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귀국·대장동 檢 소환…'폭풍전야' 민주당


소환 통보에 이재명 '침묵'..."출석 여부 추후 결정"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대장동, 위례 특혜 의혹과 관련해 소환 통보했다.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3년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운데 왼쪽) /더불어민주당 제공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연이은 검찰발 악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 국내 송환에 이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또 검찰 소환 통보를 받았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무능'을 앞세워 국면 전환에 나서는 한편 "내부 총질은 이적 행위"라며 내부 단속에도 나섰다. 그러나 당 대표 사법 리스크와 당 문제를 따로 봐야 한다는 '분리대응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이 대표 리더십이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6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는 이 대표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오는 27일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요구했다. 혐의는 배임과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이다. 지난해 대선 국면인 2021년 9월 대장동 수사를 시작한 지 1년 4개월 만이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사업자 선정 과정, 택지 및 아파트 분양수익 등에 대한 특혜를 받고 성남시에 4000억 원 이상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당시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 대표가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위례신도시 사업도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 등 측근이 민간업자들에게 내부 공모 정보를 흘려 주는 등 편의를 제공하고 428억 원을 받기로 한 과정에서 이 대표가 개입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발 소식이 전해지자 "공식적으로 소환 통보받지 않았다"며 "설을 앞두고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정치검찰의 악랄한 언론 플레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 대표 측 '성남FC 후원금 의혹' 담당 변호인에게 소환조사를 구두로 통보했기에 공식 소환 통보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식 통보'는 아니었지만 민주당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이날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당 지도부가 참여하는 고위전략회의를 열고 출석 여부 등 대응 방안을 2시간 넘게 논의했다. 그러나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추가 논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수사 의도, 무도함에 대해 논의했고, 출석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 오늘 결정할 사안은 아니었고 추후 결정해 말씀 드리겠다"며 "대표님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당사자인 이 대표는 회의에서 거의 말하지 않고 참석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회의 후 '대장동 건 소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소환에 응할 의향이 있나' 등 기자들의 관련 질의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자리를 떴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 통보는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지난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해 12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당 대표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에도 출석 통보를 받았으나, 당시엔 서면답변으로 대체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자인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한 발언,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요청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였다.

이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검찰 출석하면서 정면돌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소환 통보가 또 오면서 사법 리스크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 이 대표(가운데). /사진공동취재단

정치권에선 이 대표에 대한 사법 조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건과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을 묶어 기소 또는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야권은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17일 국내로 송환되는 김 전 회장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도 공개적으로 "총선 앞두고 어마어마한 악재"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인 2018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을 때 변호사 수임료 20여억 원을 김 전 대표가 준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 13일 "김성태라는 분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며 "(쌍방울과) 인연이라면 내의 사 입은 것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회장도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만날 만한 계기도 없고 만날 이유도 없다"며 일축했다.

당 지도부는 검찰이 수사망을 좁혀오며 압박하자 '윤석열 정부 무능'에 초점을 맞추고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우선 민주당 전통 지지층에 소구력이 있는 '한일 관계 문제'에 집중 공세를 펼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와 관련해 일본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재원으로 배상받도록 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을 공식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이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만 재원 조성에 참여하게 되면 피해자가 요구해온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나 진정한 배상 책임일 순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도 비판에 앞장섰다. 그는 이날 '윤석열 정부 대일외교 진단과 과제 긴급토론회'에서 "윤석열 정권의 대일 저자세 굴종 외교가 점입가경"이라며 "정부는 자해적 외교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굴종적 친일 행보"라고 규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맞춰 '순방 리스크'도 정조준했다. 앞서 15일 아랍에미리트(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방문한 윤 대통령은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당 윤석열 정권 외교참사·거짓말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국군 통수권자로서 해외에서 고생하는 장병을 격려하는 차원을 넘어 이란을 대한민국의 적으로 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으로 매우 위험천만한 발언"이라고 규탄했다.

'북한 무인기 침범 사태'도 대정부 투쟁 사안 중 하나다. 민주당은 관련해 국회 본회의에서 긴급현안질의를 실시해야 한다고 연일 촉구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북한 무인기 침투 대응 실패에 대한 문제 진단 및 과제 긴급 토론회'에서 "북한 무인기에 서울 상공, 그것도 용산 대통령실의 하늘 울타리마저 뚫렸지만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긴급현안질문도 거부한 채 안보 무능을 덮기에만 급급하다"며 "더 큰 문제는 군 최고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의 위험하기 짝이 없는 안보관"이라고 질타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국내 송환도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 모습. /박헌우 기자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대장동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까지 연달아 재점화되면서 당내 혼란이 가중되자 당 지도부가 내부 단속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유튜브를 통한 당원들과의 대화에서 "우리끼리 싸우면 이적 행위"라며 "작은 차이 때문에 내부 총격을 하지 말자"고 했다. 공공연하게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비이재명(비명)계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비명계는 이 같은 움직임에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중진' 이상민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에 대한 비판도 내부총질로 보는 건가. 그건 매우 잘못된 것이다. 누구든지 지위가 높아질수록 권한이 많아질수록 비판의 대상이다. 당대표에 대한 비판은 자유로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탄 프레임'을 깨기 위해선 당과 대표를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의원은 "당에 악영향을 최소한으로 미치도록 차단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그러니 당에 상당한 검은 그림자, 또는 부정적 영향을 주는 건 틀림없다"며 "부정적 상황, 손실을 최소화시키는 노력을 이 대표가 해야 할 것이다. 당 지도부나 당에 따르는 의원들도 이 대표 문제는 이 대표가 해결하게끔 놔두고 문제가 당에 번지지 않도록 나서지 않는 게 지혜롭다"고 했다. 이 대표 수사 관련 공식 논평을 삼가고 검찰 출석 때 동행하지 않는 등 당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도 이 대표 수사 관련 2건의 대변인 논평을 냈다.

미국 체류 중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분리대응론'에 힘을 보탰다. 특히 그는 윤석열 정권이 내년 총선까지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끌고 가 야당을 혼란에 빠트리려 한다고 분석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나 검찰의 입장에서는민주당을 그냥 chaos(혼란) 상태로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총선 전략"이라며 "검찰이나 윤석열 정부에서 이 대표에 대해서 질질 엿가락 늘이듯이 그렇게 수사를 끌고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올 상반기를 넘기게 되면 민주당 입장에선 내년 총선 준비를 하는 데 시간이 빠듯하게 된다"며 이 대표 사법 리스크와 당 개혁 이슈를 선점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또 "아마도 현역 의원들의 고민도 상당히 많이 있을 것 같다. 국민의힘이 굉장히 엉망인 상황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계속 정체를 보이고 있는 것. 이것 하나만으로도 현역 의원 입장에선 지금 굉장히 발걸음이 무겁지 않을까"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이 대표의 거취 결단에 대해선 "본인에게 결단을 내리라고 이야기하기엔 지금 시기적으로 좀 빠른 모양새"라고 했다.

검찰 출석 이후 다시 '침묵 모드'에 돌입한 이 대표는 이번에도 당 안팎의 의견을 수렴한 뒤 검찰 소환에 대한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17일 의원총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나올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내일 의원총회에선 이태원 국정조사 관련한 것,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으로 안다. (소환 통보 건도) 누가 발언한다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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