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의 공포정치를 막아내고, 국민의 삶을 지켜내겠습니다. 민주주의의 파란물결, 동참해주십시오."
더불어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나선다. 그동안 '원내 민생 대결'을 방침으로 삼았지만, 검찰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지지 세력까지 참여하도록 전선을 확대하고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다. 당은 검찰 독재 정권의 일방적인 여론전에 맞서기 위해 불가피한 행보라는 입장이다. 당내에서도 당 지도부의 강경 행보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어 반발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에 균열이 생길 경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깊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을 외통수로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4일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정권 규탄대회'를 연다. 앞서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2차 소환 요구에 응하겠다고 밝힌 날 당 지도부가 고위전략회의에서 결정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중앙당은 지난달 31일 오전 각 지역 시·도당에 '규탄대회'에 참석할 인원까지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은 그동안 '장외투쟁'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여왔다.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석했을 때도 의원들의 자율적인 결정이라며 당과는 선을 그었다. 이번 규탄대회는 '퇴진 집회' 성격과는 거리가 멀지만 "민생을 챙기기 위해 원내에서 투쟁해야 한다"던 당 방침이 달라진 것이다.
이 대표가 장외전 홍보에 앞장섰다. 그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의 공포정치를 막아내고, 국민의 삶을 지켜내겠다"며 장소와 시간까지 공지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켜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을 무력화시키려는 최악의 방탄"이라고 맹비난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장외투쟁이라는 것은 국회 소수당이 원내에서는 도저히 의사를 관철할 수 없을 때 선택하는 마지막 수단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압도적 원내 제1당 아닌가"라며 "정치인 개인의 '사적 비리 수사'를 반대하기 위한 장외투쟁이라니, 이제까지 이런 장외투쟁은 없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단체들과의 연대도 추진하려 한다면서 "대선 불복"이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도 국민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장외에서 (집회를) 하는 것을 두고 당 전체가 나서 (이 대표의) 방탄, 보호막이 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올 것"이라며 "총선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 지지층이 아닌 중도층이 어떻게 생각할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도 "당의 여러 대응이 국민을 분열시키거나 진영 간 갈등을 더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지속적으로 국회 밖에서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비명계 중진 A 의원은 "민생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민생에 집중해야 하는데 당력을 장외 집회에 쏟으면 국민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라며 "장외 집회로 달라지는 게 뭐가 있겠나. 장외 집회한다고 단결력이 더 높아지고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있겠나"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갈수록 거세지는 검찰의 일방적인 여론전, 과잉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강하게 나설 수밖에 없다는 강경파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모습이다. 중립 성향을 가진 민주당 B 의원은 "당원들은 하자는 분위기다. '해도 너무하다'는 분위기가 좀 팽배하다. 이번 토요일에 가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장외 투쟁을 병행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지금 검찰이 일방적으로 하니까 우리도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과격하게 보일 수 있다는 건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당내에선 1년 남은 총선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장 직면한 검찰의 여론전에 당하고 있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총선전략을 생각하기엔 너무 위급한 상황이다. 대통령실, 집권여당, 검찰 등이 총력을 다해 여론전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민주당을 외통수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당이 똘똘 뭉치는 수밖에 없다는 게 지도부의 판단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비명계도 갈수록 딜레마에 빠지는 모습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 대표의 세 번째 검찰 소환 조사 이후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을 묶어 '배임' 혐의로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선 이 경우 비명계가 '당헌 80조' 원칙론'을 제기하면서 이 대표 자진 사퇴를 공개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방탄 프레임'이 고착화하면 내년 총선 승리가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기저에 깔려 있다.
그러나 반대 급부에선 내년 총선을 위해 '당의 단결이 최우선'이라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이 대표가 물러날 경우 이 과정에서 내홍이 불가피한데, 당이 뭉치지 않으면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 대표를 구심점으로 검찰과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지지층 결집 효과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조 친문'인 4선 홍영표 의원은 이날 '민주당의 길' 첫 비공개 토론회에서 '사법 리스크' 대응을 둘러싼 내부의 '단결' 분위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민주당의 길'은 당 쇄신 방향과 내년 총선 대응을 논의하는 모임으로,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 등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 대표도 참석했다. 홍 의원은 "어떻게 보면 지금만큼 당이 안정돼있고 단결돼 있는 때가 없었다. 과거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당이 굉장히 갈등과 대립 혼란 속에 있었는데 참 이게 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경우, 계파를 불문하고 부결 관측이 높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A 의원은 "검찰의 수사 태도에 대해서 별로 그렇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아무래도 그런(부결) 분위기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B 의원도 "가결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지금은 우리가 뭉칠 수밖에 없다는 걸, 여기서 분열되면 다 죽는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검찰이 이렇게 압박을 안 했다면 분열됐을 거다. 오히려 계속 압박을 해주니까 자동으로 뭉치게 된다. 그래서 비명계 의원들도 (비판하는) 말은 하지만 지금은 뭉쳐야 할 때가 맞는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