 의원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들께서는 최근 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단적인 이전투구에 대해서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말씀들을 한다"며 에둘러 윤핵관을 겨냥했어. 그러면서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안 의원은 윤심이 아니'라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한 보도에 대해 "윤 대통령께서 직접 하신 말씀이 아니시지 않나"라면서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모습을 보였어.
-당내 반응은 어때?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친윤계의 '비윤 인사 때리기'에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 이번에 대통령실이 김영우 전 의원을 해촉하면서 그런 우려가 커지는 듯해. 친윤계와 김기현 의원에게 역효과가 날 수 있을 거란 관측도 제기돼.
◆김기현, '꽃다발 논란'에 반쪽짜리 사과...'스스로 화 키웠다'
-국민의힘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이 꽃다발 논란으로 시끄러웠지?
-맞아. 김 의원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배구 선수 김연경, 가수 남진과 찍은 사진을 올렸어. 사진 속 김 의원은 가운데에서 꽃다발을 들고 웃고 있었고, 김연경과 남진은 양옆에 서서 '엄지 척'을 하는 모습이었지. 문제는 김 의원의 페이스북 문구였어. 김 의원은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저를 응원하겠다며 귀한 시간을 내주고, 꽃다발까지 준비해 준 김연경 선수와 남진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아낌없는 성원과 지지에 힘입어 반드시 승리하겠다"라고 적었거든.
-글귀와 사진만 놓고 봤을 때 김연경과 남진은 김 의원의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출마를 응원하기 위해 꽃다발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보였지. 그러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김연경과 남진을 향한 정치적 성향 관련 비난이 쇄도하기 시작했어. 논란이 커지자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 라디오에 출연해 상황을 설명했지. 김 의원은 이들과 미리 연락해서 만난 게 아니라 우연히 식사 장소가 같았을 뿐이고 김연경과 남진이 해당 장소에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잠깐 만났다는 거였어. "그러면서 인사 나누고 저를 응원한다며 사진도 찍어주시고 또 꽃도 준비해놨다가 저한테 선물로 주시더라"고 했지.
-서로 만나는지 몰랐다는 건데, 그러면 김연경과 남진은 꽃을 어떻게 준비한 거야?
-남진 측근은 <더팩트>에 "사전에 약속된 것은 아니었다. 김 의원이 식사 후 나타나 인사하고 사진도 찍었다. 누군가 꽃다발을 (김 의원에게) 안겼다. 함께한 시간이 채 5분도 안 된다"고 주장했어. 또 남진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 의원이 갑자기 나타나 2~3분가량 만나 인사말을 나눴고 사진을 찍었을 뿐"이라고 일축했어. 김연경 측도 언론을 통해 "남진 씨가 인터뷰한 내용과 같은 입장"이라고 했지. 결국 김 의원이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붙기 시작했어.
-김 의원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야 했지. <더팩트>는 김 의원이 지난달 31일 국회 헌정회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자리에서 '사진 속 꽃다발은 어디서 준비한 것이냐'고 물었어. 이에 김 의원은 "그건 제가 알 수가 없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지. 김 의원은 애초 꽃다발의 '주어'였던 김연경, 남진을 빼기도 했어. 김 의원은 "(꽃다발은) 현장에 가니까 있었다"며 "지인의 초청을 받아서 그 자리에 갔고 남진·김연경 두 분이 오신다고 얘기를 들었고, 갔더니 꽃다발을 줘서 받았고, 같이 응원하는 사진을 찍었던 게 다"라고 했거든.
-온·오프라인상에서 김연경과 남진 모두 애꿎은 피해를 본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아.
-김 의원도 논란이 확산하자 유감을 표했어. 김 의원은 "표현과정에서 오해받을 소지가 있었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지. 하지만 이를 두고도 '반쪽짜리 사과'라는 비판이 나와. '표현과정이 오해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유감이다'라는 말로 풀이된다는 이유에서였지. 실제로 김 의원이 언급한 표현에서는 오해를 찾아보기 어렵기도 해. 애초 김 의원은 "꽃다발까지 준비해 준 김연경 선수와 남진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했고, 당사자들이 반박하자 "모른다"고 번복한 게 다니까.
-김 의원이 애초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말을 하지 않았다면 논란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거라고 봐. '김연경 선수, 남진 선생님과 식당에서 우연히 만났다. 팬심에 인사를 드리며 당대표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두 분 모두 응원해 주시더라. 잘해보겠다고 답했다. 갑작스러운 만남에도 흔쾌히 응해주신 두 분 께 감사드린다' 정도였다면 어땠을까 싶네.
◆장외투쟁 들어간 민주…'野 탄압' 프레임 부각
-민주당이 투쟁 모드로 전면 돌입했네?
-민주당은 지난 2일 의원총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특별검사제도)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추진을 '지도부에 일임'하기로 정했어. 이 장관 탄핵은 추가 의견 수렴이 필요해 당장 결론 내지는 않았지만 지난 1월부터도 이 장관 탄핵 이슈를 민주당이 끌고 갈 거란 예측이 많았어.
-김 여사 특검의 경우, 민주당은 '거스를 수 없는 민심'을 반영한 것이란 입장이야.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를 보면 66% 이상이 김 여사 특검이 필요하다고 나오는 등 국민적 공분이 상당하다"며 "(이 장관 탄핵은) 의원총회에 안 계시거나 의견을 얘기하지 못한 분들까지 포함해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 탄핵에 결론을 내지 못한 건 일부 의원들의 반발 때문으로 보여. 한 의원은 이 자리에서 '만약 이 장관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면 후폭풍은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며 다가오는 총선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의 '신중론' 목소리도 나왔다고 해.
-이날 오전 8시 20분부터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김 여사 특검과 이 장관 파면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어. 이른바 '검찰 독재 정권'에 맞서 '광야로 나선 야당'을 강조하는 모습이야. 당내 강경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들을 포함해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으로 구성된 이 모임은 전날 국회에서 밤샘 농성 토론을 벌이기도 했어.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 수용 △이상민 장관의 즉각 파면을 요구하는 한편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농성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하네.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대책위)도 지난 1일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 여사 주가조작 사건 등에 대한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들어갔어.
-4일에도 민주당은 서울 숭례문 인근 광장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진행하며 의원들의 첫 '장외투쟁'을 시작할 계획이야.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를 수사 중인 윤 정권 검찰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 나갈 계획이야. 민주당은 17개 시·도당에 집회 총동원령을 내리는 등 당의 결집을 강조하고 있어.
-장외투쟁을 두고는 의원들 사이에서도 '조국의 강(서초동 집회)을 다시 건너는 것 아닌가' '장외투쟁은 최후의 방법인데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등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와. '야당 탄압'을 부각했다가 자칫 '이재명 방탄' 프레임에 스스로 가두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야.
-한편 이 대표는 검찰이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이 대표의 방북 명목으로 300만 달러의 자금을 북측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데에 대해 "거 참 소설 갖고 자꾸 그러시는 거 같다"며 불쾌감을 드러내며 부인했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송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