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수감 중인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이 꼬박꼬박 국회의원 수당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회의 결석 등 제대로 된 의정활동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임에도 '지급 중단' 근거가 되는 법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일반 직장인 고액 연봉에 해당하는 수당을 챙겨온 것이다. 제도 개선 요구는 꾸준하지만, 정치권은 여야 대치 국면에서 상임위가 열리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입법 추진을 뭉개고 있다.
정 의원은 국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건 지난 2021년 10월 5일부터다. 주택건설 업체로부터 부당이익을 얻은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용인시장 재직 시절인 2014년 7월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에 주택 건설을 추진하려던 A 시행사에 인허가 편의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자신의 친형과 지인 등이 A사가 보유한 보라동 개발 예정지 일부를 시세보다 싸게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구속된 지 약 5개월 후인 2022년 3월 8일 보석으로 풀러났지만, 같은 해 9월 22일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7년형'과 벌금 5억 원을 선고받고, 다시 갇히는 신세가 됐다. 1월 현재까지 정 의원의 수감 기간은 약 8개월 반.
의정활동도 멈췄다. 구속된 이후 처음 열린 본회의(제391회 10차)부터 지난 6일 본회의(제401회 4차)까지 총 45번 본회의가 열리는 동안 정 의원의 출석 횟수는 15번에 그쳤다. 보석으로 풀려난 기간 개최된 본회의에는 2번 청가를 제외하고 모두 출석했다. 출석률 33%. 입법 활동도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 의원이 첫 구속 이후부터 1월 현재까지 대표발의한 법안은 9건이다. 석방 기간에 집중(6건)됐다.
그러나 월 약 1000만 원이 넘는 의원수당 지급은 멈추지 않았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정 의원은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기준'에 따라 구속 수감 기간에도 수당을 받았다. 2022년 기준 급식비, 관리업무수당 등이 포함된 기본수당 760여만 원과 입법 활동비 310여만 원을 매월 받았다. 상여금 성격의 정근수당 690여만 원과 명절휴가비 800여만 원은 별도로 지급됐다. 본회의에 출석해야 받을 수 있는 '특별활동비'를 제외하면 수감 기간 8개월 동안 8000만 원 넘은 수당을 그대로 받아온 셈이다.
현직 의원이 구속되면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하기 어렵지만, 현재로선 구속을 사유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법적 근거가 없다. 현행법에는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징계를 받을 경우 출석정지기간에 해당하는 수당과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를 절반 깎는다는 규정 정도만 있다.
구속된 현역 의원에게는 의정비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21대 국회에서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2021년 12월 관련 입법청원을 국회에 제출했고, 관련법 개정안도 여야 의원들이 4건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에서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여야 대치 국면으로 회의 자체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 법안 심사도 막힌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국회 운영위 야당 간사인 진성준 의원은 "그동안 운영위에선 법안 심사를 거의 못 했다. 저쪽(국민의힘)이 회의 여는 것에 대해 굉장히 소극적"이라며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하지만 (개인적으로 지급 중지) 법안은 합당하다고 본다"고 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정치개혁 법안들을 집중 심사하고 있지만, 관련법은 논의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국회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전재수 의원은 "(정개특위)에선 선거 제도 관련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특위로 해당 법안이 넘어온다면) 챙겨보겠다. (지급 중단 요구는) 합당한 의견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회가 법개정에 손 놓고 있는 동안 국민 혈세는 수감 중인 정 의원에게 계속 흘러들어갈 예정이다. 앞서 배임과 횡령 혐의로 의원직이 박탈된 이상직 전 의원 등 10여 명은 법의 허점 뒤에 숨어 의정비를 모두 받고 의원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민선영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회의에 들어가거나 입법 지원하는 등 기본적인 의정 활동이 구속 중에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수당 지급을 멈추고, 다만 해당 의원이 무죄로 판결된다면 추후 민법상 이자까지 더해 지급하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지방의회 4곳도 지방의원이 구속되면 의정비를 지급하지 않는 조례를 두고 있다. 민 간사는 "(관련 법이) 법률적으로 크게 문제없다고 보고 지방 의회 사례도 있기 때문에 이 정도는 충분히 국민 정서로도 동의할 만하다고 본다"며 정치권에 관련 법안 심사에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