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2023년 설 명절이다. 평소엔 잘 볼 수 없었던 친인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근황을 나누며 온정을 나누는 시간이다. 이들의 이야깃거리에 '정치'가 빠질 수 없다. 올 설에는 어떤 화두가 밥상머리에 올라 국민들의 관심을 모을까. <더팩트>가 정치 전문가 다수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이번 명절에는 '네 사람'(윤석열 대통령·김건희 여사·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만큼, 국정 운영 평가는 빠질 수 없는 주제다. 공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는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 여사, 또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마쳤으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검찰 소환 통보를 또다시 받은 이 대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로 '윤(尹)심'을 거슬러 고초를 겪고 있는 나 전 의원 이야기도 함께 나올 전망이다.
◆ 해외순방 마친 尹 대통령 부부…독자 활동 범위 넓히는 김건희 여사
윤 대통령 지난 14일부터 6박 8일 간 아랍에미리트(UAE), 스위스 순방길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UAE에 머무르면서 △'아크부대' 방문 △바라카 원전 방문 △비즈니스 포럼 등을 통한 경제협력 비전 구축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3박 4일의 UAE 일정을 마치고 윤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스위스로 이동했다. 다보스포럼에서 윤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공급망 강화와 청정에너지 전환, 디지털 질서 구현을 위한 연대의 길을 제시하고 한국의 주도적 역할과 의지를 국제 사회에 알렸다. 김 여사도 순방길에 동행했다.
김 여사는 해외순방에 앞서 지난 11일 대구의 서문시장을 찾아 소상공인·시민들과 새해 인사와 덕담을 나누는 독자적 행보를 보였다. 김 여사는 카스텔라·납작만두·어묵·가래떡·치마 등을 지역 상품권과 현금으로 구매하는가 하면, 한 분식집에 들러서 떡볶이와 납작만두 등을 먹기도 했다. 김 여사는 시장행 도중 시민들을 향해 양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인사하기도 했다.
설 명절에는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윤 대통령을 향한 국민들의 평가가 이어질 전망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8명을 상대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를 물은 결과 긍정적 평가는 39.3%로 나타났다. 전주 대비 1.6%포인트가 하락한 수치로 4주 연속 지켜온 40%대를 지켜왔으나 다시 주저앉았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2.5%포인트 오른 58.4%로 집계됐다. 지지율 하락에는 최근 당 대표 출마를 시사한 나 전 의원에 대해 윤 대통령이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놓고 불거진 갈등이 하락 요인으로 분석된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 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설 사이 정치권 주요 화두는 역시 윤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냐 못 하냐 하는 것이 제일 클 것"이라며 "외국 순방을 통한 성과보다는 현재 국정 상황과 어려운 경제 현실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여사의 행보를 두고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에는 '남편이 대통령이 되면 조용히 지내겠다'고 했다가 지금은 해외 순방이나 시장 방문 등으로 독자적 행보를 하는 것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당 대표' 출마에 '친윤'과 계파 갈등 겪는 나경원 전 의원
오는 3월 8일에 있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나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두고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설 연휴에도 뉴스에 오르내릴 전망이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를 두고 나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윤 대통령은 사표 수리 대신 나 전 의원을 기후환경대사직과 함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도 해임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나 전 의원은 지난 17일 정면 충돌했다.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해임은 "(윤석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반박하면서다.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출마 의사에 '불편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비치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의원들도 이에 가세했다. '친윤' 진영에서는 김기현 의원의 당선을 지원하고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등은 연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기 정치만 하는 사람'이라며 나 전 의원을 저격하는가 하면, 친윤계는 나 전 의원을 '제2의 유승민', '반윤(반윤석열) 우두머리' 등으로 비유하며 날선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나 전 의원도 페이스북 메시지로 응수하며 당내 계파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중이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야기가 나 전 의원을 중심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전개될 것이다. 다만 국민들은 (친윤vs비윤 갈등) 속사정보다는 (누가 당 대표가 될지에 대한) 인상 비평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성남FC 후원금 의혹' 이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檢 소환장 받은 이재명 대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관련 공방도 설 연휴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검찰로부터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설 이후로 검찰 조사를 받으라고 소환을 통보 받았다. 이번 소환 통보는 이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지난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한 지 엿새 만에 받은 것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개발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장 당시 최종 결정권을 행사한 이 대표가 민간업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4040억 원의 막대한 수익을 챙기게 하고 그만큼 성남시에 손해를 입힌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소환 통보와 함께 최근 '변호사비 대납 의혹'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태국에서 체포돼 국내 송환이 임박한 사실까지 더해져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 이야기는 계속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자신과 관련한 의혹은 검찰의 명백한 '야당 탄압'이자 '편파수사' '답정(답이 정해진)수사'라며 결백을 호소하고 있다.
최 평론가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프레임은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아들의 성매매 의혹, 급기야는 쌍방울까지 엮여 검찰이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법리스크 현실화는 어떤 형식이든 검찰이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고, 국민들은 이를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