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참여연대가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을 대통령비서실이 나서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대통령 및 그 가족에 대한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는 외교상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정 동력을 약화시키는 등 공익과 직결된 문제"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대통령실은 전임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김정숙 여사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보수언론사에 법적 조치를 한 사례를 거론하면서 참여연대가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역공을 가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김의겸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건희 여사가 또 다른 주가조작에 관여한 '혐의'가 드러났다. 도이치모터스에 이어 이번에는 '우리기술' 작전주"라며 "법정에서 그것도 검사의 입을 통해 김건희 여사가 우리기술 20만 주를 매도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 계좌도 활용됐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날 뉴스타파의 <[주간 뉴스타파]김건희, 도이치 작전세력이 관리한 다른 '작전주'도 거래했다>라는 제목의 보도를 인용해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혐의'의 사전적인 의미는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는 뜻으로, 관련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실, 보도한 매체는 놔두고 '스피커' 김의겸만 직접 고발
하지만 대통령실은 3일 뒤 "김 대변인이 주장한 우리기술 종목이 작전주라는 근거가 전혀 없다"며 최지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이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실에 김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같은 날 '김건희 여사 명예훼손 관련 김 대변인 고발' 건의 고발인, 법률대리인, 법률비서관실의 업무분장, 법률적 근거 등에 대해 대통령실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참여연대는 김건희 여사 개인에게 제기된 (윤석열 대통령과 결혼도 하기 전의) 과거 의혹에 대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법률비서관실 공직자들이 직접 소장을 작성하는 등 법률적으로 지원하고, 이를 위해 공적인 자원을 동원했다면 그 적절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참여연대는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라며 "고발 자체에 김건희 여사의 의사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보기 어렵고, 대통령실의 공적인 자원이 동원되었다고 보이는 어제의 고발을 결정하게 된 과정, 의사결정자가 누구인지 확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건희 여사 개인의 명예훼손에 대한 법률적인 대응이 대통령실의 공식적인 업무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참여연대, '김건희 개인 과거 사건'에 대통령실이 법적 대응하는 이유는?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1일 출입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참여연대가 '대통령의 고발장 제출은 대통령 가족의 사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공적 자원이 동원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며 "대통령 및 그 가족에 대한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는 외교상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정 동력을 약화시키는 등 공익과 직결된 문제다. 따라서 대통령실이 국민의 알 권리와 국익을 위해 직접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최근 고발한 건은 특정 매체(뉴스타파)와 김 대변인이 제3자의 재판에서 나온 일부 내용을 맥락과 다르게 짜깁기해 스스로 의혹을 만든 전형적인 가짜 뉴스"라며 "과거에 발생한 실체가 있는 사건이 전혀 아니다. 대통령 배우자가 되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피해 신고를 하거나 의혹조차 제기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치적 목적으로 일방적인 거짓 의혹 제기를 한 것에 대해 대통령과 그 가족이 일일이 직접 대응해야 한다면 국정은 마비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께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례로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단독 방문', '경호원 개인 수영강습' 등에 대한 언론의 비판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처는 정정보도 청구 등 법적 조치를 직접 취한 바 있다. 그 당시 참여연대는 어떠한 문제 제기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참여연대가 특정 정파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면, 과거에 먼저 이뤄진 김정숙 여사 비판에 대한 당시 대통령비서실의 법적 대응부터 선행해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김정숙 여사 의혹 제기 때도 청와대가 대응"
대통령실이 전례로 제시한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단독 방문'은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가 2019년 6월 11일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정숙 여사의 인도 단독 방문과 잦은 문재인 대통령 해외순방 동행 및 관광지 방문을 비판한 것에 대해 청와대가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낸 것을 의미한다.
당시 청와대는 대통령 부부의 순방 일정을 '해외 유람'으로 묘사하고 있다면서 "상대국에 대한 심각한 외교적 결례이며,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에 제소했다.
이에 언중위가 직권으로 반론 보도를 결정했지만, 중앙일보가 이의를 신청해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는 2020년 7월 15일 "의견 표명은 정정보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소송을 낸 주체가 보도 대상인 대통령 부부와 관련이 없다는 점 △보도 대상자들의 업무를 보좌한다는 이유만으로 넓게 소송 주체를 인정한다면 힘 있고 돈 있는 집단을 이끄는 사람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도 그들에게 비판적이라고 생각하는 언론기관이나 언론인을 상대로 각종 법률적 다툼을 벌임으로써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해칠 수 있다는 점 △설령 청와대 비서실이 소송을 낼 수 있는 지위에 있다 하더라도 단순히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한 것이므로 정정보도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호원 개인 수영강습'은 조선일보가 2020년 4월 10일 <[단독] 靑경호관의 특수임무는 '여사님 수영 과외'>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김정숙 여사가 국가공무원인 청와대 여성 경호관에게 1년 이상 개인 수영 강습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경호처가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며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을 법원이 기각한 사건이다.
당시 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는 정황을 따져볼 때 경호관의 수영 강습에 대한 의심은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봐야 한다며 조선일보의 손을 들어줬다.
김건희 여사와 김정숙 여사를 대신한 대통령실의 고발은 '국익'을 거론하면서 현역 영부인일 때 일어난 일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고발 사안'(명예훼손, 정정보도 청구), '의혹 시점'(사인, 영부인), '고발 대상'(언론, 정당인) 등은 모두 다르다.
전례에선 청와대(현 대통령실)가 법적 조치에서 모두 패소한 가운데 김건희 여사 사례에 대해선 경찰과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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