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13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이 대리인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 10일 사의를 표명한지 나흘 만으로, 전당대회 출마가 임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나 전 의원 측은 이날 오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나 전 의원 측은 사직서 제출과 관련해 "위원회에 대리인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미 이번 주 초 표명했던 부위원장직 사임의사에 대해 여러 의견이 분분해 행정적 절차를 밟은것"이라며 "이후 처리절차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사직서 제출과 당대표 출마, 불출마 여부는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의 사직서 제출 이유는 대통령실에서 나 전 의원이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아 수리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반응을 지속적으로 보이자 행정적 절차를 밟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 사의 표명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사직서를 제출한 배경으로 꼽힌다.
나 전 의원 측은 사직서 제출이 당대표 출마, 불출마 여부와 상관 없다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실고 있다. 나 전 의원 역시 사직서 제출 직후 SNS에 소감을 직접 밝혔다. 그는 "'바람에 나무가 흔들려도 숲은 그 자리를 지키고, 바위가 강줄기를 막아도 강물은 바다로 흘러갑니다.' 2019년 12월, 우리 당 원내대표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나야만 했을 때 제가 국민들께, 우리 당원들께 드렸던 말씀"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그 뜻과 마음은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잠깐의 혼란과 소음이, 역사의 자명한 순리를 가리거나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 전 의원은 또, 자신을 둘러싼 일부 친윤계의 비판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는 "함부로 제 판단과 고민을 추측하고 곡해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 드립니다"라며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모처럼 전국으로 내리는 빗방울에 산천과 함께 우리 마음도 씻겨지는 아침, 저는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지러 떠납니다. 고민이 길어지는 점에 대해 국민, 당원, 언론인들께 무척이나 송구합니다"라고 했다.
나 전 의원이 사직서 제출과 함께 밝힌 심경을 볼 때 전당대회 출마 결정이 임박했음을 암시한다. 만약 나 전 의원이 출마한다면 국민의힘 전대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장 친윤계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김기현 의원에겐 악재일 수밖에 없다. 당원 지지율에서 나 전 의원에게 한참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나 전 의원과 윤 대통령의 갈등 이미지를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공개 석상에 설 때마다 윤석열 정부 성공을 부각하고 있다. 실제 그는 지난 11일 동작구청 신년인사회와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언급했다.
나 전 의원은 서울시당 신년인사회 건배사에서 "정권교체의 완성은 내년 총선 승리"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 대통령이 말하는 노동개혁·연금개혁·교육개혁 3대 개혁 완성은 물론 정당개혁까지 덧붙여 올해 개혁의 원년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서 우리 모두 절대 화합, 절대 단합, 일치단결해서 내년 총선 승리를 반드시 이루자"면서 "제가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하여'라고 하면 '절대 화합'으로 답해 달라"고 했다.
나 전 의원이 사직서를 제출로 전대 출마 선언이 임박하면서, 14일 순방을 떠나는 윤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